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324] 금융사기, 경험과 학력에 상관 없더라.

전통적으로 돈을 경시하거나 배척했던 의식이 시니어의 경제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래된 역사를 들먹이지 않아도 ‘돈’ 문제를 대화의 주제로 올려놓는 것은 도전이고 부담거리가 일반적인 모양이다. 특히 남자들 세계에서는 그런가 보다. 우수한 인재가 모였다는 공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퇴직을 5년 앞둔 예비퇴직 수강생이 가장 원하는 주제는 ‘재무 컨설팅’이었다. 요청한 강의 시간도 다른 강의에 두 배나 되는 4시간이 책정되었다. 그야말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으로 실습을 중심으로 준비하고 시작된 강의 첫 부분에서 난감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날 60여명의 수강생 중 현재 본인의 월급이 얼마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단둘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을 아내에게 맡겨서 모른다는 것이다. 대부분 30년 이상을 한 회사에서 일한 장기 근속자인데 급여가 얼마인지, 생활비가 얼마인지, 저축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돈에 대해서는 아주 깨끗한 직장인’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강의 내용은 현재 보유한 자산의 현재 가치를 계산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는데 난감한 일이었다. 오로지 ‘돈’을 멀리했던 생활상이 반영되었는지 그날 강의는 의무교육 수준의 용어 정의를 수시로 넘나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퇴직 후에 어떻게 하면 돈을 계속 벌 수 있을까?’라는 열망과 관심은 하늘만큼 컸다.

‘돈’이 중요한 생활 수단이라면 ‘돈의 속성’에 대해서 알려는 노력도 수반되어야 한다. 돈의 속성을 잘 모르면 이익을 가장한 손해 보는 일에 빠져들기 쉽다. 바로 금융사기(Scam)에 빠져들기 쉽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의 자료를 통해서 보면 금융사기를 당해봤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30대는 2.8%에 불과한데, 50대에 들어서는 4.7%, 60대는 5.2%에 달하는 것으로 답했다. 그러면 금융사기 당할 뻔 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30대는 15.9%가 그런 적이 있다고 대답했는데, 50대에 이르러서는 20.7%로 60대에서는 19.8%로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금융지식과 투자경험이 부족하고 금전적으로 여유있는 시니어가 금융사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조사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2011년 경찰청 범죄통계를 보면 금융사기의 피해는 평균 6,905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히고 있는데, 특히 60대의 피해금액이 평균보다 훨씬 높은 8,250만 원으로 나타났다. 60세 때 금융사기로 8천만 원 금융사기 손해를 입으면 77세 때 은퇴 파산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결과도 나왔다.

왜 시니어들이 크게 금융사기를 당할까?

투자수익률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면 쉽게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원금의 100% 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의 확정수익 보장으로 권유하는 것인데, 이에 덧붙여 평판이 좋은 회사나 특별한 네트워크 또는 자격과 경험을 바탕으로 신뢰성을 높이고, 거기에 시장 소식에 밝은 투자자 또는 유명 인사가 투자한다는 것으로 믿음의 크기를 높인다는 것이다.

더구나 오랫동안 신뢰관계를 쌓아온 지인이 마지막 기회이니 놓치면 후회한다거나, 당신에게만 얘기하는 특별한 조건이라는 등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가족과의 협의할 시간조차 궁색하도록 내몰면 여지없이 사기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수 십 년의 사회 경험과 높은 학력도 금융사기에 걸려드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조사 내용이 주는 것은 ‘세상에 공짜가 없다.’라는 것과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라는 문제의식을 항상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주변의 조언을 듣기 전에 스스로 거절할 수 있는 경제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경제 공부, 그것이 스스로 금융 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하고 안전한 길이다.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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