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는 재테크-050] 은퇴는 내 인생의 최장휴가, 그런데 뭘 하고 지내지?

휴가 가면 자리 뺀다?!?! 파다한 소문 때문에 휴가를 못 간 적도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직장인들에게 휴가는 ‘나 없는 사이에?’라는 공통적인 불안감이 잠재하고 있나 보다. 그래서인지 아예 강제로 쉬게 하는 회사도 있다. 일본의 인터넷 광고회사인 옵트(www.opt.ne.jp)에는 ‘반드시 쉬어야 하는(必ず休む, Kanarazu Yasumu)’의 머리글자를 딴 ‘KY휴가’가 있다. 이것은 연차유급휴가와는 별도의 특별 휴가다. 입사 1년 차에 3일이 주어지고 3년 차, 6년 차, 9년 차, 즉 3년마다 2주간의 유급휴가와 3만 엔의 휴가비가 있다. 전에도 1년, 3년, 5년의 재충전 휴가가 있었지만, 직원들이 휴가를 잘 이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휴가를 쓰지 않으면 수당을 주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서, 아예 휴가 이름도 ‘KY 휴가’로 바꿈과 동시에 지금은 100% 강제 휴가로 실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억지로 무조건 쉬는 것은 아니다. ‘KY 휴가’를 포함한 유급휴가계획은 반년마다 세우는 업무 계획에 철저히 포함되어 수행된다. 마냥 장시간 일만 하는 것보다 언제까지 일하고 언제부터 쉰다는 계획에 따라 일하는 것이 능률과 성과를 높인다는 것. 그 때문에 동사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 추진 프로젝트’ 전용 사이트를 개설할 정도로 ‘쉴 때는 확실히 쉬자.’라는 의식개혁운동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휴가는 확실한 재충전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만한 경영 관리 요소 중에 하나임에 분명하다. 공감하나? 그런데,베이비붐 세대가 휴가를 편안히 가져본 세대라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 사진설명 :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강이 내려다 보이는 길러트 힐 (Gillert Hill) 은퇴와 여행을 많이 연상한다

이참에, 휴가하면 생각나는 사건이 하나있다. ‘365일 근무 사건’ 휴일도 없는 365일 근무라니? 우리 동기 J가 감사실에 불려갔다는 얘기가 ‘미스 리’ 메신저로 돌았다. 일단 ‘미스 리’에 정보가 올라서면 전국 각지에 알려지는 것은 불과 1~2초 사이. 착하디착하고 일만 열심히 하는 녀석인데, 감사실에 불려가서 나오는데 거의 이성을 잃은 듯 악을 써가며 반항했다는 얘기가 삽시간 본사 건물에 파다하게 퍼졌다. 죄질도 궁금하지만, 녀석이 반항을 했다는 것은 혐의 사실을 극단적으로 부인하는, 그래서 강한 부정이 강한 긍정으로 반전되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꼬리가 기다랗게 붙었다.

감사실 다른 동기를 통해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인사 비리’라는 네 음절로 설명하고는 더 이상 진실 규명까지는 함구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함께 보내왔다. 아니 전산실에 근무하는 녀석이 무슨 인사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가? 그렇다고 평상시 일 잘하고 조직에 순응하던 놈인데, 진급은 청탁을 막기 위해서 상향평가, 동료평가, 하항평가의 다면 평가에 근태관련 자료가 첨부되고 각종 시험 성격이나 자격증관련 자료가 들어가고… 그럼 녀석이 지난 번 인사고과 전산 프로그램을 조작해서 그 점수로 사장이 되어 보겠다는 도전을 했다는 것인가?

‘혐의 사실 : 365일 근무’ 무슨 귀신이 볍씨 까먹는 소리를 하고 계시는지? ‘365일 근무’는 무슨 소리고 ‘인사 비리’는 무엇이란 말인가? 점점 미궁에 빠질 때, 감사실장을 복도에서 만날 수 있었다. “형님, J가 뭘 잘못했어요?” 대머리 감사실장은 “이해가 안가. 내가 생각해도.”하면서 J의 혐의에 대한 강한 긍정의 표현을 감추지 않았다. “인사부에서 매 주마다 주말 및 휴일 근무수당을 집계하는데 담당자의 말로는 매주 빠지지 않고 추가 근무수당 신청서가 올라와 유심히 보았다는 것이야” 그래서 밝혀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럼 녀석이 추가 수당받자고 매주 초과근무수당 신청서를 냈다는 겁니까?” 갑자기 생각이 났다. 공무원들이 퇴근하기 위해서 관청을 나섰다가 회식까지 마치고 다시 늦은 밤에 출입카드로 출입을 누적시키고 수당을 받다가 들킨 장면이 찍힌 아홉시 TV뉴스! 극소수 생활이 어려운 공무원들의 비리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365일 근무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며칠 뒤 녀석은 혐의 없음으로 확인되었고, 현업에 복귀해서 정상적으로 잘 근무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그 일이 있은 뒤 과천에 있는 전산실에 갈 기회가 있었을 때 녀석을 찾았다. 녀석은 아직 ‘심문의 후유증’ 때문인지 대인기피적 태도를 보였다. 점심 때 회사 밖 설렁탕집으로 불러냈다. 너무도 순수히 혐의 사실을 스스로 자백했다.

