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301] 호주에선 이혼하면 10년 더 일해야 한다

지난 2011년 5월 30일 배포된 교도통신사(http://www.47news.jp/)의 보도로는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여성의 인식이 크게 변화해서 절전과 방재뿐만 아니라 가족의 중요함을 재인식하고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고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는 ‘디지털 부티크’의 조사로는 “지진 후 생활 방법과 심경이 변했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약혼반지와 결혼반지 판매도 호황을 누리고 있어서 도쿄 다카시마야(高島屋) 백화점 신주쿠(新宿) 점에서는 전체 매상이 뚝 떨어진 가운데 4월 하순까지 약혼, 결혼반지의 매상만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눈에 띄는 것은 20대 커플로 매장 담당자는 ”소중한 사람끼리 인연을 재확인하려는 마음이 강해지고 있다.”라고 본다는 내용이 시선을 고정했다.

그렇다면 어려울수록 이혼이 줄어들고 결혼이 늘어난다는 것이 정설인가?

지난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혼인·이혼통계’에 따르면 이혼의 경우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지속하다가 이혼하는 중년(中年) 이혼, 황혼(黃昏) 이혼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이상 살다 이혼한 부부가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17.8%에서 2013년 28.1%로 급증했다. 혼인 지속 기간 30년 이상 이혼(9,400건)은 전년(8,600건)에 비해 8.4% 늘었고, 10년 전(5,100건)과 비교하면 1.8배 늘었다. 작년에 이혼한 11만 5,300쌍 부부의 혼인 지속 기간을 따져보니 평균 14.1년으로 전년(13.7년) 보다 0.4년이 길어졌다. 10년 전에 비하면 2.2년을 더 살고 헤어진 결과다. 단적으로 최근 우리나라 결혼 통계의 요약은 결혼은 줄어들고 이혼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일본을 빗대어 본다면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단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이혼의 사유야 많겠지만 귀하게 모신 많은 하객들 앞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헤어지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건만 그 약속이 깨질 만한 중대한 사유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할 뿐이다.

‘호주에선 이혼하면 10년 더 일해야 한다.’

이혼과 관련되어 이렇게 금전적으로 분명한 손실을 제시한 조사 결과는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다. 2013년 7월에 ‘매듭 풀기’라는 제목의 선코 리서치 리포트 (Suncorp Research Report)에서 밝힌 호주인의 이혼에 대한 조사의 산물이다.

좀 더 자세히 조사결과를 들여다보면 결혼한 부부의 실제 은퇴시기를 65~69세로 보고 있는데, 이혼자는 이보다 10년 정도 늦은 75세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혼자의 은퇴시기가 늦어지는 이유는 예상과 다름없는 경제적인 문제이다. 남성 이혼자의 평균 연령은 45세이고 퇴직연금은 호주 달러로 $128,000인데 비해서 여성 이혼자의 평균 연령은 42세로 퇴직 연금은 호주달러로 $42,00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무엇보다도 퇴직 연금은 호주 가정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집안의 자산인데, 호주 이혼 부부의 1/6 정도만이 전 배후자에게 퇴직 연금을 나누어 줄 뿐이라는 것이다.  이혼을 하면 당연히 재산을 나누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69%만이 재산을 나누고, 가정에서 사용하던 자동차는 32%, 배후자의 수입은 22%, 배후자의 연금은 불과 17%만이 나눈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 자산은 12%만이 나눈 정도로 이혼에 따른 경제적 분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이혼은 크나큰 경제적인 장벽을 하나 더 쌓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한다.

각방쓴다는 선배가 “우리는 이혼하지 않고 해혼했다.”고 결혼 상태를 얘기한 적이 있다.

뜻밖의 결혼 방식인 것 같아서 부지런히 사전을 뒤적이면서 찾은 내용은 ‘해혼(解婚)이란 결혼을 해지한다.’는 뜻이다. 혼인관계를 끊는다는 뜻이기도 하는데, 해혼은 생활은 그대로 유지하며 같은 집에 살아가지만 결혼이 옭아맨 의무와 권리에서 자유로운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문장으로는 이해가 쉽지 않지만, 선배의 각방쓰기를 연상하면서 최악의 ‘이혼’으로 인한 충격과 문제점으로는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의 최상 계급인 브라만층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결혼식을 치르고 자식들을 낳아 훌륭히 키우고 출가를 시킨 다음엔 바로 이 해혼식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도의 성인이라는 간디도 해혼식(解婚式)을 했다고 한다.화합하지 못하고 상대를 원망하며 헤어지는 것이 이혼이라면, 해혼은 생활은 그대로 유지하며 한집에 살아가되 결혼에서의 의무와 권리에서 자유로운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혼은 어쩌면 상대방에 대한 존중감이 사라지게 되는데 그것은 의무와 권리로 제한된 사유와 행동에 기인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이혼하면 몇 년 더 일해야 할까? 배우자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고 이혼으로 치닫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필연적인 단계를 고려한다면, 해혼이라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방법도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참기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관계가 더욱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지게 된다는 교훈이 새삼 떠오른다. 더더욱 이혼 증가 통계도 좋은 소식일 수 없다. 가장 귀한 관계는 가정이고 그중에서도 부부가 가장 귀한 관계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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