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69] 2013년 미국인 49% “은퇴준비에 자신없다”

미국 아리조나주에 있는 ‘선시티(Sun City)’라는 도시를 연상하면 워낙 많이 거론되어서 마치 가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은퇴자 공동체(Retirement Community)’로 전 세계인의 이상향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발상치고는 굉장히 빠른 시기에 이러한 사업에 뛰어든 셈이다. 건축회사 사장인 델버티 웨브(Delbert Webb)이 1950년대 말에 은퇴 이후에 활기찬 여생을 보내고자 구상한 것을 사막지대에 구현한 것이다. 도시 이름 그대로 1년간 300일 이상 해가 비치는 자연적 환경을 도시 이름에 적용했다지만, 한편으로는 시니어를 좀 더 밝게 해 줄 것이라는 추상적 의지도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선시티’가 주는 의미 중 또 하나는 미국 사회는 일찍부터 은퇴 이후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 깊은 사고와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은퇴준비에 대한 인식이 오래전 정착되었을 추정되는 미국. 그리고 미국인의 은퇴준비.

최근 한 연구소에서 발표한 미국인의 은퇴준비조사를 통해서 보면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2013년 은퇴 만족도 조사 (The 2013 Retirement Confidence Survey: Perceived Savings Needs Outpace Reality for Many)’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경고의 의미를 듬뿍 담았다. 이 조사는 미국 워싱턴에 위치하여 비정당, 비수익 연구조사를 기반으로 1978년에 설립되어 근로자가 기업에 대해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지를 조사하고, 각종 고용자 이익 보증계획의 입안과 상담, 지원을 하고, 각종 연금 계획에 대한 연구와 조사를 시행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설립된 EBRI(Employee Benefit Research Institute, 고용자 이익 연구소, www.ebri.org)가 추진한 것이다.

이 내용이 실린 이슈 브리프(Issue Brief, No. 384)를 통해서 발표된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지난 2011년과 비교했을 때 은퇴를 위해 충분한 경제적 준비가 된 비율은 지난 2011년과 비교해서 변함없는 절반을 겨우 넘었다는 것이다.

2013년 미국인 49% “은퇴 준비에 자신 없다.”

세부적으로 보면 경제적으로 충분한 준비가 되었다는 응답은 13%에 불과하고, 다소 확신한다는 비율은 38%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1년과 2012년과 거의 변함없는 수치이다.  부정적인 답을 한 부분을 살펴보면 28%는 자신이 없다고 대답했고, 나머지 21%는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자신 없다고 대답한 비율은 지난 2011년의 27%, 2012년의 23%와 다소 차이는 있지만 통계적 분석상 큰 의미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다소 밝은 경제 전망에도 불구하고 은퇴에 대한 자신감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근로자들이 은퇴를 위해서는 현실적 지출 요인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저축을 해야 한다는 자기반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은퇴 준비상태엔 자신없는 미국인, 얼마나 저축해서 대비하려고 할까 ?

자신의 소득에 1/4에 해당하는 20%에서 30%를 저축해야 한다고 답했다. 최근까지 통계 자료를 통해서 보면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은 2.7%에 불과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같은 시기에 조사된 OECD 평균 저축률도 5.3%인 것을 보면, 이 조사에서 나타난 미국인의 저축 목표는 현실적으로 과대하게 잡혀있다. 저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부부간에 협력하고 노력하는 비율은 46%라는 결과를 보면 절반도 합의가 안 된 것이니 실현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조사를 통해 다소 어두운 미래를 보는 것같아 불편함을 거둘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은퇴 이후의 생활에 대해서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그를 위해 큰 목표를 세우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도 은퇴를 위해서 저축 목표를 갖겠다는 전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절대 필요하다.

시니어파트너즈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격년으로 해오던 ‘시니어 행태 조사’를 2011년에 이어 올해도 진행하고 있다. 다섯 번째 조사다.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오래전부터 은퇴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은 미국도 준비 상태가 충분하지 않은 것을 보면, 그리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되지는 않는다.

더구나 ‘은퇴 준비’에 대한 홍보가 급격히 수그러들고 있어서 잊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금융회사의 ‘공포 마케팅’ 방식에 대한 부정적 반응과 형편없는 투자수익률 등의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홍보 마케팅의 열기는 급격히 수그러들었다. 금융사의 면목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나마 은퇴 준비를 가급적 일찍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것은 계속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번 주에 ‘그나마 믿었던 연금저축펀드의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것을 운영보고서를 통해서 확인하고, 해약한 후 저금했던 돈까지 보태서 외제 차를 샀다.’라며 ‘은퇴준비 포기’를 자랑하는 후배의 얘기를 듣고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별 사안으로 그쳤으면 좋겠다.

은퇴준비는 장기 안목이 필요하다. 당장 기대투자수익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은퇴준비를 포기했다는 것은 대국민 홍보의 실패일 수도 있다. 그리고 금융회사는 연금상품의 투자수익률이 낮아 체면은 없겠지만, 은퇴 준비가 필요하다는 홍보 마케팅은 지속적으로 밀고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공포 마케팅’은 사절이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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