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당신의 가치를 증명하라-48] 오마하에서의 추억 정리, 그리고 지킬 자신이 없는 또 다른 약속

떠날 시간을 정해 놓고 시작했던 이곳 오마하에서의 생활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내 방부터 정리해야겠다. 평소에 전혀 손대지 않은 상태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아마도 아침 출근하기 직전의 모습인 것 같은데, 침대 옆 스텐드위에는 TV 리모콘, 알람시계, 카메라 배터리 충전기 그리고 핸드폰이 놓여있다. 스테플러, 비타민제, 사탕, 껌이 막춤을 추듯 자연스럽다. 의자에는 수건이 반항하듯 걸려있고, 책상 위에는 노트북 컴퓨터를 태웠던 할로겐 전등이 폭설처럼 빛을 내리 쬐고 있고, 옆에 컴퓨터 딱 한 대 분량의 크기로 자리잡았다. 노트북 앞에는 카드집이 있고, 책상 오른 쪽에는 보다 만 책과 신문이 엉켜있다. 아마도 책위의 검은 색은 장갑같다.

바로 첫번째 큰 책꽂이에는 책들이 옆으로 놓여있고,  필통에는 호화롭게 여러개의 펜을이 세워져 있다. 할로겐 전등 위의 좁은 공간 왼쪽에는 오마하에서 생활하면서 받은 영수증이 하루하루 꼽혀있는데 분량이 한뼘 가까이나 된다. 아내의 걱정거리를 이곳에서 또 만들었다. 그 옆에는 컴퓨터 연결코드가 자리잡았고, 비스듬히 이곳에서 받은 편지 세 통이 기울어 있다. 책꽂이 맨 위에는 내비케이션 케이스가 공책 위에 위태하고 그 옆으로는 과제와 두 개의 공책이 요염하다.

TV 옆에는 에드퀸 교수의 사진 액자가 세워져 있다. 갔다 드려야 할 것인데, 바닥에 있는 비닐 봉지에는 아마도 감자칩 먹던 것이 담겨있을 것 같다. TV 거치대 밑에는 신문이 종류별로 있고, 앞쪽 검은 색 덩어리는 바로 가방. 그리고 선물로 준비한 내가 쓴 책이 세워져있고, 카메라 렌즈 케이스가 책위에 있다.

꾸밈없는 생얼의 내가 살던 홈스테이 내 방의 모습이다. 이 방을 정리해야 한다.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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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은 마루에 카페트, 내가 움직일 때 마다 나무 바닥은 음계에 따라 소리내는 삐걱이 피아노 같았다.]

추위에 떨어 양가죽점퍼를 입고 잔적이 여러번 있었다. 그래도 난 살아있는 것을 이 방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난 이 좁고 추웠던 방을 기억해 낼 것이다. 고통의 장소가 아닌 추억의 장소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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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써서 정리를 했을 때 모습이다. 여전히 책상 위는 좁고, 할로겐 전등은 위험하고, 밖은 춥다.]

고백하건데 나는 여기서 딱 한 가지는 정말로 잊고 지냈다. 누가 물어본 적도 없고, 내가 이것을 가지고 비교하지고 않았으며, 남들에게 물어보지도 않았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바로 ‘나이’다. 나이를 이유로 채용에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곳의 법이요. 1986년 제정. 그리고 누구도 나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편했다. 단 한 번 시카고 오하라 공항에서 공항직원이 늙은 나이에 공부하러 가면 박사가 되겠냐? 고 비아냥 거렸던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난 이곳에서 ‘쉰 살’이라는 나이를 잊었다. 잊고 살았다. 관심 밖의 일이었다. 나이 차별없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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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새로 산 과제용 도서와 관심있는 분야의 책들, 나는 책사는 것만큼은 광적인 면이 있나보다.]

“친구들에게 우리집 거실엔 옷장이 없단다.”라고 자랑하듯 말해왔다. 안방에 옷장 있을 자리에 책장이 배꼭하게 자리잡은, 아내로서는 어처구니 없는 형상을 하고 있다. 유학 전, 아내와 어머니와 나 셋이서 어떻게든 거실로 책장을 옮기는 방법을 강구하려고 해 보았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곳에서 산 책이 한 두 권이 아니다보니, 배송의 문제가 생길 상황이다.

