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55] 동네 빵집의 경쟁을 지켜보니 전쟁과 다름없다.

“저 쪽 건너편 빵집이 닫았는 줄 알았는데 새 단장을 한 것이었네요?” 빵집 얘기를 하면서 집에 들어서는 아내의 손에는 가득 빵을 담은 흰색 비닐봉지가 쥐어져 있다. 빵 냄새를 맡은 강아지가 아내의 뒤를 따라가며 겅중거린다. “당신 좋아하는 단팥빵이 새로 생긴 이쪽 빵집에서는 500원이라네요. 저쪽 집에서는 1,200원이었는데 그간 너무 비싸게 사먹었던 것이네요. 그런데 사람이 어찌 그리 많은지 한참 기다렸다가 샀지 뭐예요?”

요즘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불과 200m 남짓한 거리에 빵 가게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아직은 버티고 있는 10년 차 C 빵집은 딸이 제빵전문가, 어머니가 판매를 맡는 2인 자영업으로 시작했다. 아파트 상가에서 두 평 남짓한 매장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상가 2층에 제빵주방은 새벽 다섯 시면 어김없이 반죽을 돌리는 기계가 철부덕 거렸고, 3~4년 만에 서너 배 넓은 길가로 매장을 옮기면서 여름에는 팥빙수, 겨울에는 단팥죽을 특화 상품으로 커피 같은 음료도 함께 팔면서 비교적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하철 입구에 D 도넛 가게가 들어서면서 C 빵집의 영업시간이 늘어났다. 동네 사람들은 어차피 다른 상품을 파는 곳이다 보니 C빵집의 영업시간 연장을 은근히 환영하는 눈치였다. 수험생을 둔 가정에서는 늦은 시간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서 대로를 건너는 불편을 덜 수 있었다. 두 빵집의 엇갈린 경쟁 사이에 갑자기 대기업 T 빵집이 들어섰다.

자체 상표 동네 C 빵집은 대기업 D 도넛 가게와 T 빵집 사이에 끼어서 협공을 피할 수 없었다. 누구나 예측 가능하듯 동네 상표 C 빵집이 거의 매장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영업력의 손상을 입고 있던 상황이 전개되었다. T 빵집의 약진은 대단했고, 입점한 그해 겨울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7백 개 가까이 팔았다는 전설적인 얘기까지 소문이 돌았다. T 빵집의 신화는 거기에서 멈추었다. 어느날 갑자기 T 빵집은 철거가 되었다.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 폐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T 빵집 주인은 퇴직한 뒤 첫 번째 사업이라고 했다. 그 자리에 이동통신사의 매장이 들어섰다. C 빵집은 살아남게 되었다.

그 뒤로 동네상표 C 빵집의 안정적인 사업구도가 불 보듯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대로 6~7개월 동네 브랜드 C 빵집에 사람들이 몰렸고, 특히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단팥빵은 한정판매 품목이어서 번번이 구매에 실패했다는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올봄 무렵 빵 공장 회장님이 한 호텔 주차장에서 거친 행동을 보여 뉴스가 집중되던 시기에 우리 동네에 또 따른 전쟁이 시작되었다. 중소상표의 B사가 500원짜리 단팥빵을 주요 품목으로 하는 저가 빵매장을 연 것이다. 단팥빵이 그리 중요한 생활 식품이 된 것일까.

단팥빵의 역사는 140여 년 전 일본 이바라키현 출신인 기무라 부자가 만들어 도쿄 번화가에서 판매한 것이 최초라고 한다. 요즘도 긴자에는 아주 다양한 단팥빵이 판매되고 있다. 무르도록 삶은 팥을 체로 내리고 껍질을 걸래내고 앙금을 받아서 설탐과 소금을 넣은 후 졸여서 팥앙금을 만들고 밀가루 반죽의 안에 놓고 둥글게 만들어 젖은 면포에 덮어 발효하고, 반죽 표면에 달걀물을 바르고 통깨를 뿌리고 오븐에 구어서 만들어내는 단팥빵. 새로 매장을 연 B빵집의 500원 단팥빵 판매전략이 아무리 박리다매라고는 하지만 무엇인가 불편한 진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과 저러다 또 두 빵집 중 누군가 문을 닫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500원짜리 단팥빵을 무제한 방출을 무기로 B 빵집이 등장하자, 길건너 C 빵집에는 현수막 하나가 걸렸다. ‘제빵학회에 다녀오기에 잠시 영업을 중단합니다.’ 병원에나 걸릴만한 학회 참석의 이유로 C 빵집은 문을 닫았다. 동네 사람들 수군거리기는 ‘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다.’는 내용으로 집약되었으나, 영업 중단 일정이 지난 며칠 뒤 쿵쾅거리며 내부 수리에 들어갔다. ‘간판이 바뀔까?’하는 걱정을 뒤로 하고 좀 더 세련된 모습으로  내부 수리를 마친 C 빵집은 이전과 다름없이 1,200원 짜리 단팥빵 한정판매를 고집하며 문을 다시 열었다. “C 빵집의 빵이 더 맛있는 사실이야. 들어보면 무게감도 다르고 통깨 올려진 것이며 맛에 기품이 있어” 가까스로 한정판매 단팥빵을 사서 온 아내의 단팥빵 감식평을 들으며 누군가 꼭 한 곳만 남아 있어야 할까 하는 경쟁의 끝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과연 C 빵집과 B 빵집은 또 다른 경쟁 카드를 내놓지 않을까?

동네 빵집의 전쟁과 다름없는 경쟁을 지켜보면서 자영업 중에서 생계형 자영업을 집중된 시니어의 창업 현장에 대해서 깊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오랜 경험으로 창업을 하거나 자본력과 배경을 바탕으로하는 창업 그리고 동종업종의 틈새 시장을 뚫고 경쟁구도로 진출하는 창업 등 꼭 경쟁해야만 하는지, 경쟁에서 상생하는 방법은 없을지 우려 스러운 일이다. 오늘 자세히 헤아려보니 같은 거리에 안경점이 다섯 곳이나 문을 열었다. 이른바 무한 창업 경쟁시대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시니어의 창업에 대해서는 생계형 창업보다는 아이디어 창업이라는 새로운 시각 전환과 이에 대한 관심 그리고 충실한 해법이 필요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걸어본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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