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62] 시니어에겐 한국소비자원 정보가 아직 덜 친절하다.

소비자들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지난 1987년 소비자보호법에 따라 한국소비자원이 설립되었다. 하는 일은 소비자 상담 및 분쟁조정, 소비자 보호 정책 및 제도 연구, 상품의 안정정보 수집 및 평가, 상품 시험검사, 거래제도 개선, 소비자 교육 및 소비자 방송운영, 소비자 생활 관련 출판물 발간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엄연히 국민을 위해 설립된 대한민국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다.

시니어에겐 오랜 경험으로 구매하는 농산물은 눈감고도 품질을 가늠할 수 있는 비결이 살아나는 영역이다. 바람 들어간 무를 찾거나 속이 차지 않은 배추 그리고 맛이 든 수박을 고르는 것은 상인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신제품에 대해서는 젊은이들의 정보나 경험에 미치지 못한다. 관심도도 떨어지고 새로운 정보나 이에 따르는 설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서 객관적인 정보에 대해서도 판단을 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권유나 매장 직원의 설명에 따르는 ‘조언 의존형 소비자(Advise Depended Consumer)’ 패턴을 보이기 마련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런 시니어들의 선택 기준과 잘못된 제품을 구별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피해를 예방하고 간혹 문제가 발생하면 구제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에 반갑고 고마운 일을 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소비자원(www.KCA.go.kr)은 시중에 유통 중인 차량용 블랙박스에 대한 주의를 하시길 바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자동차 주행 중 사고의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자료로부터 시작해서 24시간 주차 감시 용도로 사용되면서 최근까지 약 200만대가 판매되는 인기 전자제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차일피일 구매를 미루고 있었던 시니어에겐 더 좋은 정보가 될 것이라 뉴스에 집중하여 기사를 꼼꼼히 확인했을 것이 분명하다. 선택의 기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이참에 준정부기관이 발표하는 정보를 통해서 좀 더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충만했을 것이다.

보도내용은 시니어 소비자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중에 유통 중인 차량용 블랙박스 31개를 대상을 실제 사용 조건을 고려한 고온작동을 한 결과, 60ºC에서 9개(29%), 90ºC에서는 22개(71%) 제품에서 화질 저하 문제가 발생했다. 주위 온도 60℃부터 메모리카드 오류 혹은 비정상 작동으로 말미암은 저장 불량이 발생하였고, 70℃ 이상에서는 기존에 저장되어 있던 영상파일이 손상되는 제품도 있었다. 메모리카드가 삽입되는 블랙박스 내부 온도는 제품 자체의 발열로 말미암아 외부보다 10℃~30℃ 이상 더 높아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라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인 회사와 제품명이 빠졌다. 보도자료에 온통 언론은 동조하면서 정보를 쏟아냈지만, 소비자의 알권리라는 알맹이는 빠진 셈이다.

정작 어떤 회사의 제품이 좋은 것이고 어떤 제품은 피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내용으로 궁금증만 증폭시키고 만 것이다. 이 정보는 스스로 구매 판단을 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불신만 쌓아가는 것은 아닌지 한국소비자원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 7월 초 경찰은 어린이들에게 즐겨 먹이는 ‘밥에 뿌려 먹는 맛가루(일본병 후리가케)’에 가축사료에 들어가는 불량 식자재를 납품한 업체 관계자들을 붙잡고, 납품된 불량재료를 공개한 바 있다. 그런데 열흘 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경찰이 비위생적이라며 적발한 ‘맛 가루’ 제조업체와 제품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저가 원료를 쓰긴 했어도 인체에 해롭지는 않아서 회수 등의 조처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비자는 처음에는 어떤 제품이 그런 문제가 있는지 피하고자 알고 싶었지만 제품명을 밝히지 않더니, 며칠 지나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니 혼란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 셈이다.

‘차량용 블랙박스 주차감시 기능, 폭염에는 무용지물’이라는 한국소비자원의 보도자료는 앞선 ‘맛가루’ 보도와 다름없는 혼란 조장 보도자료일 뿐이다. 보도자료 끝에 한국소비자원은 영상품질, 내구성 등 차량용 블랙박스에 대한 종합적인 품질비교정보를 올해 9월 중 ‘스마트컨슈머(www.smartconsumer.go.kr)’를 통해서 제공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실렸다. 차라리 9월에 한꺼번에 발표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더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여전히 시니어에겐 친절하지 않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아직 시니어에겐 한국소비자원이 아주 친절하지는 않다. 기왕 국민을 위해 올바른 소비 계도를 하도록 조직이 구성된바, 구체적이고 분명한 정보 제공으로 더는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했으면 바람이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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