분명 아내가 이런 말을 할 것 같다. “서울에서도 다 살 수 있는 책 아닌가요? 그 무거운 것을 뭐하러 미국에서 힘들게 사 오셨어요? 기념품도 아닌 것을?” 아마 나는 이렇게 답을 할 것 같다. “이 책들은 수업에 쓰였던 교재야, 그러니 미국에서 살 수 밖에 없었고, 그렇다고 이 책을 버리고 갈 수는 없지 않겠어?” 혼잣말로 아내의 걱정을 상상하는 것을 보니, 이제서야 아내와의 상봉을 상상하게 될 정도로 시간이 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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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왼쪽에 노트북 컴뷰터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외장 하드 디스크. 사진 찍는 것 방해받지 않았던 곳]

오마하에 오면서 인터넷을 통해서 죄다 뒤져 보았지만, 이곳에 오락거리란 전혀 없는 듯 싶었다. 만일 기회가 있으면 우리 두 아이를 이곳에 유학시키고 싶을 정도로 ‘시골’이다. 그래서 평소에 내가 즐기던 취미를 제한없이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사진찍기’ 잔소리하는 아내도 없고, 걱정하는 ‘어머니’도 없으니 이곳에서 사진찍는 것은 정말 무한대였다.  이곳에서 찍은 사진만 6천200장이 넘는다. 카메라 중고가격이 뚝 떨어졌을 것 같다.

이제는 카메라 메모리와 노트북 컴퓨터에 있던 사진들도 고스란히 외장 하드 디스크로 옮겨야 한다. 맨 왼쪽에 명함이 쌓여있다. 명함도 다 컴퓨터에 정리해 넣어야 한다. 이곳에서 받은 명함이 딱 50장이다. 이 중에는 식당안내 명함도 포함되어 있지만, 어쨋거나 내가 사회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약 7천 명을 만났는데, 오마하에 있는 기간에도 새로운 만남을 쉬지 않았다는 것에 조금은 성과가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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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증만 있으면 언제든지 입을 열어주던 공짜 신문대, 많이 아쉬워 할 것 같다. 오늘 뉴욕타임즈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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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없이 살아간다는 것을 상상하기 조차 힘든 상황, 난 이곳에서도 부지런을 떤 덕분에 문제없었다.]

절대로 불법 주차를 하지 않은 이곳 학생 및 교직원, 자리가 없으면 통로에 차를 시동을 걸어논 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마냥 기다린다. 이곳 중부 지역 사람들은 법없이도 총없이도 살 수 있을 것 같이 참으로 유순하고 친절했다. 펀드매니저 공부하러 갔던 뉴욕과는 정말로 다른 곳이었고, 시찰하러 갔던 샌프란시스코의 서부 지역과도 정말 달랐다.

어쩌면 이곳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기를 학수고대하는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답답하다고 생각하면 정말 숨이 컥컥 막혀 올 것만같은 곳이다. 나는 이곳의 생활을 정리하고 반추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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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2층 조각상, 이 넓은 도서관에 날마다 자리가 비어있음은 늘 축복이었다. 제일 그리워할 것 같다.]

늘 조바심을 갖고 다녔던 도서관의 선입관을 깨 준곳이 바로 이곳 네브래스카 대학의 도서관이다. 단기 유학생인 나에게 그 어떤 차별도 없이 규정된 시간에 문을 열어 주었고, 언제든지 시설을 구별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나는 이곳에서 내 평생 한 번도 자리에 뜨지 않고 지낸 최장의 학습시간을 기록할 수 있었다. 7시간. 나는 어떠한 강요도 강제도 없이 자발적으로 공부하면서 7시간을 지낸 곳이 이곳 도서관이었다. 이제 이 도서관도 오랜 시간 다시 오지 못할 곳으로 생각하고 정리해야 한다. 그간 무한대로 열어준 도서관에 대해서 감사. 그리고 그 자리를 양보해준 네브래스카 대학의 학생들에게 감사. 도대체 이곳 학생들은 수업 끝나고 어디에 갔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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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출입문, 그러나 발로도 팔꿈치로도 열을 수 있었고, 수십명이 한꺼번에 드나들 수 있었다.]

