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나의 책 [시니어조선] Apr. 2014

김형래((주)시니어파트너즈 상무)

Column

아무리 작은 이야기라도 나의 후대에게는 대하드라마 못지않은 의미를 가진다. 지금껏 타인의 역사를 보고 읽으며 즐겼다면 이제는 남이 즐길 수 있는 역사를 내 손으로 기록해보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과거를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시도이고, 사건의 원인과 배경을 설명하는작업’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사건들을 서로 연결하지 않고 단순히 목록화하는 것을 연대기라고 정의했다. 연대기 작가는 사건들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역사가는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을 일으킨 관점이나 그 사건에 끼친 영향까지도 설명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제를 남겼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이 여행 속에서 그 시대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문화와 생활을 체험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할 일은 남아 있다. 역사적 사실을 거울 삼아 현재를 배우고 미래를 살아갈 올바른 길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종종 사람들을 역사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한다. 역사 드라마가 방송 프로그램의 한 축을 맡으며,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gettyimages/multibits

역사 드라마에는 과거를 통해서 오늘을 비판하고 내일의 희망을 추구하려는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근 큰 화제가 되고 있는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 역시 이 같은 말을 많이 듣는다. 드라마 속 정도전 역을 맡고 있는 배우 조재현이 “지금이 600년 전의 고려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 드라마는 현재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정도전’과 같은 역사 드라마가 지금 현 시대에만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는 없다. 역사는 시대와 상관없이 보편타당한 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주몽’, ‘이산’, ‘허준’, ‘천추태후’, ‘왕과 비’, ‘여인천하’, ‘설중매’, ‘선덕여왕’, ‘해를 품은 달’, ‘성균관 스캔들’, ‘불멸의 이순신’ 등 우리의 사랑을 받은 많은 역사 드라마를 지금 다시 본다고 생각해보자. 아마도 철 지난 유행가를 듣는 느낌은 아닐 것이다. 방영 당시에는 느낄 수 없었던 지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훈과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꼭 한 나라의 굵직굵직한 사건만 지칭하는 거대 담론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한 집안의 기록 또한 그 줄기에 서 있는 자들에게는 소중한 역사이다. ‘정도전’의 기록만 역사가 아니라 우리의 작은 이야기도 역사란 말이다. 우리 모두는 그러한 역사가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 어떤 드라마보다 흥미로운 내 가족의 역사 

15년 전, 소설가 김탁환이 쓴 역사 소설 <불멸의 이순신>을 읽으면서 ‘우리 조상은 당시에 무슨 역할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때 집안 한 귀퉁이 빛도 없는 곳에 보자기에 쌓여 깊숙이 잠자고 있던 우리 집 족보를 꺼내어 조심스럽게 과거를 들춰보았다.

첫 방문지는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1592년. 몽(夢) 자, 호(虎) 자 되시는 26대 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명종 12년인 1557년에 태어나셨고 선조 15년인 1582년 사마시(司馬試)에 급제하신 지 10년이 지난 시기가 이때였다. 분명 임진왜란 때 관리로서 항쟁하셨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이후 그분의 행적을 뒤쫓아보니 1613년에 사간원 정언(司諫院 正言) 등을 역임하시고 1614년 사헌부 지평(司憲府 持平) 장령(掌令)을 역임하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해 1615년 심경(沈憬)이라는 사람의 무고로 정경세(鄭經世) 등과 심문을 받았으나 근거가 없어 석방되셨고, 1623년 인조 원년에 공조참의(工曹參議)로 발탁되셨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나는 족보를 보면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우리 가족의 역사가 그 어떤 드라마보다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아마 앞서 소개한 내용은 다른 이들에게는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다르다. 그 어떤 역사 드라마보다 박진감 넘치고 생생하게 다가왔다.

1949년에 인(麟) 자, 기(起) 자 쓰시는 조부께서 전란을 예상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수천 년 본향인 강릉을 떠나 속리산 쌍곡(雙谷)으로 식솔 모두가 함께 이사를 하셨다. 고모를 통해 전해 들은 말이다. 전란을 피해 미리 이사한 예지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렇기에 이를 구체적인 기록으로 남겨두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것은 가치의 확장을 수반한다. 기록은 나의 개인적 경험을 전파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내가 모르는 그 누군가가 내가 쓴 글을 읽으면서 나와 관계를 맺게 된다.

기회가 된다면 꼭 자신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겨보기를 권한다. 물론 자신에게는 “글재주가 없다”거나 “딱히 기록으로 남길만 한 일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우리는 거창한 대하드라마를 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살면서 겪은 소소하고 작은 역사를 그저 기록하는 것일 뿐이다. 아무리 작은 이야기라도 나의 후대에게는 대하드라마 못지않은 의미를 가진다. 지금껏 타인의 역사를 보고 읽으며 즐겼다면 이제는 남이 즐길 수 있는 역사를 내 손으로 기록해보자. 누군가에게는 큰 선물이 될 것이다. 기대되지 않는가?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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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02-3218-6234

본 칼럼은 《시니어조선》4월호 2014, 에 게재된 글로 김형래가 썼습니다.

http://senior.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3/25/20140325033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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