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단_086 비공식 규범이 공식적 규범을 더 앞서는 경우도 있다.

윤리 강령과 같은 공식적인 규범이 완벽할 수는 없다. 문서로 표현되고 이것을 말을 통해서 전달하고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한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본질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A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후배가 B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의 얘기입니다. B 대학에 부임할 당시, 많은 학생이 연구실 이삿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찾아왔답니다. 각자 할 일도 많을 텐데, 누가 시켜서 한 일인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데, 혹시 뭔가 요구하는 게 있을지, 여러 생각이 들어서 거절했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막무가내로 도와주겠다고 달려들었다는 것입니다. 가장 골칫거리로 생각되었던 책도 책장에 붙여놓은 주제별로 정리하고, 나중에는 가나다순으로 정렬까지 해주었다는 것입니다. 쌓아놓고 며칠이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정리하려고 했던 책까지 정리되고 나니 홀가분한 생각마저 들었고, 새롭게 적응하기 위한 시간도 훨씬 단축되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사회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다 보니 학생들의 비공식 규범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2년 전에 부임한 옆 방 교수에게 물어보았답니다. 체격 조건이 훨씬 좋고, 연구실을 들여다보니 짐도 훨씬 많았던 사례가 궁금했었답니다. 그런데 옆 방 교수 역시 학생들의 친절한 행동으로 인해 깊이 감명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삿짐을 옮기는 것뿐만 아니라 물청소까지 깨끗하게 해주었다는 보충 얘기까지 들었답니다.

궁금증이 더해서 학생들에게 부과된 과제나 목표가 있는지도 확인해 보았고, 특별히 학교에 훈시나 윤리 강령이 있는지도 확인해 보았답니다. 구체적으로는 ‘학생은 교수의 짐을 옮겨주어야 한다’와 같은 것들을 찾아본 것입니다. 그런데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바로 이 대학의 특성을 규정지어 주는 비공식적인 가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규범은 비공식적 규범으로 신입생에게 전달되고 반복적인 행동으로 실천되면서 전통이라는 자부심을 높이는 것이라고 느꼈답니다. 이 얘기는 참 고귀했습니다. 드문 사례이기도 합니다.

비공식 규범이 미천한 경우가 오히려 흔히 접했던 현상이었습니다. 신고식이라는 미명으로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술을 마시게 해서 괴롭히거나 단체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죄 없이 신체를 구타하는 행위를 전통이라고 계승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던 현실을 개탄하게 합니다.

비공식 규범은 아주 작은 모임이나 단단하게 갖추어진 조직이나 어디에나 있습니다. 천박하고 몰상식한 방향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귀하고 모범적인 방향으로 갈 것인가? 선택은 조직 구성원에게 달려있습니다. 특히나 이끌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거나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에게 달려있습니다.

비공식 규범이 공식적 규범을 더 앞서는 예도 있습니다. 그런 무형식의 전통을 가진 곳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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