뉴욕에 갔을 때, 엠파이어스테이츠 빌딩의 작은 출입구를 보고 놀랐었다. 그런데 이곳 학교의 넓직한 출입구가 너무 맘에 들었다. 수업이 시작되고 끝나는 시간 종소리는 없었지만, 이곳 육중한 출입문은 나에게 관대함과 예정을 가르쳐 주었다. 꽉 들어차도록 넒은 문. 이런 마음으로 세상을 다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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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출입문의 엄격한 임무, 아무리 춥더라도 그 강추위가 이 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

나는 바깥 출입문을 통해서 자신의 역할에 치열하게 엄격함을 배웠다. 체감온도 영하 40도를 수시로 오르내리는 바깥공기가 이 문을 절대로 통과하지 못하는 것을 경험했다. 아마도 이 문이 없으면 수 많은 강의실이 영하 40도의 혹한을 직접 만나게 될 것이다. 태산과 같이 나의 임무를 다하는 정신. 나는 이 문을 통해서도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제 이 문을 통과할 기회도 몇 번 없을 것이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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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개인좌석 2층, 가끔은 내가 하는 짓거리를 방해 받지 않을 수 있는 2층 구석의 열람실]

나는 이 자리에 앉아서 리포트를 썼다. 내가 쓰는 영어 문장이 얼마나 부끄럽고 수준 낮은 것이란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리포트를 쓰는 장소로서는 가장 좋았다. 가끔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감추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이곳 도서관은 나의 눈치를 휴가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한 두 시간 지나도록 있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 되었다. 긴장이 풀리면서 잠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깨워주는 사람이 없는 곳이니 오래 있을 수도 없었다. 이곳이 그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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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예약석, 나는 제한 없이 이런 예약석을 사용할 수 있었다.]

관광하러 온 것처럼 사진을 찍었지만, 그것은 계산된 행동이었다. 막연하나마, 유학기간 57일을 모두 글로 남기고 사진으로 남겨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실천할 수 있었다. 물론 재산이나 경제적 가치로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나 개인에게 있어서는 사무치도록 새로운 경험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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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뒤편 잡초]

주차장에서 도서관을 향할 때나, 도서관에서 주차장을 갈 때, 이 추운 겨울의 삭막한 색을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거친 바람과 맞서는 모습이 얼마나 장업하고 호쾌하게 보였는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봄이 오면 푸르름을  변신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내가 먼저 이곳을 떠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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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탑 주변]

시계탑을 중심을 북쪽은 주차장, 서쪽은 도서관, 남동쪽은 CPACS 우리 강의실이 있는 곳, 북북동쪽은 음대, 북동쪽에는 학생회관이 있다. 이 시계탑은 동문 부부가 기증한 곳이다. 몇 층 높지도 않은 이 학교의 명물로 아직도 ‘땡그랑”하는 종소리로 시보를 알리는 전통이 살아 있는 곳이 시계탑이다. 종종 걸음으로 이 시계탑에 모여서 박물관도 가고, 아이스하키장도 가고 했던 곳이 출발이 이 시계탑이다. 이 시계탑도 이젠 사진으로만 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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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uasive Speech가 진행된 Chancellor’s Room]

내가 처음으로 설득력 있는 연설로 만점을 받은 곳이다. 완벽하다는 의미로 만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언어로 남들에게 설득한다는 것을 시도했다는 것은 출발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그래서 난 이 첸슬로 방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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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다치로’가 잠들었다. ‘에드퀸’ 주임교수실 앞 대기실]

난 이곳에서 완벽하게 ‘학생’이 되었다. 직장인도 아니고 노땅도 아니고 보수꼴통도 아니었다. 그저 영어를 잘 못하면서 버둥대듯이 배우려고 노력하는 순수 학생이 되었다. 그래서 주임교수가 호출이라도 하면 나는 이곳 소파에 앉아서 정학이라도 떨어질새라 걱정의 눈길로 초조하게 부름을 기다리던 곳이었다. 나를 잠시지만 순수한 상태로 돌려 놓아주었던 곳이다. 난 이곳의 순수한 긴장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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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관에 있는 학생 식당에서의 점심]

