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은 어떻게 남겨주어야 할까? 재산, 지혜, 가훈

3대 걸친 한약방엔 무슨 비방이 있길래?

다산 정약용은 3대에 걸친 의원이라야 약에 효험이 있다고 했고, 또 3대에 걸쳐 글을 읽어야 다음에 제대로 된 문장이 나온다고 했다. 그만큼 명문가를 만들고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명문가는 무엇을 유산으로 물려주었을까?

한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논어’를 가르치며 역사와 후세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자긍심을 유산으로 남겨주는 가풍의 명문가가 있다. 1910년 온 가족을 이끌고 서간도로 망명해 독립운동에 나선 할아버지는 며느리에게 ‘논어’와 ‘맹자’ 등에서 여성에게 꼭 필요한 덕목을 뽑아 ‘맞춤식 과외’를 했는데, 평소에는 시간이 없어 짧은 산후조리 시간을 이용했다고 한다. ‘논어’를 배운 그 며느리는 아들에게 ‘맹자’를 가르치고, 그 아들은 대학을 나와 교사가 되어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내었고, 그의 자녀도 아버지를 이어 교사의 길을 걷고 있다. 여기서 할아버지는 상해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의 아들 이준형이고, 아버지는 석주의 손자 이병화이며, 며느리는 그의 부인 허은이다. 또 그 아들은 중앙중학교 이범증 교장이고 자녀는 이범증의 딸인 풍문여고 교사인 이윤명 선생님이다. 이범증의 부인과 두 딸은 모두 고려대 동문이며 3명이 교사로 재직 중이다. 집안의 내력을 보면 상해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石洲) 이상룡(李相龍, 1858~1932)은 이범증 교장의 증조부로 경상북도 안동시 법흥동에 있는 500년 된 고택 임청각을 지키던 고성 이씨 종손이다. 석주 이상룡 선생은 1910년 일제가 조선을 강제 병합하자 서간도로 50여 명이나 되는 가족을 이끌고 망명해 독립운동을 펼쳤다. 독립운동으로 건국훈장을 받은 이가 가까운 친족만 해도 9명에 달하고 처가까지 합치면 47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집안이 500년 동안 명문가를 유지해 온 노하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범증 교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노하우라는 것이 “명문가로서의 당당한 자금심이었습니다.” 라는 것이었고 “바로 역사와 후세 앞에서 당당할 수 있도록 자긍심을 키워주는 것이 유산입니다.” 라고 답을 했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 자녀교육 만은 결코 소홀하지 않았으며, 자녀교육은 단지 지식(경쟁에서 남보다 앞서고 이기는 방법)을 가르치기보다 어떻게 처신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범증 교장의 말처럼 고성 이씨 사람들은 늘 당당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그들은 먼저 나라를 구하는 데 앞장섰다. 그런 그들에게 가문에 대한 열등감이 있을 리 없다. 오히려 그들은 선조들이 몸소 실천했던 그 고귀한 정신을 닮으려 노력할 것이다. 또한 명문가의 정신은 하루아침의 유산 상속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속을 가장 잘 하는 방법은 ‘절세’가 아니라 ‘가업 승계’이다.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더라도 덜 내는 방법은 상속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메뉴다. 과연 그 방법이 가장 훌륭한 유산을 남겨주는 현명한 방법일까? 아니면 소인배 행동일까? 돈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은 그야말로 ‘물고기’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보다 이상적인 유산 상속의 방법이다. 일본 닛케이비즈니스지가 메이지유신 이후 100여 년 동안 일본 100대 기업에 올랐던 회사들의 수명을 연구한 바 있다. 그 결과 이들 기업의 평균 수명이 30년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에서도 기술의존형 대기업 2,000개 사를 샘플로 평균 수명을 조사한 바 있고, 이 보고서는 이들의 평균수명이 10년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왜 미국 기업의 평균수명은 일본의 3분의 1밖에 안 되나?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자유도(degree of freedom)의 개념을 필요로 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즉 일본보다도 정부의 통제가 훨씬 적은) 나라다. 미국은 일본보다도 정부의 통제가 훨씬 적은 나라이다. 미국 자동차회사 수가 1910년에는 200개에 이르렀다는 사실도 그것을 말해준다. 정부의 통제가 적어서 산업활동의 자유도가 높아질수록 생존경쟁은 치열해지고 그 결과 기업의 평균수명은 단축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자유도가 매년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생존경쟁은 격화되고 있고 기업의 평균수명은 계속 단축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간이 자유 사회를 지향하는 이상 생존 경쟁은 선택이 아니라 숙명이 된다. 여러 사람이 경제적 이익을 함께 도모하는 가업을 물려준다는 것은 짧아지는 기업 수명에 대한 획기적인 안티 에이징(Anti-Ageing)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가업(家業) 없는 집안은 없다. 그러니 잘 모으는 것보다 잘 나누는 법을 남겨주어야 한다.

