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에 주목하라 – [시니어조선] Oct. 2013. vol 18

지금까지 시니어를 향한 일반적 시각은 거의 고정돼 있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별개의 존재로 인식돼왔다. 통계 수치와 경제 지표 역시 시니어를 부담스러운 존재로만 여겼다. 시니어는 사회와 단절된 채 무기력한 모습, 거추장스러운 존재, 극복해야 할 대상, 그리고 해결 못할 향수를 자극하는 주변인이었다. 특히 당장의 자극으로 관심을 끌어야 하는 대중매체는 시니어에게 무심하기에 충분했다.

대중매체는 상업적 목적을 우선으로 하며, 시청률 앞에 어떤 양보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시니어의 소외는 일면 수긍이 가는 데가 없지 않다. 그런데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바로 ‘할배바람’이다. 이러한 현상은 무엇보다 올여름 최고의 히트 상품인 ‘꽃보다 할배’가 몰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4인방의 시니어, 이른바 ‘꽃할배 H4’는 아이돌과  톱스타를 조연으로 밀어내면서 대중매체를 들었다 놨다 하는 진폭을 발휘했다. 놀라운 일이다. 할배들이 젊고 잘생긴 스타들을 제치고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꽃할배들의 치명적 매력

첫째는 시니어들의 당당함을 담았다는 점이다. ‘꽃보다 할배’의 어디에서도 어려 보이려는 노력, 늙지 않으려고 애쓰는 장면을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투정도 부리고 화도 내는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일 뿐이다. 솔직담백한 할배들은 거침없이 직진한다. 늙음이 부끄럽지 않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이는 모습에서 그들의 당당함을 엿볼 수 있다.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자신감 있는 할배들에게 시청자들은 쉽게 마음을 열었다.

둘째, 신선한 소재에서 찾을 수 있다. ‘직진 순재’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순재(1935년생), ‘구야형’ 신구(1936년생), ‘로맨틱 가이’ 박근형(1940년생), ‘섭섭이’ 백일섭(1944년생), 이들의 평균 연령은 70세를 넘는다. 나이만 놓고 보면 이들은 결코 신선하지 않은 방송 소재다. 한물간 연예인들의 넋두리 프로그램은 아닐지 의구심까지 들 정도다. 하지만 방송을 보면 이들이야말로 지금까지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소재라는 점을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시청자들은 꽃할배 4인방의 솔직한 입담과 거침없는 행동, 그리고 꾸밈없는 일상을 오로지 이 프로그램에서만 만나게 된다. 여기에 더해 ‘꽃보다 할배’는 시니어가 가진 통찰력과 지혜를 예능적 표현 방식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인상적이다. 그들은 오랫동안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맛본 사람만이 내놓을 수 있는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한다. 이는 젊은 연예인들로 구성된 타 예능 프로그램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소재다.

셋째, 세대 화합의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배낭여행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일 뿐 시니어들은 패키지 여행이나 어울릴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할배들이 배낭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그것도 한참 어린 후배 배우와 함께 말이다. 갈등 요인은 다분해 보인다. 과연 이들이 어떻게 함께 지낼 수 있을까? 서로 말은 통할까? 짐꾼을 너무 부려먹지는 않을까? 하지만 꽃할배 4인방은 이러한 닫힌 인식을 한방에 무너뜨린다.

할배들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좌충우돌 목적지를 향해 걷고 또 걷는다. 비록 후배 연기자들이 짐꾼과 가이드 역할을 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선후배적 위계질서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같은 공간에서 고생과 기쁨을 함께 나누며 할배와 젊은 세대가 공감해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바로이 대목에서 우리는 세대 간 화합의 가능성을 읽을 수 있고, 그것이 보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을 얻게 한다.

시니어 시장에 한발 더 가까이 시니어 비즈니스 업계 종사자로서 ‘꽃보다 할배’의 대중적 인기는 무척이나 반갑게 다가온다. 시니어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니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무대 역시 더 많이 주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행히 그러한 조짐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시니어를 위한 전용 상품이 최근 들어 부쩍 증가한 것. 예전에는 건강 관련 상품이나 금융상품 위주였던 데 비해 최근에는 시니어 전용 스마트폰, 쇼핑몰, 보안설비 등 다양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시니어들의 문화적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은퇴한 시니어들이 주축이 된 연극단이나 합창단, 봉사단이 생긴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시니어에 대한 대중 친화적 이미지 덕분에 시니어 전문 모델도 맹활약 중이다.

전문가들은 시니어를 타깃으로 하는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섣부른 전망은 금물이다. 시니어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 기본이 될 때, 이러한 예측이 현실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접근 방법으로 시니어 시장에 다가가야 할까?

우선, 시니어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시니어에 대한 고정된 시각에서 자유롭지 않다. ‘꽃보다 할배’의 인기 요인은 어찌 보면 사람들의 고정 관념에서 탈피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니어에 대한 막연한 생각들을 일단 훌훌 털어버리자. ‘시니어는 보수적이다.’, ‘시니어는 소비성향이 높지 않다.’, ‘시니어는 새로운 것에 둔감하다.’ 이러한 생각으로 시니어를 기존 관념 안에 가두어서는 곤란하다. 실제 5060 시니어 타깃의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은 크게 증가하고 있고, 유통업계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그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다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시니어를 노인이라는 틀에 가두어서는 안 된다. 그들 스스로 뒷방 늙은이 취급할 거라는 생각은 오해일 뿐이다. 지난 2011년 (주)시니어파트너즈가 교보생명과 함께 40∼6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54.4%가 ‘70∼74세는 돼야 노인이다’라고 응답했으며, ‘75세는 넘어야 한다’는 답변도 14.4%에 달했다. 물론 신체적 제약으로 젊은 사람들과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마음만은 청춘이다. 그 점을 이해해야 시니어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을 가질 수 있다.

시니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닫힌 마음을 열었다면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열린 마음으로 시니어를 생각해봐도 그것은 상상의 한 조각일 뿐.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다. 10월 10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2013 서울국제시니어엑스포’는 시니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약 3만 명의 시니어가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하니 큰 어려움 없이 시니어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임에 틀림없다. 그들이 무엇에 관심을 보이고 무엇을 소비하는지를 현장에서 가감 없이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현재 ‘꽃보다 할배’ 제작진은 잠시 호흡을 고르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할배들이 나서서 제작진에게 다음 배낭여행지를 추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하니 그렇게 오래기다리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래도 브라운관 속 할배 이야기에 흠뻑 빠진 이들은 여전히 할배앓이 중이다. 문득 이들에게 브라운관 밖 할배들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지 사뭇 궁금해진다. 조금은 더 친숙해지고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는 에너지를 그들에게서 느끼게 되지 않았을까? 많은 이들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또 다른 할배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면 좋겠다. 할배들은 이미 우리 곁에 한층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 김형래

본 칼럼은 조선에듀케이션과 시니어파트너즈가 공동발행하는 [시니어조선] 2013년 10월호, Vol 18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enior.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0/03/20131003034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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