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단_110_당신의 조직은 ‘직원의 성장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까?

당신의 조직은 ‘직원의 성장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까?

회사를 다니다보면 많이 하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많은 경우 성과보다는 노력과 개인의 발전에 초점을 맞추는 말입니다. 더 잘할 수 있는데 잘하지 못했지만 나는 발전했으므로 다음 기회에는 더욱 잘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한 사람의 성장, 그리고 개인의 성장에 중점을 두는 조직문화가 사실은 기업이 성공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로버트 키건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발달심리학자)와 리사 라스코 라히 박사가 내놓은 ‘에브리원 컬처(An Everyone Culture : Becoming a deliberately developmental organization)’다. 이 책은 번역을 진행 중으로 한국에서도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에브리원 컬처’를 이 책의 주장에 맞게 번역한다면 ‘모두를 성장시키는 조직’이라고 쓰면 된다. 부제인 ‘deliberately developmental organization’은 ‘직원의 성장을 중심에 두는 조직’으로 번역됩니다. 줄여서 ‘DDO’입니다.

이 책은 심리학 연구결과에 그 학술적인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약 30년 전 우리는 사람의 지적 수준, 정신적인 복잡성이 아래와 같은 그래프를 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즉, 신체적인 성장이 끝나면 정신적인 성장도 끝나 그 상태에서 평생 동안 머문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생각이나 시각이 20대 후반에 고정되고, 그 이후로는 가치관이 잘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도 이런 관점입니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인간의 지적인 복잡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계를 두고 성장합니다. 다만, 육체적인 성장이 시간이 지나면 나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과 달리 정신적인 성장은 나이가 든다고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저자들에 따르면, 성인의 성장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고 각 단계에서 개인이 조직 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다르다고 합니다. 첫째는 사회화된 마음(Socialized Mind), 두 번째 단계는 자기주도적 마음(Self-authoring mind), 세 번째는 자기변용의 마음(Self-transforming mind)이다. 윗단계에 있는 사람은 아랫단계의 성장과정을 거친 사람입니다.

사회화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조직에서 일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세인 팀플레이어의 마음을 갖고 리더를 따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전체 성인 중 8~14%가 이 단계에 올라 있고 이 단계에 오르지 못한 사람은 1~5%, 올라가고 있는 사람은 2~8% 정도로 추정된답니다.

다음 단계가 자기주도적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사회의 요구가 아니라 자신이 목표를 주도하는 사람입니다. 문제를 해결할 줄 알며,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팀의 리더가 되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전체 성인의 34~35%가 이 수준에 올라 있으며 32~47%가 이 단계에 올라가고 있습니다.

마지막 단계가 자기변용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리더를 이끄는 리더이며 사람들이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도록 만들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을 하나가 아니라 다양한 프레임으로 볼 수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뛰어넘어 문제 자체가 무엇인지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전체 성인의 1% 이하가 이 수준에 올라 있으며 6~7%만이 이 수준으로 올라가는 과정에 있답니다.

결국, 우리가 성인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모두 자기주도적 마음을 가진 것이 아니고 일부는 사회화된 마음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또 전체에서 10% 이하만이 더 높은 수준인 자기변용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타고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공부를 통해 더 높은 수준의 학문을 배우는 것처럼, 정신적 복잡성도 개인의 발전을 통해서 더 높은 단계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성장을 이끌어낼 최적의 장소는 성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에는 세 개의 회사가 대표적인 DDO라고 나옵니다. 첫 번째는 넥스트점프(NextJump)라는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KBS스페셜 다큐멘터리에도 나온 회사로 한국계 미국인인 찰리 김이 CEO입니다. 두 번째 회사는 1200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Birdgewater Associates)입니다. 금융시장에서는 모르는 이가 거의 없는 회사로 레이 달리오라고 하는 천재적인 펀드 매니저가 창업했습니다. 세 번째 회사는 데큐리온(decurion)이라는 회사입니다. 아크라이트 시네마, 퍼시픽 시어터라는 영화관 운영을 주 사업으로 하는 회사인데 부동산 개발과 실버타운 운영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이 세 회사들의 운영형태와 철학은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불편하고 ‘오버’한다는 느낌까지 줍니다. 왜냐하면 개인의 성장을 위해 세 조직은 공통적으로 직원의 ‘약점’을 드러내고 이를 극복할 때까지 치열하게 밀어붙이기 때문입니다. 키건 교수는 DDO가 직원들을 잘 대해주고, 복지를 좋게 해주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조직이라고 설명합니다. 무서울 정도로 솔직한 피드백, 그런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익숙한 문화, 그 과정을 통한 성장을 독려하는 분위기로 DDO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넥스트 점프는 모든 신입사원이(경력을 가진 신입사원도 마찬가지다) 3주간의 개인 리더십 부트캠프에 참여합니다. 여기서 자신의 약점(backhand)을 찾아내게 됩니다. 이는 모든 직원들에게 공유되며 3주간의 부트캠프가 끝나면 동료들 앞에 자신이 경험한 것과 약점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발표해야 합니다. 만약, 그가 자신의 약점에 대해 솔직하지 않았다고 코치가 느끼게 되면 그는 다시 부트캠프에 들어가거나 아니면 5000달러를 받고 회사를 떠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 같은 문화는 임원들에게도 적용됩니다. 현재 데큐리온의 최고브랜드 책임자인 노라 대시우드는 극장업계에서 23년간 일하다 데큐리온으로 이직했습니다. 그녀 역시도 부하직원들로부터 임원으로서 그의 한계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고 이를 찾아 극복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브리지워터는 더 극단적입니다. 브리지워터의 모든 회의는 녹음됩니다. 또한 누구든 이 기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업무도 진행됩니다. 심지어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에게도 솔직한 피드백이 오고 갑니다. 이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이를 통해 사람들이 성장하고 조직문화가 개선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이 같은 조직은 성과도 좋을까요. 브리지워터는 워낙 성공적인 회사여서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듯합니다. 데큐리온과 넥스트점프는 브리지워터 같은 큰 성공을 거둔 회사는 아니어도 업계에서는 인정을 받는 기업으로 보입니다.

모든 회사가 이 같은 ‘직원의 성장을 중심에 두는 조직’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세 회사는 모두 비상장 회사로 직원 규모도 많게는 1700명(브리지워터)에서 적게는 200명(넥스트점프)에 불과합니다. 특히 나이와 연공서열을 중시하고 솔직한 피드백을 부담스러워하는 한국에서 DDO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과제로 보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성장을 중요시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동양적인 문화에서도 DDO는 어느 정도 적용이 가능해보입니다. 요즘의 젊은이들(밀레니얼 세대)이 금전적인 보상보다는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는 점에서, 직원들에게 성장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은 좋은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인센티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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