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343]’꽃보다 할배’ 인기는 투덜이 아닌 노력형 이순재 꽃할배 때문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로 이어지는 한 중장년 창업 프로그램에서 커다란 변화를 감지하게 된 사실이 있다. 올해로 넘어오면서 단칼에 수강생의 평균 연령이 5세 정도 젊어진 것이다. 그 사이에 정책적인 변화가 있기는 했다. 수강자격 최저 나이를 50세에서 45세로 낮춘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즉각적인 반응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정년 연장이 시행된다는 것은 현실과 멀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반대 현상으로 퇴직 나이가 낮아진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고 싶지 않은 불편함이 있다. 더구나 이들 수강생 중에는 겨우 턱걸이 45세 기준을 겨우 넘어선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주말 시간을 이용해 은퇴 전문강사 양성과정을 수강하던 50대 초반의 현직 간부직원이 있었다. 그가 6주간 진행되는 주말 과정을 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퇴직이 아직 6~7년 남아 있기는 하지만, 본인의 퇴직 후 생활도 대비하고 기회가 되면 본인이 다니는 회사에도 퇴직 전 준비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기에 겸사겸사 취미에 가까운 가벼운 생각으로 참여한다고 했다. 과정 중 마지막 코스인 본인 강의 테스트에 열과 성을 다해서 참여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무엇인가 그의 신상에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과정이 운영되던 4주차 시점에 회사로부터 명예 퇴직을 권고 받았다는 것이다.

명예퇴직을 거부하고 싶었지만, 그에게 닥쳐질 알 수 없는 무거운 그림자를 떨쳐 버릴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회사의 권유에 무릎을 꿇었다. 뒤에 들은 얘기로는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인사담당자는 ‘엑셀 시트’를 펼쳐 놓고 나이 많은 순서로 가로 정렬한 뒤에 인사고과를 세로 정렬하여 교차점을 만들고 언론에 발표한 그 숫자에 맞추어 대상자 분량을 정했다는 것이다. 그는 인사 전략 없이 인사 전술을 펼친 그 회사에 대해서 마지막 의사결정에 큰 아쉬움을 토로했다.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고는 먼 훗날로 막연 했던 인생 2막의 출발점을 지금 현재로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가장 여유 있던 수강태도를 가장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꾼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제는 정년 퇴직이 화젯거리가 될 정도로 사기업 뿐만 아니라 공무원 사회에서도 익숙하지 않은 단어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기업에서 정년을 맞은 이들에게는 특별한 비법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함까지도 생기게 되었다. 기회 좋게 한 상갓집에서 정년 퇴직한 분을 만나서 그의 생존 무용담을 들을 수 있었다. 그를 통해서 얘기를 듣다 보니 ‘정년까지 생존하는 비법’이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정년까지 생존한 그에게서는 ‘겸손’의 국물이 뚝뚝 흘렀다. 인사는 바르고 정중했고, 앉는 자세는 신입 육군사관학교 생도처럼 반듯했고, 말투의 기본은 존중어였으며, 표정은 밝고 맑았다. 그리고 스스로 행동하는 습관이 빨라 신발을 벗어서 신발장에 넣는 일도 전속 도우미의 집게보다 빨랐다.
팀장의 자리에 앉아본 적도 있지만, 조직의 성장이 멈추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는 직책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젊은 팀장의 운영 방향에 맞추어 도움이 되는 것을 찾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다. 회사 일을 하면서도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마음 속에 정리하고 출발했고, 마무리할 때도 부합한 것인지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하는 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 최신의 자료를 검색해서 읽고 책을 사서 보고 모르는 것은 답을 얻을 때까지 부끄러워하지 않고 물어보았다고 했다.
지상파 방송에서 큰 인기몰이를 했던 ‘꽃보다 할배’  네 번째 프로그램 ‘신들의 나라 그리스 가다’가 다시금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무엇일까.
투덜거리며 행렬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며 존재감을 확인시켜 준 ‘그분’이 아니라, 가장 나이가 많음에도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모두들 잠든 긴 비행시간 동안에도 여행 책을 보면서 외국어를 익히고 여행지의 지리와 역사에 대해서 공부하고,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기대 이상의 역할을 보여주는 행동을 보여준 이순재 꽃할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순재 꽃할배의 활약에 감탄사만 보낼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나에 대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행동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장례식장에서 만난 정년퇴임까지 최대의 노력을 보여준 한 시니어의 행동양식과 같음을 알 수 있다. 손바닥에 지문이 없는 사람보다 손가락에 지문이 없는 사람이 오래간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불평하고 투덜거리는 것으로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행동은 유아적 발상이라는 것을 본인 말고 모두는 알고 있다. 노력형 꽃할배의 활약을 예상하는 마음으로 ‘꽃보다 할배’ 4탄을 기대한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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