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80] 꼭 도입해야 할 장수채권, 이를 위해 앞서 해야 할 일

인구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여러 가지 위험이 발생하는데 그 규모와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위험 중 하나로 ‘장수 위험(Longevity Risk)’으로 꼽고 있다. 그 이유는 고령인구의 기대여명이 1년에 6개월씩 연장되는 등 기존의 예상을 뛰어넘도록 급속하게 늘어가고 있다는 것과 그 불확실성 또한 매우 높다는 데 있다. 과거에 이를 대비하여 세운 대책의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회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장수를 축복이라 생각했지, 대비하고 준비하고 부담해야 할 위험이라고 생각하지 않은데 원인이 있다. 국가 또는 사회 복지시스템이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고, 결국 이 오래살게 된 책임과 위험은 고스란히 개인이 감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 기초노령연금으로 정치권의 쟁점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았던 이유도, 기초노령연금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이 다른 것이 아니라, 재원을 어떻게 갹출하느냐가 핵심이었다는데 모든 국민이 공감했을 것이다. 월 20만 원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도 쉽게 추진하기 어려운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정부의 걱정이 태산일께다.

일각에서는 법과 제도로 장수 위험을 해결할 수 없는 장수 위험의 문제를 자본 시장을 활용해서 찾아보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다양한 경제주체가 각자의 이유에 따라 ‘장수위험을 거래’한다면 경제적 효율성이 증진될 것이라는 발상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바로 ‘장수위험(Longevity Risk)’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 중으로 거론하게 된 ‘장수채권(Longevity Bond)’은 자본시장에서 장수위험을 관리하고 거래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대상 인구집단의 생존율에 따라 원리금을 달리 지급하는 방식으로 구상되고 있다. 기존 자본시장의 연금이나 보험 등의 금융수단은 장수위험 관리에 필요한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도 ‘장수채권’의 등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근거로 지난 2007년 한 연구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의 5년간 사망률 변화와 주식 및 채권 수익률 사이의 상관관계를 통해서 기존의 자본 시장은 장수 위험과 사망률 위험을 효율적으로 회피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즉 기존의 자본시장에서 나타나는 개인 차원의 장수위험은 연금과 퇴직금을 다 소진했는데도 생존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늘어난 기대여명까지 기존의 자본시장의 상품은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구체적인 ‘장수위험’의 하나라는 것이다.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인구집단의 생존율에 따라 원리금을 달리 지급’하는 ‘장수채권(Longevity Bond)’이라고 할 수 있다. 장수 위험을 부담하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성격을 달리하기는 하지만, 장수채권의 발행자가 장수위험을 부담하는 경우에는 생존율이 기대치보다 높게 실현될 때 원리금이 추가되고, 투자자인 매수자가 부담할 때는 이와 반대되는 결과를 얻는 방식의 채권을 만들면 장수위험을 대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 2004년 11월, 파리바 은행(BNP Paribas. http://www.bnpparibas.com) 은 연금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장기채 성격의 장수채권을 발행을 발표했었으나, 수요 부족으로 말미암아서 2005년 말에 발행계획을 철회한 것이 최초의 일로 기록되어 있다. 당시 수요부족으로 실제 발행에 실패한 원인에 대해서 장수 위험에 대한 헤지비용이 위험 감소에 비해서 지나치게 커서 위험관리 도구로서의 매력이 없었고, 만기 25년은 늘어나는 수명에 비해서 효과적인 헤지 수단으로 고려하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을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연령대나 성별이 다른 집단들이 대상인 연금의 경우 효과적인 헤지수단이 될 수 없었다는 점 등이 나열되었었다. 2005년 11월 영국의 연금 위원회(UK Pension Commision)’는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연금 합의 (A New Pension Settlement for the Twenty-First Century)’ 보고서에서 영국정부의 장수채권 발행에 유보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영국에서도 연금가입자의 수명연장으로 말아암아 추가로 요구되는 자금규모가 1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수명 연장으로 말미암은 장수위험에 대한 헤지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연금 운영사는 연금상품을 판매할 때 예상했던 수명보다 더 오래 살게되면 지급해야 할 연금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고 이에 대한 대비가 없다는 위험 상황을 설명한 것이기도 하다. 이후에 연금시장과 제도에 대해서 활발하게 대처하고 있는 칠레에서도 시도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2010년 12월, 스위스 리(Swiss Re, http://www.swissre.com 스위스 재보험사)는 ‘Longevity Trend Bond’라는 이름으로 5천만 달러 규모의 장수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하였다. 해당 채권은 원금상환액이 장수위험에 노출되는 원금연계형 장수 채권(Principal-at-risk Longevity bonds)의 형태로 만기는 2017년 1월로 설정되었으며, 금리는 6개월 LIBOR보다 4.72% 높은 수준으로 설정되었다. 스위스 리의 성공 요인 중의 하나는 이전보다 높아진 장수채권에 대한 관심 외에도 사망률 개선에 대한 근거 및 미래 사망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탐색할 수 있고, 투자자들이 장수 위험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투자 용이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시장의 관심과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요구가 한층 높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장수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장수 지수(Longevity Index)의 정교한 개발이 사전적으로 요구된다. 특정 집단의 사망, 생존, 기대 수명에 연관된 데이터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2005년 12월, 크레티트 스위스(Credit Suisse. https://www.credit-suisse.com/ch/en)는 ‘크레디트 스위스 장수 지수(Credit Suisse Longevity Index)’를 발표하였다. 이후 제이 피 모간(JP Morgan https://www.jpmorgan.com)도 2007년 3월에 ‘LifeMetrix Index’를 개발하였다. 채권 발행 이전에 상당 기간 정밀하게 시장에 대한 분석부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장수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장수위험을 대비하는 측면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채권 발행을 서두르는 것에 앞서 우리나라 인구집단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반영하는 사전조사와 이의 변동치를 객관적으로 함축해서 볼 수 있는 ‘장수 지수(Longevity Index)’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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