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87] 고참(古參)이 불편하면, 품질이 불안해진다.

직장 생활에서 고참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사전을 들여다보면 ‘고참(古參)’은  오래전부터 한 직위나 직장 따위에 머물러 있는 사람으로 설명하고 있다. 고참이란 단어는 서구의 ‘베테랑(Veteran)’이라는 단어가 기진 ‘세월이 흐르면서 능숙한 사람, 경험이 많은 전문가, 지혜 높은 원로(元老)’ 등의 의미보다는 거친 쪽인 ‘권위적이고 계급이 높은 사람’이라는 의미가 강한 것이 일반적이다. ‘베테랑(Veteran)’은 라틴어로 ‘노인’이라는 뜻의 ‘베투스(vetus)’에서 유래했다. ‘역전의 용사’라는 뜻의 군대 용어로 많이 활용되는 것도 이런 연유가 있다.

유교 문화가 깊이 자리 잡은 우리나라나 주변국인 일본에서는 연공서열에 대한 의식이 뿌리깊기 때문에 고참이라는 단어는 군대뿐만 아니라 기업 등에서 계급에 따른 위계질서 차원에서 폭넓게 통용되는 개념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고참을 선임(先任), 선참(先站)으로 순화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유는 일본어에서 출발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일본 기업에는 ‘고참권(古慘權)’이라는 ’고참’을 우대하는 인사권한이 통용되었었다. 이 고참권은 근로자의 배치 전환, 해고, 재고용, 승진, 휴직 등의 인사관리에 있어서 근무 연한이 많은 이에게 우선권을 인정하는 제도로 활용되었다. 시간이 계급인 셈이었다.

남자 아이들은 군대라는 의무 과정을 거치면서 고참이라는 계급을 지독하고 깊이 경험하게 되어 뇌리에 박혀있지만, 엄마와 반말로 일상 대화를 늙도록 즐기는 여자들에게 고참이란 불편하고 생소한 가식의 체계일지 모른다. 아무튼 시니어에겐 고참이란 단어는 설명이 필요 없는 아주 익숙한 단어이다. 그러나 평등 주의적 환경에서 자란 주니어에겐 충격과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고참은 조직의 분위기를 마음대로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인 셈이다.

직장 내에서 고참의 가치는 급격하게 쇠퇴하고 있다.

성장을 멈춘 조직에서 고참은 효율이 떨어지는 낡은 엔진처럼 취급 받게 되었다. 연식이 높아지면 성능이 향상되지 않음에도 자연 승급이 진행되고 잠재적인 고참권의 발동으로 발언권마져 높아지는 것을 부담스럽게 간주하는 인식의 변화가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고참을 무력화시킨 것이 명예퇴직이다. 오래 근무한 경력이 짐이 되고 세련된 지혜가 화근이 될 줄 누가 알았는가. 고참 순으로 명예 퇴직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고참도 이제는 기준이 점점 내려오는 상황이라 군대로 치자면 병장만이 고참의 지위를 누렸다면 상병, 심지어는 일병도 고참 취급을 받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80년대 대학신문에는 전자계산기 광고가 실렸었다- 출처 연세대학교 연체춘추 / 사진. 김형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절과 급격하게 변하던 시절엔 고참이 정답이었다.

돌파력과 경험으로 무장한 고참은 신참에 있어서 전설이었고, 교과서였고, 우상이었다. 가정을 절대로 염두에 두지 않는 철저한 회사 중심의 생활관으로 무장된 이가 세계를 무대로 활약과 승전보를 몰고 왔었는데, 이들이 회사에서 냉대를 받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맞고 있다. 고참이 정답에서 오답으로 바뀌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성장 정체에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고참은 성장 없는 경제 상황에서는 영원히 불필요한 존재일까?

고참은 품질을 높이기 위한 경험이라는 절대 가치를 가지고 있다.

고참을 포기하니 품질이 떨어져 곤혹을 치른 수 많은 일본 기업이 겪은 쓰라린 경험을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는 고참을 몰아낸 폐해를 수습하느냐고 분주해진 일본 기업의 모습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고참이 가진 솔선 수범의  성실성, 살신성인의 근무 태도, 그리고 완벽한 업무 수행 능력을 신참이 따라 올 수 없음에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던 오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을 절대 고용인력 부족이 시작되는 해로 예상하고 있다. 나이 불문하고 일할 사람이 부족한 시기가 불과 3년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전망한다. 다시 불러서 재활용할 것이 아니라, 고참이 현역으로 남아 그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고자 노력하는 협치(協治)의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역동성, 복잡성, 다양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 시대에 있어서 고참과 신참이 공생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합의를 통해 함께 해결해야 할 굉장히 굉장하고 대단히 대단한 과제임이 틀림없다.ⓒ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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