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단_090 필리핀 농부의 성공 비밀은 자물쇠 상자

한 아주 커다란 농장에 농부들이 모였습니다. 워낙 큰 농장이라 세계 각국에서 농부들이 모여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곳 농장에는 농부에게 똑같은 농자재와 농토를 주고 수확의 일정부분만 농장주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자율권이 주어진 농장이었습니다. 몇 년 후 기계가 농부의 일을 대신하게 되면서 농장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농장을 떠나는 시점이 되니 그간 짐들도 정리하고 가족들에게 줄 선물도 준비하고 분주해졌습니다.

유독 한 농부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간 꿀단지처럼 일이 끝나면 탁자 겸 의자로 동고동락을 함께 해 온 상자를 가진 농부였습니다. 필리핀에서 왔기에 ‘필리핀 농부’라는 별명을 가진 이 농부는 묵직한 자물쇠가 굳게 잠진 큰 상자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몇 년을 지내면서 더 이상 살림을 늘리지 았았습니다. 자신 조차 접근이 허용되지 않은 ‘자물쇠 상자’에는 허투이 쓰지 않은 돈이 가득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 어떤 농부보다도 더 많은 돈을 모은 것입니다. 가족과 떨어져 먼 곳에서 농사를 지어 가족을 부양하겠다는 모두의 소망을 갖고 출발했지만, 결승점에 도착한 필리핀 농부가 돋보였던 것은 바로 욕구 자아를 억제하는 전략의 성공이었습니다.

‘필리핀 농부’는 자신이 번 돈을 즉시 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없애 버림으로써 욕구 자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였습니다.

한 대학생이 취업 준비에 앞서 가족들에게 비밀번호 변경을 요청했답니다. 그간 SNS에서 유명세를 탔고 팔로워가 수 천 명이나 되는 이 학생이 가족에게 비밀번호 변경을 요청한 사실은 쉽게 믿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SNS에 접속할 수 없도록 만들어서 입사 준비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로 볼 수 있습니다. 윤리적 판단으로 접근해서 설명하자면, 자신의 ‘욕구 자아’ 활동을 제한하고 ‘규범 자아’가 살아나도록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한 경우에도 욕구 자아가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선택한 행동 방침을 지속하려는 것을 의미하는 ‘몰입 상승 효과(Escalation of commitment)’가 있습니다. 자신의 결심을 사전에 공개적으로 약속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이 성공한다는 것을 실험적 결과로 보여줍니다. 스스로 금연에 성공하는 것보다 공개적으로 금연을 선언하고 금연을 시도하는 것이 휠씬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존중할 만한 의견을 지니고 있으며 매우 윤리적이라고 판단되는 편향성 없는 사람과 의견을 나눔으로써 당신이 의도하는 윤리적 선택을 사전에 약속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몰입 상승 효과’을 얻을 수 있고 이런 것이 잠재적으로 자리를 잡아 당초에 계획하고 희망하던 의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필리핀 농부’의 자물쇠 상자, 취준생의 비밀번호 위탁 등 ‘사전 위탁 장치’을 통해서 ‘몰입 상승 효과’를 높이는 방법 등이 윤리적 의사 결정을 돕는 잠재적 자물쇠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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