“너도 알잖아? 회사 길 건너 보이는 아파트 3층이 우리 집이라는 것.” 그래. 맞아. 그랬었지? 전산센터에 연수원까지 있어서, 남들은 집에 못가는 연수원인데, 녀석은 언제나 집에 가서 자고 오곤 했잖아? “내가 집이 가까이 있으니까, 주말에 전산 작업하는 것, 특히 백업하는 작업은 죄다 나를 시켜 먹은 거야.” 바보 같은 녀석 제 일만 한 것이 아니라 남의 종노릇까지… “집이 코앞이니 마다 할 수 있겠어? 거기다 내가 일에 대한 욕심이 많잖아? 다른 부서 일까지 맡아 주었지. 그리고 근태는 전산카드로 출입할 때 자동으로 기록되잖아? 인사부에는 때마다 휴일 근무에 주말근무에 야근에…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그야말로 진정 365일 근무가 맞는 말이었다.

베이비붐세대는 노는 것도 몰랐지만, 휴가도 몰랐던 세대이다. 오로지 일! 돌이켜 보니, 내가 직장 초년 브로커로 일했던 10년간, 그 긴 세월 동안에 신혼여행을 제외하고는 휴가를 가본적이 없었다. 정말로! 물론 토요일 오전까지만 주식거래가 이어져,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는 반복적으로 돌아오는 휴식 기간이었지만, 소위 하계휴가는 가지 않는 것이 규정을 지키는 것처럼, 회사에 충성하는 것처럼, 일을 잘하는 것처럼, 고객관리를 더 잘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같은 기간에 다른 동료 상사들도 결혼 휴가나 상조 휴가이외의 휴가를 가는 사람을 거의 본 기억이 없을 정도였다. 나만 그렇게 충성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동료들 모두 다 그렇게 휴가를 무시하면서 지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니, 은퇴 후 휴가가 얼마나 기대되겠는가? 원한에 사무칠 정도로 그리운 휴가.

월요병이 사라진 것이 바로 토요근무가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폐지되면서 서서히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느꼈지만, 휴가, 휴식은 근로자에게 주어진 아주 큰 대가임에 틀림이 없다. 일요일 하루가 소중하고 달콤해서 결코 늦잠마저 허용할 수 없었던 소중한 시간인 휴가. 은퇴라는 로망 속에 휴가라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최근에는 남자들에게까지 출산휴가가 주어지고 있다. 아니 남자에게 주어진 출산 휴가가 근대에 들어서면서 잊혔는지 모른다. 최근의 일로 여겨지지만 조선 세종 때에도 출산휴가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600여 년 전인 1426년 관청의 계집종이 아이를 낳으면 1백일의 휴가를 주고 이를 법으로 하도록 형조에 지시하였다. 이때 세종의 나이 29세, 그로부터 3년 후에는 산전휴가 30일을 더 주도록 하고 있다. 아마도 왕비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일까?

‘노비가 아이를 낳으면 반드시 출산하고 나서 7일간 쉬게 하고 있다. 이것은 아이를 내버려두고 일하면 어린아이가 해롭게 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찍이 1백일의 휴가를 주었었다. 그러나 출산시기에 가까워 일하다 몸이 지치면 집에 가기 전에 아이를 낳는 경우가 있어 산모와 아이의 건강이 걱정된다. 출산 전 1개월을 쉬게 하는 것으로 법으로 하라. 속이려 들더라도 1개월이야 넘겠는가.’하고 있다. 산전 30일과 산후 100일의 출산휴가가 법으로 보장되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산모에게 주어진 휴가였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남편들에게 주어진 출산휴가. 서기 1434년에 ‘남편에게 휴가를 주지 않고 일을 하게 하면 산모를 돌볼 수가 없게 된다. 이는 부부가 서로 돕는 뜻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이 때문에 이따금 목숨을 잃는 일도 있어 진실로 가엾다 하겠다. 이제부터 사역 인의 남편도 산후 30일간 쉬게 하라.’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런데 그것이 세종 때의 산모에게 주었던 130일간의 산모휴가도 아니고, 죽을 때까지라니? 은퇴 후의 시간을 휴가라도 한다면, 일한 당신 인생의 최장 휴가를 즐겨라!

일본 광고회사처럼 무조건 쉬어야 하는 휴가인데. 긴긴 휴가를 뭘 하고 지내지?

김형래 (주)시니어파트너즈 상무. COO (hr.kim@yourstage.com)

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15/20110415005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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