경영진단_076 비윤리적 행위는 한꺼번에 진행되지 않는다

대부분 우리는 자신이 저지를 사소한 잘못에 대해서 크게 반성하고 돌이키지 않습니다. 변명하게 되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각한 비윤리적인 행위를 범하는 자기 자신을 수용하게 됩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속담이 딱 맞는 적용입니다. 비윤리적인 행동은 대부분 서서히 진행되다가 결국 파국을 맞는 상황에 이릅니다.

폰지 사기의 주범인 버나드 메이도프는 이유 있는 눈감아 주기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15년 이상 서서히 진행되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이 비윤리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명백한 경고 신호를 무시하는 경향이 합세하기도 합니다. 1999년 초반에 독립적인 금융사기 조사관 해리 마코폴로스(Harry Markopolos)는 증권거래 위원회에 메이도프가 창출하는 수익이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수차례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증권거래위원회는 신빙성 있는 경고 신호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것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500억 달러 이상이 걸린 사기극은 메이도프가 스스로 자백하고서야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Harry markopolos

증권거래위원회는 9년 전 신빙성 있는 제보를 접수하고도 무시한 사실이 드러나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해당 관련자의 형사 책임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제보자는 9년 전 메이도프와 경쟁 관계에 있던 투자회사에 다니던 해리 마코폴로스. 그는 이미 1999년부터 메이도프가 폰지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며 구체적인 증거를 담은 진정서를 증권거래위원회에 보내기 시작했고, 특히 2006년 증권거래위원회 측은 그의 진정서를 토대로 메이도프 펀드에 대해 조사에 들어가 현저한 위반 사례를 발견하고도 공개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는 2008년 메이도프 문제가 표면에 들어선 시기 4월 또다시 메이도프 펀드의 의혹을 제기한 진정서를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했지만 무시당했다며 분개하였습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와 같은 사실을 인지했던 증권거래위원회 고위 간부진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월가에서 전설적인 트레이더로 알려진 메이도프는 1960년 헤지펀드 회사를 설립한 뒤 40년 이상 월가에서 군림해오면서 전통 주식거래 방식은 물론이고 금융위기의 직접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각종 파생상품 개발에도 적지 않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그가 운용해온 다양한 펀드는 지금까지 단 5개월을 제외하곤 매년 8~10%의 고수익을 올렸다고 알려져 이름난 재력가와 금융기관, 자선단체가 앞다퉈 투자했었습니다.

메이도프가 운영한 ‘페어필드 센트리 펀드’는 지난 2007년 10월 말 현재 71억 달러를 운용하면서 15년 동안 매년 11%라는 고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부호들이 너도나도 덤벼들었고, 결과적으로 피해 규모도 커졌습니다. 문제를 들여다보기 이전에 투자하기에 급급한 것입니다. 메이도프가 2008년 1월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한 자료에서 고객 11~23명을 상대로 총 171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다고 공개했지만 실제로는 그때 이전부터 10년간 적지 않은 부호와 헤지펀드,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투자액을 끌어모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증권거래위원회는 이 돈이 현재는 거의 모두 증발한 것으로 파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다행스럽기는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메이도프 사기 사건의 피해자는 일반 서민과는 거리가 먼 부유층에 국한돼 있다는 것입니다. 연간 수십만 달러가 드는 팜비치 골프클럽 회원 300명 가운데 100명 이상이 메이도프 펀드에 투자했고, 영화감독 스필버그 같은 유명인도 있습니다. 또 팜비치 골프클럽에 메이도프를 소개한 사업가 칼 샤피로는 개인 규모로는 최대인 5억4500만 달러를 투자했다가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은행권에서는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가 메이도프 사기극에 휘말려 3억5000만 유로의 손실을 보았고, 스페인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는 무려 23억3000만 유로를 메이도프 펀드에 물려 손실이 불가피한 상태입니다. 한국의 일부 금융기관도 1억 달러 가까이 손해를 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일본의 노무라홀딩스는 3억400만 달러를 손해 봤습니다. 피해자 가운데는 3700만 달러를 투자했다가 모두 날리게 된 노벨 평화상 수상자 엘리 위젤이 만든 재단을 포함해 각종 자선 재단도 적지 않습니다.

메이도프 사기극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연방수사국의 수사와는 별도로 증권거래위원회가 자체 진상조사에 들어갔습니다. 크리스토퍼 콕스 증권거래위원장은 2008년 12월 16일 성명을 통해 과거 메이도프 펀드와 관련해 위험을 경고하는 신호가 숱하게 나타났지만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음을 솔직히 시인하고, 내부 관련자의 연루 여부를 집중적으로 따지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증권거래위원회가 집중적으로 수사하는 대목은 거래위원회 내부 사람이 메이도프 측과 모종의 협력 또는 거래를 했느냐 여부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메이도프 펀드 사의 기업 변호사로 일했던 메이도프의 조카딸 샤나 메이도프가 전직 증권거래위원회 간부 출신인 에릭 스완슨과 결혼했다는 점입니다. 스완슨은 증권거래위원회에서 10년간 재직할 당시 메이도프 펀드의 거래 활동을 심사하는 일에 관여하다 샤나 메이도프와 사귀기 시작한 2006년 회사를 떠나 다른 투자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2007년 사고가 표면화되기 이전에 결혼했습니다. 메이도프는 특히 지난해 투자자에게 금융규제 당국과 자신이 긴밀한 관계임을 자랑하면서 조카딸과 스완슨의 결혼을 그 사례로 꼽은 것으로 드러났다. 스완슨과 관련한 의혹이 꼬리를 물자 증권거래위원회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메이도프 펀드에 대해 자체 조사를 했고, 특히 스완슨이 1999년과 2004년 조사 당시 조사팀 멤버로 참여한 적이 있지만, 조사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샤나 메이도프와 사귄 이후 뚜렷한 혐의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2008년 당시 연방 수사당국은 메이도프 사기극에 대한 징후가 곳곳에서 잡혔음에도 증권거래위원회가 이를 적발하지 못한 데 대해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콕스 증권거래위원장은 메이도프가 투자자는 물론이고 심사관의 눈을 속이기 위해 허위 장부를 여러 개 갖고 있었고, 자신을 포함한 간부들도 이번 사기 사건의 진상을 언론 보도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이 메이도프의 폰지 사기사건과 관련된 비윤리적인 행위는 단 한 번으로 이렇게 큰 범죄를 일으킨 것은 아니었습니다. 5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바늘도둑을 거치지 않고 한꺼번에 소도둑 되는 일은 극히 드문가 봅니다. 메이도프의 폰지 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위반부터 신중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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