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41] 소비자가 ‘왕’이면? 상호 평등해야 오래간다.

90년대 초 서울에도 이른바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이 양재동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어린이도 어른처럼 대접받으면서 함께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고, 생소하고 조리 방법이 독특해서 남녀노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소비자를 왕처럼 모시는 편안한 분위기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놀라운 것은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가 남다른 것이었는데, 종업원의 주문을 받는 자세부터 가히 놀랄 정도였다.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 장면은 어린아이들에게도 충격적이었다. 어린이 손님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부터 이른바 ‘노-노 서비스’ 즉, 소비자의 요청에 대해서 ‘아니오.’라는 답변을 해서는 안된다는 서비스의 수준이 격상되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그간 소비자가 봉이었다면, 소비자 주권을 회복시키고 서비스 수준을 격상시킨 면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을 부정할 수 없는 획기적이었고 서비스에 대한 사고의 전환점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과도한 서비스가 부자연스럽고 격에 맞지 않는 불편함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을 종종 느끼게 되었다.

백화점 개점시간에 지루하고 길게 고개를 숙이는 안내원의 인사를 무시할 것인지? 아니면 무시하고 지나치는 것이 맞는지 멈칫거려야 했고, 금융회사는 항공사 승무원 출신의 서비스 업체에 의뢰해서 난데없는 ‘항공사 인사법’을 다시 배워야 하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인사를 잘하는지를 ‘미스터리 쇼핑’ 기법으로 하듯 소비자를 가장해서 수시로 서비스를 점검하면서 ‘서비스가 좋은 회사가 성공한다.’라는 외국 경영사례를 경쟁하듯 들여오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불편함을 소비자는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도 백화점을 이용하는 것은 제대로 생산된 여러 가지 제품을 한 곳에서 정당한 가격으로 살 수 있고 문제가 있으면 사후 관리를 받을 수 있는데 충실하면 서비스가 제대로 된 것이고, 금융회사에서는 회사가 팔고 싶은 상품을 제시하기보다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상품을 제시하고 정확하게 약관 및 상품의 특징을 전달하고 수시로 운영상황을 전달하는 것이 서비스이고 친절이다. 투자 손실이 나거나 상품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불완전판매를 90도 인사로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서비스업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영자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비스를 다시 낮추자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해당 업체의 본질에 맞추어 서비스의 대상과 방법을 재조정하고, 소비자도 서비스를 받는 순간 ‘왕’이 되어서, 종업원을 ‘머슴’으로 무작정 하대하지 말자는 것이다.

‘신사의 나라’ 영국인들이 하는 예절은 ‘공손한 평등주의’에 따르고 있기에 오래도록 그 명성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아직도 ‘부탁합니다.’와 ‘감사합니다.’ 규칙이 절대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건을 사면서도 주문을 하면서도 다른 실수는 몰라도 손님이 종업원을 향해 ‘부탁합니다.’를 빼먹는 것은 용서받기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주문을 한 물건을 건네줄 때나 잔돈을 받을 때에 종업원은 손님에게 ‘감사합니다.’를 표시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손님도 모든 직원에게 “감사합니다.” “부탁합니다.”라고 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손한 예절은 호혜적인 것으로 정착되었다는 것이다. 영국은 현재도 계급 의식이 상당히 높은 사회이나 이러한 공손의 규칙을 살펴보면 놀랄만한 인격적 평등사회임을 알 수 있다. 적어도 겉으로는 신분 차이가 드러나게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모 금융회사에서 고객만족센터장으로 일하는 지인을 최근 만났다. 요즘 들어 그가 근무하는 곳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의 고객 서비스센터에서도 ‘시니어 소비자의 불만 표시’ 수준이 급격하게 거칠어지고 많아지는 형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단순 고뿔 수준을 넘어서 몸살을 앓을 정도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단다. 직장에 오랜 근무와 업무 경험 수준이 높아 지적하는 부분이 체계적이고, 불만처리 절차에 대해서도 훤히 꿰뚫고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회사의 방침과는 무방하게 본인의 요구 사항을 집요하게 관철하려고 하거나, 잘 성사가 안 되면 감독기관을 비롯하여 회사 경영진에게까지 담당 직원 교체를 요구하는 등 고객의 ‘제왕적 권리 행사’가 일반 교양 상식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니어 소비자와 상담을 직원들이 두려워하는 경향도 발생된다는 것이다. 경험과 지혜를 화풀이하듯 활용하는 것은 옳지 못한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시니어 소비자도 상식적 수준에서 요구하고 종업원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선으로 처리하는 그래서 서로 존중하고 균형 잡힌 거래라야 지속할 수 있다. 소비자가 ‘왕’이면! 종업원은 ‘머슴’인가? 상호 평등이 오래간다. 동방예의지국 예절을 되찾고 싶다면, 가르치고 꾸중해서 바로 잡으려는 마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지만 평등하고 호혜적인 예절을 보이는 시니어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 김형래

[/fusion_text][/fusion_builder_column][/fusion_builder_row][/fusion_builder_container]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