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80] 은퇴자산 중 높은 ‘부동산’ 비중을 줄일 수 없는 이유

한 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1955년부터 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280만 가구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자산은 3억 3,775만 원이고 이중에 76.3%인 2억 5,785만 원은 부동산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하였다.

다른 보고서를 보아도 비슷한 내용이다. 2010년 현대경제연구원의 ‘은퇴 빈곤층의 추정과 5대 특성’이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은퇴 빈곤층은 101만 5천 가구로 전체 고령 은퇴 가구 264만 3천 가구의 38.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빈곤층이란 은퇴 이후 소득 인정액이 자신이 생각하는 최소한의 생활비보다 적은 가구를 의미한다. 특히 은퇴 빈곤층의 평균 자산 7천만 원 중 거주 주택과 전월세 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76.7%에 달해 처분 가능한 다른 자산은 거의 없는 것으로 발표하였다.

보통의 베이비붐 세대와 은퇴 빈곤층을 보아도 대한민국 국민은 어느 계층을 막론하고 부동산 보유에 집착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2007년 말 기준으로 한국 가계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 등 실물 자산으로 투자되었다. 이렇게 부동산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가까운 일본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기 때문인데, 바로 1980년대 말 대한한국의 베이비붐 세대의 맛형 격인 1955년 생이 30대 중반을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주택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뒤를 이어서 1963년 생인 베이비붐 세대의 막내가 서른을 넘기는 1993년 이후까지 그 흐름이 이어졌다. 거기에 불을 붙인 것은 대통령의 선거 공약에도 나와있는 바로 ‘국민 주택 200만 호 건설’이라는 것이었다. 얼마나 집이 부족했으면 집을 지어서 집값 안정에 힘써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급기야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등장했을까 하는 것이다. 200만 호 지을 때까지는 부동산은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들게 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에 많은 집을 지었지만 초기에 집을 구입한 많은 가계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의 이익까지 이중으로 효과를 볼 수 있었던 셈이 되어버렸다. 이른바 대출을 받아서라도 하루 빨리 집을 장만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재테크라고 인식되었던 것이다. 대출금융회사에서는 부동산 매입자금이라면 쉽게 대출해주었던 분위기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공직자 청문회에서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부동산 투기 의혹 검증도 당시 대세였던 눈만 뜨면 오르는 부동산 투자 분위기를 쉽게 떨쳐버리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또다시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이유가 바로 베이비부머가 40대를 넘어서면서 자녀의 진학을 고려한 학군 이동 또는 자녀 성장을 위한 배려 그리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경제력의 축적 등이 작용해서 80년 대의 부동산 열기를 이어서 중대형 아파트로 열기를 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에 은퇴 자산이 집중되어 있는 것을 걱정하는 시선이 본격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부터이다. 대출금 회수 불가로 인한 금융권의 부실 증가, 이것으로 이어지는 세계 경기의 침체가 현실로 부각되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우려가 점차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예외적으로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이어지면 큰 문제는 없어지겠지만, 부동산 투기 우려 지역으로 꼽았던 강남3구의 부동산 거래 제한을 풀어놓아도 쉽게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부동산 수요가 뒷받침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하나는 경기 침체로 인한 구매력이 형성되지 않은 것 또 하나는 실수요자가 급증했던 베이비붐 세대처럼 시대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의 경제 상승의 평균치도 못 미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는 우리나라도 저성장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여지고, 경기의 상승도 인구의 증가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부동산이 재테크에 있어서 오래토록 자리 잡은 이유를 대출 금융 회사 탓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있게 등장하고 있다. 대출 금융 회사는 회수 가능한 자산을 담보로 대출해주는데, 유독 부동산에만 대출 담보 가치를 인정해 주었기 때문에 자산의 배분을 부동산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집 값이 떨어져서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이른바 ‘하우스 푸어(House Poor)’의 등장은 대출 금융 회사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현상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만들게 되었다. 업무적으로 쉽게 대출해주는 방법으로 부동산 담보 대출에 집중했었는데 부동산 담보 물건의 가치 하락으로 결국 대출 금융 회사의 대출 회수 불발에 따른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일본이 장기 불황을 겪게 된 이유 중에 하나를 ‘단카이 세대’의 부동산 집착 때문이라고 꼽고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 못지 않는 부동산 가격 상승기를 거친 이후에 급락하는 사태를 맞고 있으며 부동산을 중심으로 은퇴 자산을 형성한 노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단카이 세대’의 등장과 퇴장에 따른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방증으로 최근 일본에서는 빈집이 급증해서 전체 가구의 13%에 해당하는 757만 채에 이르고, 빈집 방화 사건 등이 발생해서 범죄 예방 차원에서 빈집 관리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 중에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20여 년 동안 가장 확실하게 투자 수익을 올려주었던 부동산이라는 자산이 이제는 퇴조기를 맞고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그런데 금융 자산에 투자를 교체하라고 영업해왔던 금융 회사의 속성을 보니 부동산 담보 대출 만을 고집해왔었던 것이고, 금융 자산의 투자 실적도 그다지 썩 좋지 않았기 때문에 교체를 하고 싶어도 금융 회사가 믿을 만한 대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생긴다는 것이 여러 베이비붐 세대 투자자의 의견이다.

아직도 금융 회사에 믿음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본업이 아닌 이벤트나 사은품으로 고객을 유치하려는 유치한 마케팅에는 혈안이 되어있지만, 투자자가 진정 원하는 안정적이며 투자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매력적인 상품 개발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운용한 투자 성과가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은퇴 자산 중 높은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싶어도 뚜렷한 대안들이 없다는 것이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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