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단_085 윤리 강령을 만든다면 기업에 맞게 창조하는 것이 옳다

기업의 회사 소개 또는 광고에서 비교적 유사한 문장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 회사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 만족을 나타내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하는 문장입니다. 아마도 이런 유사한 문장을 듣거나 본 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장 많이 접한 단어가 ‘차별화’, ‘고객 만족’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고객이 요구하는 대표적인 기대치를 함축적으로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고, 그 이상의 단어나 표현 방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정작 한결같이 똑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본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일까요?

기업의 윤리 강령에서도 접하게 되는 비슷한 상황입니다. 기업이 진심으로 기업의 윤리를 강조하는 차원이라면, 기업이 고유의 윤리 체계와 문제점에 맞게 고안된 윤리 행동 강령과 윤리 준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직접 만들기 어렵다면 다른 기업의 윤리 준수 시스템을 빌리면 어떨까요? 우선 윤리 강령을 표절하는 것은 그 조직의 윤리적 열망을 디자인에 맞추어 페인트로 장식하는 겉치레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윤리 강령을 비교한 한 연구는 기업의 윤리 강령이 문장과 내용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S&P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윤리 강령을 살펴보니, 대체로 37문장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이들 윤리 강령은 서로 단어를 비슷하게 얽어놓은 것이었습니다. 심지어는 222문장을 그대로 복사한 윤리 강령도 있었답니다. 가장 많이 이용된 문장은 ‘절도, 부주의, 낭비는 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행동’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문장의 출처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New York Stock Exchange)에서 발간한 규범 관련 문서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어떤 기업은 윤리 강령을 통째로 복사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두 회사 간 윤리 강령에 있어서 원조를 다투어야 할지, 저작권을 주장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다른 기업의 윤리 강령을 빌려와서 윤리 준수 시스템을 운영하는 가능할 수 있으나, 기업이 가진 고유의 가치를 담을 수는 없습니다. 복사해서 모양을 갖추었을지 모르지만, 이것이 조직의 윤리를 지탱하거나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에는 근본이 흔들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과 같은 윤리 강령의 복제는 조직의 비공식 문화로 인해서 더 쉽게 퇴색되고 사장화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윤리 부정행위로 꼽히는 ‘엔론’을 몰락시키는 데 일조를 했던 ‘아더 앤더슨’의 경우를 보면 쉽게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아더 앤더슨’은 회계사의 정직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기업의 윤리 지침이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외부 감사인이 되어서 기업의 회계 장부를 관리 감독하는 회계사가 장부 기장에 집중하지 않고 어느 순간부터 그 기업에 빌붙어 ‘회계 감사 서비스’를 지속해서 유지하기 위한 영업 사원으로 바뀌는 장면이 목격되기 시작했습니다. 감시인이 판매인으로 바뀌는 장면은 향후 얼마나 큰 재앙으로 변질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더구나 원칙과 기준에만 집중하는 회계사들은 회사에 기여도가 낮은 직원으로 평가되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아더 앤더슨 기업의 윤리 강령을 언급하거나 내부의 윤리 문제를 거론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딴 나라 사람’처럼 대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아더 앤더슨’의 고객인 ‘엔론’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답니다. 당시 CEO였던 ‘케네스 레이(Kenneth Lee Lay)’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규칙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의 노예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라고 스스로 박제된 윤리 강령과 현실적인 윤리 행동을 완연히 구분해야 한다고 선언했다고 합니다. 물론 ‘엔론’에도 윤리 강령이 있었습니다.

윤리 강령은 손이 닿아 변질되지 않도록 높은 선반에 보관된 박제로 존재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더구나 윤리 강령은 빌려서 액자에 걸어 놓을 것이 아니라, 조직을 구성하는 임직원이 그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을 잘 구현할 수 있는 방향에 맞추어 창조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래야 실천력을 갖게 할 수 있으며 비공식적인 규범을 따로 만들지 않게 됩니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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