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42] 재형저축은 기다림의 미학을 덤으로 준다.

재형저축 상품이 다시 판매되기 시작했다. 오래전에 만들어졌었고 오래도록 사랑받은 것뿐만 아니라 잊을 수 없는 추억의 금융상품이다. 이 상품이 도입되었던 것은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에서 부활할 것을 미리 발표했고, 올해 세법개정안의 통과로 18년 만에 다시 근로자의 앞으로 다가왔다. 재형저축은 ‘근로자 재산형성 저축’의 준말로 정부가 중산층의 재산 형성을 돕기 위하여 도입한 제도이고, 1976년도에 도입이 된 후 1995년에 폐지되었다. 당시 근로자들이 입사하면 당연히 가입하는 것이 재형저축이었고, 중매를 서는 이들은 총각 처녀의 재형저축 통장을 확인하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었다. 아마도 베이비붐세대라면 이 재형저축을 통해서 자산을 모으는 것을 배우고 목돈을 만들어서 결혼을 준비하고 집을 장만하는 밑거름으로 크게 작용했던 고맙고 귀한 금융상품이었다. 그런 상품이 다시 출시되었다니 반가울 따름이다.

이번에 다시 출시된 재형저축의 특징은 가입기간 동안 내면 세금을 면제해준다는 것이니 요즘처럼 낮은 금리로 재산증식의 묘미를 잃게 한 상황에선 매력 만점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7년을 유지하면 10년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갖고 있다. 시니어의 시각에서 보면 7년이라는 유지 의무기간이 반어적인 매력으로 보인다. 점점 빨라지는 세태에 적응하느냐고 기다림의 미학을 잘 모르는 포스트부머나 그 이후의 세대에게 더 없이 인내의 교훈을 덤으로 줄 수 있는 상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현재를 버리고 미래를 키우는 일에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는 익숙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것을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식자는 현재의 즐거움보다 미래의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을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예화를 다룬 책을 통해서 또는 구전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책은 책이고 현실은 다르다고 무시해 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 현실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고, 성공을 꿈꾸는 이들에게 현실의 행복은 미래를 위해서 유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는 대체적으로 공감을 불러오는 얘기이다. 어쩌면 우리의 뇌는 내일의 소비보다 오늘의 소비를 훨씬 선호하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다고나 할 수 있다. 또한 급속한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미래의 가치가 현재의 가치보다 하락하리라는 것을 우려하는 것 때문에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는 현실적 소비에 관심을 기울이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서 현재라도 즐기자는 시각을 과연 맞다고 옹호해야 할까?

뇌과학자들은 쇼핑의 신경학을 연구하면서 저축하는 사람과 흥청망청 돈을 쓰는 사람의 뇌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특히 특정행동이 결과를 예측하고 보상받는 느낌을 처리하고, 동기 유발을 자극하고, 기억을 제어하는 뇌 부위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저축을 잘 못 하는 사람은 우둔하거나 비합리적이진 않지만, 종종 저축하지 않은 결과를 정확히 내다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래의 보상에서 즐거움을 찾도록 뇌 회로를 재구축함으로 진정으로 원하는 미래로 가는 길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1960년대 후반 ‘마시멜로 실험’으로 알려진 중요한 연구가 시행되었다. 스탠퍼드 대학의 과학자들은 네 살짜리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맛있게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들에게 지금 바로 이어서 먹으면 하나를 더 줄 것이고, 몇 분 후에 연구자가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하나 더 주겠다고 했다. 예상대로 당장 하나를 더 먹은 아이들과 기다리고 나중에 두 개를 더 먹은 아이들로 구분되었다. 10년 이상이 흐른 뒤 그 아이들을 다시 조사했더니 원래 실험에서 몇 분을 기다린 덕분에 마시멜로 두 개를 더 먹은 아이들이 대입 수능시험 점수가 더 높았다는 것이다. 이른바 충동제어를 포함한 감성지능이 학업 성적과 밀접한 상관이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결과였다. 당시 만족을 몇 분 뒤로 미룬 아이들은 나중에 비만에 되거나, 마약 중독이 되거나 이혼할 확률이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재형저축의 재 출시를 환영하면서, 기다림의 미학을 덤으로 안겨줄 수 있다는 금융상품이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조금만 버리면 세상은 두 손을 내밀 것이다. 바로 재산 형성 과정의 도덕적인 측면에서도 여지없이 확인할 수 있다. 시니어는 거칠 것 없이 자녀의 재형저축 가입에 적극 조언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7년이라는 시간은 지내고 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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