학생회관의 식당은 유일하게 비좁다고 느꼈던 곳이다. 정말 점심시간은 다른 대안도 없었고 비좁았다. 음식도 비쌌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고,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도 서슴없이 얘기할 수 있었다. 그래서 흥미로웠고 신기했다. 그저 편안하게 다른 나라사람과 인종과 대화하면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는 것. 그래서 시장같았던 식당에서의 점심을 난 그리워할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기억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이름은 오래 기억나도록 추억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친절했던 것은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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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오마하 팀]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리면 본능적으로 나는 대한국민임을 깨닫는다. 아마도 오마하팀이 함성을 지르면 나의 피는 검은 색으로 바뀌면서 ‘Go Mavericks’를 외칠지도 모른다. 나는 이곳에서 흠뻑 동문임을 알고 떠난다. ‘고 매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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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로드의 반스앤노블 책방]

내가 사고 싶은 것들이 잔뜩 들어있어서 늘 흥분시켰던 곳이다. 심지어 점원이 나에게 포인트카드를 만들면 할인혜택이 있다며 오랜 시간 불편하게 나를 괴롭혔던 곳이다. 난 이곳에서 책을 사모으기 시작해서 급기야 큰 트렁크 하나 가득 책으로 채우고 말았다. 무게가 얼마나 더 나갈지 공항에서 또 하나의 과제를 남긴 곳. 아무튼 내가 가장 큰 유혹을 받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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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에 책]

은퇴관련 책들이 즐비하다. 다 사가는 것도 무리지만,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것도 의문이다. 그래서 눈에 넣어가기로 했다. 아내의 말대로 서울에서도 살 수 있다면 언젠가 사서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눈’에 담아왔다. 버리지만 않으면 책방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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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본 보더스]

크로스로드 몰의 건너편에 있는 보더스 책방. 늦은 밤 이 곳에서 나는 ‘동전책 (Coin Book)’을 사들고 온적이 있다. ‘데이빗’ 아저씨와 함께 미국 50개 주마다 발행하는 동전을 채워 넣기 위해서. 늦은 밤, ‘데이빗’ 아저씨와 어둑어둑한 식탁에 앉아서 ‘동전책’을 완성하던 추억을 시작하게 한 곳이 바로 ‘보더스’이다. 나는 이곳 보더스를 기억하고 싶다. (보더스의 많은 지점들이 실적악화로 문을 닫는다는 시사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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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스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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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스 앞으로 보이는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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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본 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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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보이는 보더스 커피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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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스 커피숍 입구]

그리고 이곳을 또 기억할 것이다. 나의 첫 돋보기 안경을 산 곳이다. 0.5로 표시된 가장 약한 돋보기이지만, 내가 나이 들어감을 신체적으로 직접 느끼게 한 것이 바로 책을 보는 시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확인하고 $8 짜리 돋보기 안경을 산 곳이 바로 보더스이다. 나의 늙음을 확인한 곳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럼 기약없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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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있는 저녁, 일본식당 사쿠라바나(SAKURABANA)에서 먹은 짬뽕(Champon)]

딱 한 번, 갑자기 국물이 먹고 싶어 일본식당을 찾았다. 아주 비싼 식당이었는데, 이곳에서 $25이나하는 짬뽕을 먹었다. 절대로 나는 미국음식이 질리지 않아, 그리고 김치 생각이 안나! 하는 나의 외침에 일침을 가한 곳이다. 정말 국물이 그리워 이곳을 찾아왔다. 그런데 모양은 근사했지만, 맛은 ‘꽝’이었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N사 라면을 끓여먹고픈 생각이 들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이 사무쳤던 곳.

항상 그랬듯이 빚을 먼저 갚아야 하는데 빚진 곳은 아무리 따져 보아도 돈을 빚진 곳은 없었다. 그러나 마음을 빚진 것 같다.  홈스테이 럼버씨 부부, 데이빗 아저씨와 코니 아줌마에게 참으로 큰 빚을 진 기분이다. 이 분들에게 무엇인가 해드리고 싶었다. ‘코니’ 아줌마에게는 식당을 차려드리고 싶었고, ‘데이빗’ 아저씨께는 재단을 만들어서 봉사도 하고 세계 여행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농담처럼 식사를 하면서 두 분의 소원을 들어드리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다. 내가 지킬 자신이 없는 또 다른 약속을 한 셈이다. 지켜야만 양식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 스스로가 부담을 안고 있는 이유는 두 분에게 받은 그 사랑에 대한 보답이랄까?

정을 떼어야 한다. 그러자고 기억과 추억과 정을 떼려고 했지만. 좀처럼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정을 소복히 담고 있다. 그렇게 이틀 남긴 밤을 서성이고 있다.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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