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단_087 완곡어법은 조직의 윤리의식을 강화시킬까?

군인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를 무엇이라고 하나요? 일반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전쟁 스트레스에 관한 용어도 진화하고 있었습니다.

제1차 세계 대전 때에는 ‘포탄 충격(Shell Stock)’으로 대포의 위력에 압도당한 군인의 심정을 표현했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전투 피로증(Battle Fatigue)’으로 변화했습니다. 이후 한국전쟁에서는 ‘작전으로 인해 탈진(Operational Exhaustion)’이 스트레스를 정리하여 통용했습니다. 베트남 전쟁 때 마침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용어는 일반인들도 널리 사용하는 단어가 된 것입니다. 이런 용어의 내면에는 목숨만이 오가는 것이 아닌 생사의 갈림길에서 밀려드는 극심한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공포가 함께 담겨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런 전문 용어를 사용하면서 병사들의 고통은 압축되어 묻혀 버렸습니다. 그리고 사회에서는 이 이슈에 대해서 별것 아닌 것처럼 외면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합니다.

기업이나 조직은 이렇게 압축된 단어로 본질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과거를 다시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부인하려는 시도이기에 경계해야 할 부분입니다.

본질이 바뀌지 않았다는 전제조건으로 ‘수익 관리’나 ‘장부 조작’이라는 귀에 거슬리는 용어는 ‘분식 회계’라는 용어로 바뀌면서 덜 거슬리는 표현으로 바뀌게 됩니다. 방사능은 ‘선사인(Sunshine) 단위’로 측정되고, 오염 물질은 ‘유출물’로 변하고, 화학폐기물은 ‘부산물’이라는 완전히 용해된 단어로 변모하게 됩니다. 근로자들이 ‘감원’, 감축’되지만 좀처럼 ‘해고’되지 않는 것입니다.

해로운 행동의 잔인성을 부드러운 언어로 위장함으로써 용납되지 않는 행동을 이해시키고, 비윤리적인 업무 행위를 흔히 발생하는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이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비윤리적인 행동을 위장하고 숨기는 한, 그것을 부담스럽지 않게 용납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그것을 실제로 권장하는 정도에까지 이를 것입니다.

무재해 일자를 벽에 게시하고 시간을 재는 제조현장을 바라보면서 그 수치에 나타난 놀라운 무재해를 회사의 신뢰로 꼽습니다. 비행기 조종사가 단계별로 수행한 비행시간이 성적표처럼 따라다니는 것을 보면서 존경심과 전문성을 갖게 되는 것과 유사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부 검증을 거치기도 전에 내부 직원이 그 무재해 기록을 잘못된 기록이라고 말하면서 수많은 진실은 과연 존재하기는 했었던 것일까 하는 의심의 마음을 하게 합니다.

완곡어법이 다소 조직에 불편한 모습을 보일지는 모르지만, 오히려 사실을 왜곡하는데 작동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직설적인 표현을 상처를 주는 불편하게 생각하여 완곡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을 받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감추거나 왜곡시키고 있는 완곡어법이 과연 조직의 윤리의식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깊이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위장된 완곡어법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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