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15] 미국 부잣집 자녀들은 부모가 2010년에 돌아가시길 바란다?

미국은 현재 200만달러 이상의 유산에 대해서 46%의 세율을 매기고 있습니다. 어머어머한 세율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도 보이나, 이는 전체 납세자의 2%에 해당하는 약 5만명의 극히 부자들에게 해당하는 세금입니다.

항상 부자와 빈자사이에서의 정책적인 의사결정이 큰 논쟁의 중심에 올라서기 마련인데, 미국에서의 상속세는 참으로 기묘하게 2010년을 겨냥하여 큰 얘기거리가 될 전망입니다.

지난 조지 부시 행정부의 2001년 감세 계획에 따라 상속세도 덩달아 감세 대상 항목에 끼게 되었고, 점진적으로 줄어들다가 2010년에 완전 폐지되게 됩니다. 그러나 감세계획이 2011년 중에 만료되기 때문에 상속세율은 다시 올라가 2011년부터는 100만달러 이상의 상속에 대해서는 55%의 상속세율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결국 상속세금이 없어지는 해는 2010년 한 해만 해당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 부잣집 자녀들은 부모가 2010년에 돌아가시길 바란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난 2006년 6월 초에 상속세 폐지 법안을 상정했으나, 부결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재정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안없이 세금 징수를 포기하는 것은 부담스런 결정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당시에 프린스턴 경제학과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부모를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뜨리는 법안”이라며 “국가가 불효자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법안 폐지 중단에 대해 유감을 표했습니다.

상속세 폐지는 다분히 상속을 많이하는 부자들이 세금을 피하도록 도와주는 법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그런데 정작 미국의 최고 부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세계적인 갑부로 누구나의 입에서 오르 내린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인 워렌 버핏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의 경우에는 상속세 폐지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능력이 있으며 누구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성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상속세가 폐지되면 재능이 아닌 유산에 의해 경쟁 결과가 판가름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상속세법은 1916년 당시 록펠러, 스탠다드 오일, 앤드류 카네기 등 재벌들의 상속을 제재하기 위한 수단으로 입법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공화당 출신의 대통령 테디 루즈벨트 대통령은 “능력없는 2세들이 기업을 이어 받는 것보다 전문 경영인이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좋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상속세법으로 당장 세금을 많이 물게된 앤드류 카네기가 앞장서서 상속세 도입을 찬성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과도 같은 말로 그 이유를 설명했답니다.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를 갖고 스스로 독립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큰 기업인의 큰 생각이 담긴 말이었습니다.

미국에는 기업인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전통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기업인들을 ‘억만장자 사회주의자(Billionaire Socialists)’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우파처럼 살면서 좌파처럼 생각한다.(Live right, Think left.)’라는 말도 붙여 주었다고 합니다.

이를 설명하듯 미국 기업인들의 기부문화는 아주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소득의 1%를 각종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이른바 ‘1%의 클럽’이 엄청나게 많고, 3%, 5% 클럽도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돌아봅니다. 다행이도 우리날 부잣집 자녀들에게 미국에서의 설레임일지 모를 2010년은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워렌 버핏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상속세 폐지 반대 운동에 참여하며 세계 최고 부자의 소득세율이 직장인인 비서의 소득세율보다 낮은 현실에 분개했다고 합니다. 또 그는 자신이 소유한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의 85%를 기부키로 하면서 그 대부분을 버핏 재단이 아닌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내놓기로 발표를 했습니다.

빌 게이츠 부부가 자신보다 더 오래 살면서 효율적으로 재단을 운영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특출나게 돈을 잘 버는 능력을 가진 것을 부를 낭비하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사회의 각 분야에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소명으로 인식하고 이를 실천한 것입니다.

어쩌면 성공한 주식 투자자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워렌 버핏이 위인의 반열에 오르는 이유입니다.

상속 때문에 불미스런 일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속 때문에 발생될 수 있는 가정으로 미국의 부잣집 자녀를 상정했지만 실제 그리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미국 상속세가 주는 교훈을 통해, 우리도 자녀들을 위한 상속, 언제 얼마만큼 남겨주는 것이 바람지할 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떠할까 싶습니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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