가업을 대대로 물려받은 집안의 생계를 위한 사업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가장 좁은 해석이다. 넓게 보자면 한 집안이 이룩하는 재산이나 업적이고 유훈이나 가훈 그리고 작은 지혜나 물려받은 물건 등 유·무형의 후세에게 도움이 되도록 물려주는 것이 유산이자 가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빈부나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집안의 어른은 남겨주어야 할 가업과 유산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바로 건강한 정신과 일을 유산으로 남기는 것인데 돈으로 표현되는 금전적 유산에 의존할수록, ‘물고기 잡는 법’인 일에 이로운 것보다 ‘물고기’인 돈에 집착하는 것이고, 결국 끊임없이 사회나 국가를 경쟁의 위기로 몰아갈 것을 우려하게 된다.  적어도 가업과 유산을 내 팔 안쪽으로 몰아오지 말로 밖으로 몰고 가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메리카 북서부 해안, 멜라네시아, 뉴질랜드 등지에서 성행하던 놀이가 있다. 바로 포틀래치(potlatch)경쟁이라는 것인데, 선물을 받는 사람은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선물을 되갚고,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하는 마음을 받게 된다. 선물의 부채를 갚기 위해서 다른 곳에 선물을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을 다른 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아담스미스의 오류(Adam’s Fallcy)’를 유훈으로 남겨주는 것이 가업을 오래토록 장수시키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국부론(Wealth of Nation)’의 저자이자 자유주의 경제학자이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는 “우리가 먹는 저녁 식사는 제빵업자나 푸줏간 주인의 노고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생계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각각의 경제 주체는 자신의 이익을 더 키우자는 이기적인 생각 때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경제 전체가 더 효율적으로 순환된다는 논리가 지배왔다. 그러나 요즘에는 ‘아담 스미스’가 틀렸다는 것을 가장 성공한 사람들이 보여주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이 돈을 벌었다는 사업가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는 자선 사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주는 그 모습이 바로 남겨줄 유산이다. 미국 자선운동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브라이언 오코넬은 자선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 두 가지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첫째는 ‘손빌려주기 운동(Lend a Hand)’이고 둘째는 ‘5% 기부운동(Give Five)’이다. 손빌려주기 운동은 자발적 봉사운동으로 더 확산시키기 위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자는 캠페인이고, 5% 기부운동은 수입의 5%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거나, 주 5시간을 봉사활동에 쓰자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가 우리네 유산 남겨주기 운동에 포함되었으면 한다. 나누면 더 채워진다는 것을 자신 있게 자녀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다면, 남의 것을 빼앗더라고 크게 안겨주는 것 이상으로 남겨줄 유산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절대로 자녀에게 유산을 포기하도록 만들어서는 안된다.

전통적으로 프랑스는 앵글로색슨 계열을 비롯한 유럽 국가에 비해 빚을 진 가구가 적은 나라로 꼽혔다. 프랑스 사람은 신용카드 보다는 현금 카드나 수표를 이용하고 은행 잔고 범위 내에서 사용하는 가구가 전통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2008년 경제 위기를 맞은 후 점차 생계형 빚을 늘릴 수 밖에 없는 힘든 시절을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시니어가 세상을 떠나면 자녀는 유산을 물려받는데, 자산 뿐만 아니라 채무도 포함한다. 부모의 유산 중 빚이 더 많으면, 자녀들은 부모의 유산을 포기하게 된다. 최근 들어 전통적으로 빚을 싫어하는 프랑스인마저 빚이 늘어가고, 부모의 빚을 피해 유산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 꼬리를 물고 있다.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이지만, 자녀에게 유산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래도 잘 남겨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받는 사람이 원하는 소통 방법을 택해야 한다.

내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3대가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말로 할 것이 아니라, 녹음해야 하고, 종이에 글로 남겨야 하고, 그림으로 그리고, 디지털로 저장해서 물려 주어야 한다. 마야의 문명을 아직도 해석하고 있고, 피라미드의 지혜도 아직 묻혀있다. 어렵게 쌓은 경험과 지혜를 고스란히 자손에게만 넘겨주더라도 돈보다 더 귀한 시간을 절약 시켜 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직도 현대의 과학자들이 아인쉬타인의 뇌를 두고 어떻게 그 지식과 정보를 뽑아낼지 고민하는 모습이 바로 거기에 있다. 말로 남겨주는 것은 같이 있던 이들에게 30년 간의 유효기간을 가지지만, 글로 남겨주는 것은 300년이상의 유효 기간을 갖는다. 수 천 년 역사를 가진 가문을 가졌어도 후세에게 족보 이상의 유훈을 남긴 가문이 없는 이유는 글로 남기지 않아서 이다. 교훈과 지혜를 남겨주지 못하면 유산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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