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진짜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시니어를 두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적응력이 부족한 집단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의 급속한 ICT의 발전은 그들을 더욱 불리한 상황으로 몰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이 만들어져 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찌 보면 컴퓨터가 책상 위에 한 대씩 비치되기 시작했을 때, 컴맹을 탈출하기 위해서 독수리 타법으로 자판 익히기에 몰두하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오싹하실 것입니다. 그래도 각고의 노력 덕분에 인터넷이라는 백과사전을 만나서 언제라도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는데 큰 어려움이 없게 되었지요.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죠. 오히려 서막에 불과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셨을 것입니다.

물건을 골라 사거나 돈을 보내는 것도 컴퓨터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지 가능한 시대가 되어버렸지요. 그런데 골치 아프게 스마트 폰이라는 것이 등장하면서 노안을 핑계 삼을 기회만 생각하셨는지도 모릅니다. 피할 수 없게 만든 것이 통신사의 폴더형 전화기를 팔지 않게 된 것이고, 뒤처진다는 얘기에 도저히 참지 못하는 시니어의 자존심을 건드렸던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손에 쥐어지면서 40대 남자들이 꽃 사진을 찍는 감성이 드러나는 진풍경이 벌어졌고, 여러 가지 ICT 기기가 한 손바닥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쾌거가 현실이 되었지요. TV부터 시작해서 사진기, MP3, 라디오, 지도, 알람시계, 전화기, 메모장 등 뭐라 상상하기도 전에 모두가 들어찬 신기하고 편리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제 백내장 수술을 하거나 다촛점렌즈로 안경을 바꾸기만 하면 새로운 세상은 멀리 있지 않게 되었지요. 시니어에게는 위기가 기회로 바뀌게 되어 다행입니다. 스마트폰은 컴퓨터만큼 어렵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온갖 모임은 SNS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서 간편하게 전달하게 되었고, 시절 인사도 이제는 손수 엽서에 그리거나 전보로 보내는 구닥다리는 사라지게 되었지요. 편리가 끝이 없을 정도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글자로만 소통하던 것이, 사진도 보내고, 목소리도 보내고, 약속을 잡을라치면 장소를 알려주는 지도도 시간도 회원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지요.

시도 때도 없이 덕담을 보내주고, 곱게 보관했던 명언도 나누어 주면서 SNS가 시니어의 소통문화 수준을 높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고전을 망라해서 세계 곳곳의 명언과 좋은 사진을 나누어주니 문화융성이 그 어느 시대를 비길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중심에는 누구라 할 것 없이 참여하고 있어, 시니어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덕분에 시니어의 스마트폰을 비롯한 ICT 기기 활용도는 주니어에 못지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기는 ‘복사’를 일삼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남의 얘기를 퍼다 나르는 배달의 민족성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쪽 모임에서 좋은 글이 올라오면 저쪽과 그쪽에 옮겨놓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아예 세상과 소통한다는 미명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남들 얘기를 저쪽과 그쪽 그리고 또 다른 이쪽으로 옮기는 일을 온종일 하는 분도 계신가 봅니다. 제가 가입한 불과 몇 개의 SNS로도 그 내용을 모두 읽기에 24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시니어가 ICT를 다루는 일이 고작 남들의 얘기를 퍼 나르는 것이라면 실망입니다. 더욱 전문적인 얘기를 나누자고 바쁜 사람들 모아놓은 SNS도 예외 없이 조금 ‘까꿍’하고 도착한 초등학교 동창모임의 내용과 같은 ‘복사된 정보’입니다. 빠르기는 얼마나 빠른지 여러 개가 한꺼번에 도착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런 내용에 ‘좋아요’를 반강제로 하는 것은 더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가 한창 성행할 때에 상업적 저작물로 가득 채워 놓았다가 시비로 몰려 삭제하던 기억을 ‘창조’라는 세상으로 나가지 않고 다시 SNS 신천지에서 무한 복사로 허기를 채우고 있지는 않은지요. 가입한 거의 모든 SNS 그룹에서 똑같은 내용을 동시에 보아야 한다는 고역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이러다가는 공해를 피해서 모든 온라인 클럽에서 빠져나올 판입니다. 왕년에 대단했다고 자부하던 시니어가 고작 ‘퍼 나르기’라니, 말이 됩니까? 시니어의 자존심을 세우세요!

거칠어도 좋습니다. 복사한 남의 얘기가 아닌 진짜 당신의 목소리, 시니어 여러분의 경험과 지혜가 담긴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성남고령친화센터’의 요청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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