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25] 은퇴 준비 제대로 안 된 ‘희망퇴직’ 불안하다.

국내외 경기 침체로 불황의 그늘이 깊게 드리워지며 국내 산업계에 ‘희망퇴직’이란 명분으로 인력 구조조정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유럽발 재정위기와 내수 침체 등 끝이 안 보이는 불경기를 칼바람의 원인으로 꼽았고, 유럽발 재정위기가 호전되거나 주요 국가들의 경기가 성장세로 돌아서지 않는 이상 이 같은 국내 위기는 확산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장 전문가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전문가 집단은 시장의 흐름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긍정적인 견해를 견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근원이야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심연의 반성이지만 어차피 모를 미래에 대해서 밝은 전망이 그나마 위로를 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는지도 모른다.

실상 산업계에서 받아들이는 느낌은 사뭇 다른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거나 예감되고 있는 곳은 조선과 건설은 물론 자동차, 유화, 정유, 항공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고, 특히 금융권에서는 직접적인 ‘희망’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알려진 최근 몇 달 사이에 진행된 희망 퇴직자의 숫자만으로도 적지 않다. 국내 항공사 1위인 대한항공 50여명, 게입업계 1위인 엔시소프트 400여명, 법정관리에 들어간 풍림산업 350여명, 우림건설 260여명,글로벌 제약·화학기업인 바이엘 코리아 100여명, 푸르덴셜증권과 합병한 한화투자증권 192명 등 언론을 통해 보도된 숫자만도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항상 퇴직이 우울하고 불안한 요소로만 작용하는 것도 아니다.

‘명예퇴직자를 잡아라.’라는 영업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울산지역에서는 보험사와 증권사들이 현대중공업의 희망퇴직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만50세 이상인 사무기술직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데 이들 희망퇴직자에겐 연령에 따라 기준 임금의 최대 60개월분에 해당하는 퇴직위로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한편으로는 이에 따라 조선관련 협력업체와 동종업계사이에서는 정년퇴직자들과 달리 젊고 우수한 인재들인 현대중공업 희망퇴직자들을 유치하기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희망퇴직자가 대부분이 조선관련 노하우가 많은 고급인력들로 알려지고 있어 이들에게는 높은 직급으로도 모시고 오겠다는 생각인데, 대부분 동종업계들은 대기업 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고임금을 주고서라도 데려와야 할 처지이기에 꼭 필요한 자리에 이들을 배치할 계획에 있다고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보험·증권업계는 희망퇴직자들이 받는 퇴직위로금과 퇴직금 등을 합쳐 최소한 한 사람 당 4억원 이상은 될 것으로 예상하고 목돈 예치에 열의를 쏟고 있다고 한다.아마도 희망퇴직자들이 결정되면 보험사나 증권사들이 목돈 예치를 위한 경쟁은 절정을 향해 치달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희망 퇴직을 통해서 새로운 직장으로 이동해서 일자리를 유지한다면 유보될 수 있는 일이지만, 퇴직금을 받아 들고 그야말로 일하는 현장에서 떠나야 하는 이들에게 ‘은퇴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퇴직금으로 은퇴 생활 모두가 준비되는 것은 아니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간에 그들에게는 30년 전후의 여생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은퇴 준비 제대로 안 된 ‘희망 퇴직’이 불안하기만 하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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