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17] 시니어를 배려하는 은행, 결국엔 성공한다

오늘 은행에 부지점장으로 근무하는 친구로부터 ‘패키지’ 상품에 가입해 달라는 권유를 받았다. 캠페인으로 점철되는 금융 회사의 영업 관행은 어떤 면에서는 제대로 된 상품을 알리고 거부감없이 상품을 소개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없이 가입하게 되고 캠페인이 끝나면 언제든지 해지해도 좋다는 뒷말 때문에 결국에는 거래를 중단하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한다. 친구가 권한 패키지 상품의 핵심은 주거래 계좌를 만들라는 것이다. 아주 좋은 발상이다. 급여가 이체 되면 그 통장을 기준으로 대출도 받고, 신용카드 결재자금도 빠져나가고 그야말로 한 곳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효율성을 더해주는 상품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경제활동을 막 시작하는 젊은이에게는 더 없이 좋은 상품임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시니어를 위한 배려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묻는 질문에 대한 친구의 답변은 시원하지 않았다.

가까운 이웃 나라 은행에서 시니어를 위해 발상의 전환을 실천으로 옮긴 사례를 통해서 우리나라 은행의 변화 가능성을 점쳐 보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기준으로 자산 기준 일본 2위 은행인 미즈호 은행의 시니어를 위한 배려에 대해서 살펴보자. 지난 2005년에 미즈호 은행은 과감한 의사결정을 한다. 이른바 고령화 대응 전문은행으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로 하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장벽없애기’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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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도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조명이 설치된 엘리베이터, 누구에게나 필요한 배려가 적용되었다.]

미즈호 은행의 인터넷 기업정보사이트를 통해서 보면 2011년 3월말 현재 미즈호 은행에 오가면서 시니어를 배려하기 위한 8가지 개선 과제를 95% 이상 달성했다는 것이다. 시니어를 위한 배려 8가지 개선 계획이라는 것을 살펴보면 은행 입구의 자동문 설치, 은행내외부 계단턱 없애기, 은행 오가는 통로 폭의 확대, 시각 장애인을 위한 유도 설비,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주차장 설치, 휠체어 사용 고객을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 장애 또는 휠체어 고객을 위한 화장실 설치, 노안 등 시각 장애 대응 현금자동인출시 설치가 이에 해당한다. 은행 단독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었다. 동경시의 조례도 참고해가면서 ‘점포 개선 기준’을 정리했고, 2006년부터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물론 시작한 지 6년이 지난 후의 성과이기 때문에 다소 폄하 될 수도 있으나, 결과적으로 연령, 성별,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하기 편리한 은행을 지향한 결과로 본다면 크게 본받을 만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점포를 오가는데 불편함이 없애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령자나 휠체어 이용 고객을 위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였고, 시니어의 고용촉진에 나서는 기업을 금융면에서 적극 지원하기 위한 대출상품도 개발했다.

은행 창구에는 청력이 떨어지는 고객을 위해 필담이 가능한 ‘화이트보드’도 준비했고, 상품 팜플릿과 고객 작성 서류는 ‘보기 편하고, 알기 쉽고, 쓰기 쉽게’ 새로이 디자인하여 비치 하였다. 거기에 직원들의 대고객 접대 매뉴얼을 정비하여 모든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은행 만들기에 주력하였고, 독자적인 매뉴얼인 ‘미즈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매뉴얼’을 만들어 전체 직원에게 배포하고 비디오 등을 활용한 연수를 실시했다. 더구나 객장에서 고객 접견을 담당하는 직원에게는 ‘휠체어 사용 방법’을 교육 시키고, 고객 담당 과장에게는 ‘서비스 개호사’ 자격 취득을 권장하는 등 그야말로 마음에서 우러나오고 몸소 실천할 수 있도록 진행하였다. 동경여행의 기회가 있으면 미즈호 은행 록본기(六本木)지점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장애물없는 은행점포 환경이 직접 수익하고 연결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생길 수 있으나, 미즈호 은행은 예금과 투자신탁을 이용하는 시니어고객이 많아지면서 실질적으로 실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짧은 기간 내에 가시적 결과를 중시하는 국내 기업 풍토에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시니어를 배려하는 은행이 결국에는 성공한다는 이웃 나라의 교훈을 깊이 있게 검토할 시점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 되어 버렸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상품 판매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겨냥한 서비스 개선과 개발도 눈길을 돌렸으면 한다.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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