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32] 중년 위기의 남성, 스포츠카를 산다.

어쩌다가 백발의 신사가 빨간색 오픈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모습을 목격하면 호기심과 동경하는 마음이 동시에 발동한다. ‘나도 저렇게 (나이 들면) 멋지게 살고 싶다.’ 스포츠카는 그야말로 운전을 이동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속도라는 재미로 해석하는 이들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로 전달되는 자동차이다. 시니어가 되면 운전하는 것이 귀찮아지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나이 과연 빨간색 스포츠의 주인은 진정 시니어가 맞을까?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1년 11월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은 이례적으로 직접 시연회가 열리는 후지 스피드 웨이에서 ‘하치로쿠’의 핸들을 잡고 “자동차를 사랑하는 분들, 이것으로 즐겨주세요.”라면 자동차 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하치로쿠’는 지난 1980년대에 처음 선보여 지금까지 수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AE86 코롤라 레빈’과 ‘코롤라 스프린터 트레노’를 기초로 개발됐다. 이런 이유로 차명 ‘하치로쿠’ 역시 AE-86의 숫자 86을 이어받았다. AE-86과 같이 대중적인 후륜구동 스포츠카라는 특징도 계승했다.

이른바 컨셉트카를 공개한 이후에 도요타는 양산에 들어갈 5개월여간 ‘하치로쿠’ 예상 수요자인 젊은 세대를 겨냥해서 마케팅을 펼쳤다. 이른바 ‘혐소비 세대’로 소비를 혐오하는 젊은 사조가 이번 매력적인 제품을 통해서 극복되기를 희망하는 경제 각료들의 보이지 않는 응원도 요소요소에 숨겨져 있었을 것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4월 신형 스포츠카 ‘하치로쿠(八六, 86)’를 전격 발매하기 시작했다. 이 스포츠카는 도요타가 5년 만에 내놓는 모델로 ‘운전의 재미를 원하는 젊은이들이 초봉으로 사서 탈 수 있는 실용적인 스포츠카’를 표방하며 내놓은 이차는 일본의 유명만화 ‘이니셜 D’에 등장하는 AE86를 콘셉트로 개발되었다. 가격도 30대 전후 직장인에게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수준으로 책정했다. 일본 시판 가격은 205만엔. 한화로 약 2,900만 원이다.

그런데 도쿄 시부야구 가테스시부야점에서 열린 첫 시승 및 상담회에 몰려든 것은 60대 전후의 시니어들이었다. 예약을 개시한 지 1개월 만에 목표에 8배인 8천대를 돌파했고, 구매결정을 내린 사람 가운데 50대 이상이 25%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보면, 시니어가 스포츠카에 열광하였고 직접 샀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정신분석학자 칼 융은 ‘인생의 정오(Noon of Life)’에서 겪는 ‘상승 정지 증후군(Rising Stop Syndrome)’이라고 한다. 육체적으로도 노화가 진행되는 것을 확인하고, 정신적으로도 성공을 향해 달리던 2~30대의 외향적인 성향을 뒤로 더는 사회의 주인공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불안 심리가 작용해서 내성적 성향으로 바뀌고, 사회적으로도 오를 것이 정해진 그곳 이상을 꿈꾸기조차 어려운 상황을 접하게 되면서 10대 못지않은 중년의 위기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상 중년의 남성은 점차 과감한 의사 결정을 주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적 변화를 인지하게 되면서 결정적인 어떤 상황에서는 그러한 의기소침함을 과장되게 벗어나려는 심리와 더 지체할 경우 평생 기회를 가져 보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작동해서 구매를 결정하게 된다. ‘상승정지 증후군’을 소비로 해소하려는 현상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동 수단인 자동차도 있고 특별히 다른 용도도 없는데 단순히 취미라는 이유로 보통 오토바이의 10배 가격이 되는 ‘할리 데이비드슨’ 오토바이를 사는 경우도 같은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중년의 남성이 스포츠카를 사는 것에 대해서 따뜻한 이해의 시선이 필요하다. 여성에게만 갱년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나타나며 이들의 행동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것도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 사회적 이질감을 없애고, 소비 패턴의 변화를 경제 활성화로 연결 짓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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