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마리안느’와 자동차 ‘지프(Jeep)’ 이야기

언젠가 오래된 얘기이지만, 여성잡지 “마리안느”가 창간 17호만에 부도가 난 일이 있었습니다. 부도야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것도 흔하디 흔한 여성잡지가 부도가 났는데 대수로울 일이겠느냐 하는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다른 잡지와는 사뭇 사정이 달랐답니다. 이 잡지는 창간 이전부터 “고객”의 의견을 청취하고 유익한 정보만을 제공한다면 설문자의 95%가 정기구독을 하겠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의 철저한 준비를 거쳐서 창간되었기 때문이랍니다.

이른바 “무섹스, 무스캔들, 무루머”의 三無政策을 창간 기본정신에 가깝게 지켜갔답니다.

그런데 정작 설문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독자”가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잡지는 철저하게 안팔렸고, 그래서 소비자가 만든 잡지가 결국 소비자의 손에 의해서 부도가 난 것입니다. 철저한 준비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또 다른 얘기, 2차 대전중 Jeep를 군납해서 크게 성장한 아메리칸모터스(AMC)는 전쟁 후, 더 이상의 군납기회를 잃자 일반 소비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수 차례에 걸쳐서 해보았답니다. “Jeep를 사겠느냐?” 그 답은 “미쳤냐?” 였답니다. 그런데 AMC는 세단을 만드는 기술도 없었고, 선택의 여지없이 그냥 시장에다 팔기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그 싫다던 설문 참가자들이 “구름떼”로 몰려와 Jeep를 사갔답니다. 그냥 시장에서 많이 팔려서 성공한 것입니다.

소비자들과 설문자들은 다른 사람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소비자는 그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를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비자를 맹신하거나 확신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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