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328] 에볼라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것은 담배라는 아이러니

전 세계가 에볼라 바이러스의 공포에 떨고 있다. 더구나 철저한 자국민 보호를 대내외적으로 선포하고 있는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에서 발병 환자가 발견된 사실에 더욱 분위기는 싸늘하게 전개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이토록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에 발병자가 많은 것도 아니다. 치사율 90%이고 현재로서는 치료도 거의 불가능한 악마의 바이러스라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에볼라(Ebola)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의해서 발병하는 질병이다. 바이러스 자체는 필로 바이러스로 분류된다. 필로 바이러스류는 대부분 치명적인 출혈열을 불러오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이 에볼라성 출혈열이라고 한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정확히 어떻게 인체에 영향을 주는지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체내에 있는 콜라젠 조직에 침투하여 증식하고 조직을 파괴한다고 한다. 이 콜라젠은 세포들을 묶어주거나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세포 외 기질 단백질의 한 종류로, 이 콜라젠이 완전히 파괴되면서 세포 간의 연결이 죄다 끊어져 조직이 미분당해 버린다는 설이 있다. 그 결과로 내장, 피부, 혈관 등 주요 조직들이 그야말로 녹아내린다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환자에게는 끔찍한 통증이 수반되고, 이윽고 다발성장기부전으로 사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끔찍한 진행 상황이다.

1976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현 런던 위생학 교수인 피터 피옷박사에게 온 한 벨기에 국적의 간호사에게서 채취된 혈액에서 발견된 것이 첫 발견으로 알려졌다. 바이러스의 이름의 명명은 피옷박사와 동료들이 술을 마시며 바이러스의 이름을 논의 할 때, 발병한 지명의 이름은 피하고자 고민한 끝에 에볼라강 주변이어서 ‘에볼라’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강 이름은 에볼라가 아니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에볼라는 대증요법(symptomatic treatment, 對症療法) 이외에는 치료방법이 없었다. 대증요법은 단어 그대로 보통사람들에 잘 알려진 치료방법으로 ‘열이 높을 때에 얼음 주머니를 대는 것’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2014 서아프리카 에볼라 유행이 진행되면서 동물 실험 단계였던 실험용 치료제인 지맵(ZMapp)이 매우 예외적으로 인간 환자에게 투여되었다. 여러 차례의 투약을 통해 이 약의 치료 효과가 입증되어가고 있다. 최초로 미국인 환자 2명에게 투여하여 증상 호전이 확인되었고, 이후 에볼라 창궐 지역의 감염 의사 3명에게도 이 약물을 사용하여 역시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맵은 쥐에서 뽑아낸 에볼라 항체를 담뱃잎(담배과의 초목에 속하는 약제로 담배식물, Nicotiana benthamiana)을 이용하여 제작된 단일클론 항체에 접목하는 식으로 생산한다. 수주 간에 걸쳐 담뱃잎이 성장한 후, 담뱃잎에서 치료 단백질을 수확해서 약으로 정제하는데 또 1주일이 걸린다. 담배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어렵다고 한다. 개발은 맵바이오제약에서 했지만, 생산은 미국 2위 담배회사 레이놀즈 아메리칸에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에서도 승인이 나오는 즉시 수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지지부진하던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이 정작 에볼라의 불길이 선진국까지 뻗어올 조짐을 보이자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에볼라가 전 세계를 덮쳐 현대 문명의 근간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전염병이 될 가능성은 이로써 매우 낮아지게 되었지만, 선진국의 이해관계 위주로만 돌아가는 백신 개발은 역시 씁쓸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소모되는 비용이 평균적으로 8~11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이라는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담뱃값 인상 때문에 또다시 국민의 건강과 경제를 해치는 주범으로 주목받던 담배가 치사율 90%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데 선봉이 되고 있다는 새로운 아이러니를 발견하고는 ‘담배=해약’으로 정의하고 있던 내 판단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혹시 우리 주변에 경험과 지혜가 많은 시니어를 독소처럼 보는 시각이 있다면 정색을 하고 다시 그 가치를 제대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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