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059] 보증 서 달래도 신경쓸 것 없어요.

은행에게 가장 좋은 고객은 어떤 고객일까? 가장 낮은 이자를 주는 금리상품에 가장 많이 저축하는 고객과 가장 높은 이자를 내야하는 대출상품에 가장 많이 대출을 낸 고객이라고 할 수 있다. 은행은 가장 위험한 고객과의 줄다리기를 할 수록 가장 많은 돈을 벌게 된다. 가장 위험한 고객이 가장 훌륭한 고객이다. 기한을 맞추지 못하지만 어쩔 수 없어서 이자를 갚아내는 서민들의 고율 연체이자는 은행에게는 가장 위험하지만, 가장 기여도가 높은 고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은행 대출 이자를 내고 싶어도, 담보가 없어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연대보증제도가 숨통을 트이게 하는 제도이기도 했다. 은행에 돈을 빌릴려고 하는 것은 그나마 2금융권이나 사금융권에서 빌리는 것보다는 낮은 이자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담보없을 때 부끄럽지만 사정이라도 해서 돈을 융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연대보증이었다.

은행권의 연대보증제도가 지난 7월 1일부로 사라져 역사속의 옛 이야기가 되었다.

연대보증제도는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빌린 사람이 빚을 갚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여 일정한 자격 요건이 되는 제3자를 보증인으로 세우도록 한 제도로서 일반적으로 가까운 친지나 지인 등이 보증인이 되어 왔었다.

외환위기 이후 연대보증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빚더미에 앉게 되어 사회문제가 됨에 따라 은행은 자체적으로 지난 1999년부터 개인의 연대보증 한도를 건당 1~2천만원으로 줄이고, 2003년부터는 총액 기준으로 5~6천만원으로 제한하는 등 연대보증제도의 변환이 예고되어 왔다.

이와 같은 은행권의 노력에 힘입어 연대보증제도로 인한 문제점이 많이 감소하였으나 이에 따른 소비자의 피해를 원천적으로 예방하여 사회적 병폐를 해소하고, 이를 계기로 고객의 신용도에 기반을 둔 신용대출제도를 발전시키기 위해 개인 연대보증제도에 대한 전면 폐지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각 은행간의 사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개인 연대보증제도를 폐지해 왔으며 7월 1일을 기해 모든 국내은행의 연대보증제도를 폐지하게 된 것이다.

2008년 5월말 현재 은행권에 연대보증채무를 지고 있는 사람은 60여만 명이며 이들이 지고 있는 연대보증채무는 약 6조 7천 억원에 달한다. 지난 7월 1일부터 개인의 연대보증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앞으로는 가계대출에 대해 개인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우는 관행은 원칙적으로 없어지게 되지만, 기존의 연대보증채무자들은 주채무자가 관련 채무를 상환할 때 까지는 연대보증채무를 유지하게 된다.

매년 새롭게 생겨나던 연간 4~5만 명, 금액으로 따지만 약 1조원에 달하는 대출금의 연대보증인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향후에는 개인 신용평가시스템(Credit Scoring System)을 토대로 한 무보증 신용대출제도가 더욱 활성화 된다면 신용도가 낮은 고객이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남아있을 수 없기 때문에 사채시장 등 비제도권으로 옮겨서 고율의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고립상황에 봉착하게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연대보증제도는 본인이 가지고 있지 않은 신용도를 다른 보증인을 통해서 일시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제도였다. 그러나 연대보증제도의 폐지는 빈익빈을 창출하는 잘못된 정책판단이 될 수도 있다. 예외적인 몇 몇 연대보증제도는 계속 남겨둘 모양이지만,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회적으로 기댈 수 있는 기회를 아예 박탈한다는 측면에서는 아쉽단 말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점점 더 정교하게 파악되어지고 있는 신용정보기관의 개인신용정보 관리체계에서, 그마나 ‘온정’으로나마 기댈 수 있었던 연대보증제도는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리게 되었다. 이제 “보증 서 달라.”는 부탁의 소리를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세월이 된 것이다.

만일 “보증 서 달라.”고 부탁하면 걱정하지 마세요. 이젠 소용없답니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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