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340] 물가가 떨어진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물가가 올라가는 세월은 힘들다. 버는 돈은 정해져 있을 때 물가가 올라가 버리면 살 수 있는 양이 줄어드니 손해를 보는 형국이 벌어진다. 이렇게 물가가 올라가는 것,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일정 기간 내에 일반 물가의 지속적이고 비례적인 상승이 바로 인플레이션(Inflation)이다.

물가가 계속 오르게 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돈은 그냥 오래 손에 쥐고 있으면 가치가 떨어지게 되니 은행에 맡겨서 이자라도 받아야 시간이 지날 수록 떨어지는 구매력을 금리로 보상받아야 하겠다는 심리가 강하고, 내일 사는 것보다 오늘이 더 싸다면 필요한 것을 서둘러 구매 결정을 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하나는 통화량 팽창과 관계가 된다. 이를 두고 160cm의 거구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만 (Milton Friedman, 1912~2006)은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 (Inflation is always and everywhere a monetary phenomenon).”라고 1969년 런던에서 개최된 윈콧 기념 강연에서 남긴 말이다.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을 ‘상품에 비해 돈이 너무 많은 현상(too much money chasing too few goods)’으로 표현했다. 경제 전체의 생산량은 고정되어 있는데 화폐공급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물가는 상승한다. 개인으로서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경제 전체적으로 돈이 늘어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른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수요가 많아져서 (Demand-Pull)’과 ‘비용이 올라서 (Cost-Push)’를 구분해서 설명하지만, 이 둘은 단기적인 원인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나쁘다는 대중적 판단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디플레이션(Deflation)’은 어떤 현상을 말하는 것일까.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의 반대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돈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올라가는 것이다. 물가가 떨어지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구매력, 즉 살 수 있는 능력이 점점 향상되는 현상이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싸고, 내일 더 싸질 것이다. 요즘 물가가 오르지 않고 오히려 내려간다는 것을 경제관련 몇몇 지표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될까?

기본적으로 현재의 경제체계는 인플레이션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을 주고받고 물건을 사고 이자도 받고 거래하도록 함으로써 서로서로 살아가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물경제 상황에서 물가가 계속 하락하면 당장 꼭 사야 할 것이 아니며 구매를 미루거나 사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서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으니까. 그러면 자동으로 물건을 사는 사람이 줄어들고, 기업은 물건이 안 팔리니 이익이 줄어들고 그러니 직원의 월급을 줄여야 하고, 또 공장에서 생산할 필요가 없으니 직원의 숫자도 줄이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기업이 파산하고 그로 말미암아서 일자리를 잃게 되어 가계 경제는 위기에 빠지고 경기는 침체를 반복하며 침체를 가속한다는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이 디플레이션이 가져올 불안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단순하게 물가 하락으로 말미암아 가계 비용이 얼마 줄었다고 디플레이션을 환영할 수 없다.

디플레이션을 경계하는 것은 나쁜 디플레이션이 될까 하는 것이다.

바로 소비도 줄고 투자도 줄어서 생기는 디플레이션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계신호가 확산하고 있는 이유가 ‘유효 수요의 부족’ 즉 살 사람이 줄어들면서 생기는 나쁜 디플레이션으로 연결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나쁜 디플레이션에 빠져들게 되면 특히 시니어가 보유한 은퇴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의 가격 하락이 계속 내리게 된다.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대출은 꺼리고 기존의 부채를 상환하려는데 주력하게 되고, 결국 내 손에 쥐고 있는 구매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비가 줄어드는 연결 고리의 ‘디플레이션의 악순환(Deflation Spiral)’을 갖게 된다.

디플레이션 해법에 대해서 전 미국 연방 준비 제도 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의장인 벤 버냉키 의장(Ben Shalom Bernanke, 1953~ )은 “애초에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바로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져 헤맨 기간을 말하는 것이다.

최근에 떨어지는 물가가 주는 신호는 좋은 디플레이션의 하나 이기를 바라며, 나쁜 디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빠져들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는 정책적 대응을 기대한다. 그리고 경험이 많은 시니어의 지혜를 경청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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