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단_099 우리가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나라간 소득을 비교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자급자족하니까 하루 1~2달러로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어치피 자기 논밭에서 키운 작물을 먹고 살 텐데 생활비가 많이 필요할까요? 인류의 12억 2000만 명은 하루 수입이 1.5달러 미만인 극빈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당장 굶어 죽진 않더라도 선진국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죽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개발도상국 국민의 평균 기대수명이 급격히 치솟았다고 하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사람들의 기대 수명은 이제 겨우 56세인 데 비해 미국인의 평균수명은 78세를 넘어섰습니다. 이들의 삶의 다른 면면을 살펴봐도 궁핍 그 자체입니다.

극빈층의 생활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MIT 경제학자 압히지트 바네르지(Abhijit Banerjee)와 에스터 듀플로(Ester Duflo) 교수가 13개국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극빈층은 수입 대부분을 식비로 쓰는데도 하루 섭취 열량이 평균 1400㎈에 불과합니다. 활동적인 성인 남성 및 신체 활동이 특히 여성의 권장 열량에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극빈층 대다수가 저체중과 빈혈에 시달리는 이유입니다. 가정에 라디오를 갖춰 두긴 해도 전기, 화장실, 수도 시설은 없습니다. 의자나 탁자가 있는 집은 10%도 안 됩니다.

그런데 ‘하루 1.5달러’가 ‘2018년 미국에서 1.5달러’로 구매할 수 있는 것과 동등하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극빈층이 없으므로 시중에서 이렇게 극단적으로 싼 상품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미국에서 파는 최하급 쌀은 에티오피아나 인도의 최하급 쌀보다 품질이 월등합니다. 미국에서 매매되는 그 어떤 주택도 극빈선인 하루 1.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사는 진흙벽돌집보다 월등합니다. 진흙벽돌집이나마 ‘집’인 까닭에 극빈층도 ‘자기 소유’가 가능한 것입니다. 자기 집이 있다고는 하지만 삶의 질은 형편없습니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면 선진국 사람들은 소득분포 곡선의 꼭대기에 위치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힘을 지니고 있다는 말입니다. 상대적으로 부유하기 때문에 같은 돈이라도 자신이 아닌 빈곤층을 위해 쓸 때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큰 선행을 할 수 있습니다.

가령 1달러로 개발도상국 지원단체에 기부하거나 공정무역 상품을 사면 우리 수중에서 1달러가 없어지고, 그 돈은 극빈층 인도 농부에게 전해집니다. 그 1달러로 가난한 인도 농부가 누리는 편익은 우리가 누리는 편익보다 훨씬 큽니다. 이는 돈이 많을수록 소유자가 체감하는 돈의 가치도 떨어진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 법칙입니다.

소득수준과 주관적 안녕감의 관계를 규명했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소득이 2배 늘어날 때 증가하는 주관적인 안녕감의 폭은 늘 같다는 점입니다. 연 소득 1000달러인 사람의 소득이 1000달러 늘었을 때, 2000달러인 사람의 소득이 2000달러 늘었을 때, 10만 달러인 사람의 소득이 10만 달러 늘었을 때 증가하는 주관적인 만족감도 같다는 말입니다.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당신의 소득이 2배 증가했을 때 발생하는 편익과 극빈층 인도 농부의 소득이 2배 늘었을 때 발생하는 편익은 똑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론적으로는 똑같은 금액으로 미국의 일반인보다 가난한 나라의 극빈층에게 100배 더 많은 편익을 제공할 수 있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미국 노동자의 평균 소득인 연 소득 2만8천 달러(한화 약 3천만 원) 번다면 전 세계 극빈층보다 100배 더 부유한 셈이고, 이는 똑같은 추가소득으로 당신이나 내가 얻는 편익보다 극빈자가 얻는 편익이 100배 더 크다는 말과 같습니다.

소득이 행복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닙니다. 안전, 정치적 자유 등 다른 요인들도 있습니다. 그렇긴 해도 소득이야말로 행복, 건강, 수명에 있어 결정적인 변수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을 높여 줌으로써 그들이 얼마나 큰 혜택을 누릴지 알 수 있으면 똑같은 돈을 우리 자신에게 쓸 때보다 극빈층을 위해 쓸 때 얼마나 더 큰 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다는 사실로 미뤄 당신은 아마도 연 소득이 1만6000달러 이상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 당신은 세계 인구의 상위 10%에 해당한다는 뜻이며, 특별한 일이기도 합니다.

250년 전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의 긴 시기 동안 전 세계 인구의 평균소득은 하루 2달러 안팎이었습니다. 1800년에는 미국의 1인당 GDP가 현재가치로 따지면 고작 1400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은 4만2000달러를 웃돌고 있습니다. 겨우 200년 남짓한 시기에 미국인은 30대 더 부자가 된 것입니다. 한국인도 버금가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선진국 사람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눈부신 경제 성장기의 유산을 상속받은 엄청난 행운을 누렸습니다. 경제 성장 덕에 우리는 추천 킬로미터나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는 기술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빈곤층의 삶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이들을 돕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줄 과학적 지식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편익보다 100배 더 많은 편익을 남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걸 똑똑히 확인하였습니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나 한 사람으로 적어도 100명의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한 것입니다. 우리는 멈추어서는 안 될 위치에 서게 된 것입니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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