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32] 은퇴하는 선배님께 드리고 싶은 선물.

혹시 은퇴를 하셨다면 무슨 선물을 받으셨습니까? 하얀 꼭두서니 볼펜, 기념패, 행운의 열쇠? 물론 아무 선물도 못 받으셨다는 분도 뵌 적이 있습니다만, 은퇴를 기념한다면서 덩그러니 하얀 꼭두서니 볼펜과 기념패 하나로 너무 쉽게 마무리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55년생이신 선배님이 올 연말에 은퇴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은퇴하실 때 드릴 선물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은퇴선물은 과거의 추억을 담는 것보다는 미래를 희망하는 것으로 채워지면 어떨까 합니다. 그래서 저 혼자의 생각으로 정성스럽게 다시 한 번 구성해 보았습니다.

먼저 세월이 지나도 쉽게 헤지지 않는 튼튼한 앨범에 틈틈이 찍은 사진들을 인하하고 ‘이벤트’에 맞추어 배열하고 사진에 등장하는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아래에 적어 시간이 흐르더라도 회상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을까 합니다. 그다음 재직기념패는 조금 크더라도 모든 직원 자필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글귀들을 미리 받아 정성스럽게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선사팬’ 클럽을 만들어 헌사 하겠습니다. ‘선배님을 사랑하는 팬클럽’입니다. 돈도 안 들고, 정성만 가미하면 멋진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컴퓨터에서 한가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도 많아지실 테고, 인생 상담도 해주실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우리 후배들은 미리 회원으로 가입해서 ‘시시콜콜’ 은퇴 선배의 은퇴 후 생활에 대해서 얘기도 듣고, 일하다가 막히는 일도 옛날보다는 쉽게 여쭙고, 때에 따라서 필요하면 일 처리도 부탁하도록 하겠습니다. 경조사도 서로 챙기고 무엇보다도 선배님이 이제는 은퇴 시절을 외롭지 않게 지내실 수 있도록 하여 드리고 싶습니다.

조금 더 정성을 기울이자면 선배님이 떠나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조금 더 가르쳐 드리고 싶습니다. 블로그도 함께 만들어 드리고,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것도 함께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늘 손님을 만나면 명함을 꺼냈던 자존심을 세우실 수 있도록, 집 주소는 우체국에 사서함으로 하나 만들고, 디자인도 세련되게 만들어 이메일, 클럽, 트위터, 전화번호를 큼직하게 배치한 명함도 근사하게 하여 드리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두툼한 두께에 표지가 단단한 노트 여러 권과 손바닥만큼 자그마한 수첩 여러 권에 번호를 매겨서 선물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선배의 노하우가 그곳에 스며들 수 있도록 말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짬짬이 시간을 내어 단단히 자리 잡은 인생 체험을 듣고, 자서전을 만들어 드리는 도전은 무리일까요? 인생에 있어서 노하우를 뺏어오는 방법으로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가장 좋은 선물은 자주 찾아뵙는 것. 이것만 한 선물은 다시 없을 것 같습니다.

가장 치열하게 지금까지의 모든 세월을 본인 아닌 남을 위해 쓰신 분이시기에, 은퇴는 선배를 위한 또 다른 시작이기 때문에 더욱더 정성을 들여 준비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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