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307] 고양이 스스로 목에 방울 달기

최근 경제학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경제대학(the Paris School of Economics)의 교수인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Tomas Piketty)’의 《21세기 자본론(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덕분이다.

피케티 교수는 “부의 불평등은 역사적으로 자본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으로 버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므로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방대한 자료 분석을 통해서 이를 입증했지만, 한편에서는 원자료의 인용 오류나 부정확한 분석법을 적용한 사례가 나왔다고 반박하는 학자들이 나오면서 논쟁이 점입가경의 국면으로 확산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피케티의 분석내용이 아니라 해법에 있다. 그는 소득 불평등이 이제껏 역사가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까지 심화하는 ‘디스토피아(Distopia, Utopia의 정반대)’가 닥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일해서 버는 돈은 물려받은 재산이 벌어들인 돈을 결코 따라잡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소득 상위 1%의 부자에게 최고 80%의 세금을 물리고, 자산에 대해서도 매년 최고 5~10%의 부유세를 부과하여야 한다.”며 “세금을 올리면 이민을 할 수 있으므로 국제적 누진적 부유세로 확대하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총 696페이지에 달하는 많은 분량의 이 책은 지난 3월 10일 영어로 번역 출간된 이래, 지난 주말까지 인터넷 도서판매 사이트인 아마존(Amazon.com)에 524명의 구매자가 도서 평을 올려놓고 있다. 이곳에서도 역시 경제학자 간의 논쟁과 방향이 극단의 양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5개 별이 만점이 별점 평가에서 3.5개의 별을 받고 있다.

피케티 교수의 소득 재분배 주장을 관전하면서, 지난해 10월 미국 최고부자 0.01%에 속하는 ‘빌 그로스(Bill Gross)’의 양심선언이 생각났다. 69세인 빌 그로스는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PIMCO)’의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약 2조3천억원($22억)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 그는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insider.com)’를 통해서 “자신이 엄청난 부자임에 죄책감을 느끼며, 근로자들 희생으로 축적한 재산에 대해서 사과한다.”고 했다.

빌 그로스는 “본인은 좋은 시절에 태어난 행운을 인정하고, 지난 30년간 호황에 올라타는 특권을 누렸다. 이 호황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 그저 만들어진 거기에 올라타는 것밖에 하지 않았다. 형편이 못한 사람들에게 미안할 줄 알아야 하며, 소득세율이 올라가는 것에 대해 투덜거리는 것은 돈에 인색한 ‘스크루지 맥덕(Scrooge McDucks)’ 영감과 같은 짓이다.”라고 의견을 피력하면서 “상위 1% 계층의 소득이 지난 1970년대 10%에서 오늘날 20%로 두 배 이상 더 많아졌으니, 더 많은 성과 보수와 자본 이득에 대한 세금을 재조정하는 것에 대해 기꺼이 받아들이자. 그리고 근로자보다 자본가에게 더 낮은 세율을 매기는 시대는 끝나야 하고,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행운을 나눠야 한다.”라고 반성하는 글을 올렸다.

프랑스의 페티 교수가 책을 집필할 때, 미국 최고부자 중 한 사람인 빌 그로스의 양심선언을 접했더라면 용기백배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페티 교수도 소수의견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얘기가 거론되는 우리나라 현실에 맞추어 돌아보면 더욱 아쉽고 까마득하다. 부자 증세를 스스로 주장하는 부자는 본적도 없고, 그런 생각을 가진 부자 얘기를 들은 적도 없는 것 같다.

마침 동국대학교 김낙년교수가 피케티가 고안한 방법론을 적용하여 발표한 ‘주요 5개국 상위 10% 소득 비중 분석 결과’가 보도되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위 10%의 소득 비중이 45.51%에 달하고, 이는 지난 1975~95년 30%에 머무르던 것이 2000년 35%를 넘었고, 2006년 42%로 치솟는 등 불평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문제의 정책도 결국 재원확보가 관건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앞서 가장 취약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 문제인 기초노령연금을 정하는데 이렇게 오랜 논의와 시간이 필요했는데, 앞으로 정치권에서 거론했던 수많은 복지 문제는 소득 재분배 문제와 맞물려 점점 더 격화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아무래도 부자에게 증세하는 것이 쟁점이 될 것이다. 이 쟁점의 결과가 많은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결정되기 쉽지 않으리라 예상한다.

가끔 한두 부자들이 내놓는 엄청난 기부금으로도 결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복지정책이고 과제이다. 소득의 재분배만이라도 불평등이라도 해소된다면 난제의 상당 부분이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바람만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사유재산을 보장하는 자본주의에서 강제할 방법은 결코 없으니, 막연하나마 고양이가 스스로 목에 방울을 달게 하는 방법을 없을까 상상을 해볼 뿐이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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