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344] 핀란드의 고령자 지원정책이 세계 최고인 이유

우리나라 중고령자의 대부분은 노후 대비 보유자산이 적고 은퇴 후의 노후 생계비에 대해 뚜렷한 대책이 없다. 따라서 이들이 노동시장 은퇴 후에 빈곤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집단이다.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가를 장려하고 지원하는 것은 인구고령화의 진전에 의해 겪게 될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뚜렷한 노후 대책이 없는 고령자에게 노후 생활에 필요한 경제적 자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핀란드 정부는 1970년대 후반부터 청년층고용을 촉진할 목적으로 중고령자의 조기퇴직을 장려해 왔으나, 1990년대 중반부터 정책 방향을 전환하여 고령자가 가능한 오랫동안 노동시장에 머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하였다. 1990년 후반기의 핀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1945-1949년 출생자)가 65세에 달하는 2010년부터 고령화가 가속화되어 노동력 부족 문제와 함께 사회보장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더욱이 핀란드는 1990년 초반의 심각한 경기후퇴와 산업구조의 변화를 겪으면서 실직 고령자의 재취업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핀란드는 고령자의 취업과 관련된 몇 개의 다년 프로그램을 시행하였다.

그중에서도 1998~2002년에 실시된 ‘고령근로자를 위한 국가 프로그램 (FINPAW: Finnish National Programme on Aging Workers)’는 고령근로자의 문제에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프로그램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고령자 취업지원책의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FINPAW의 주요 목적은 45세 이상 근로자의 노동시장 지위를 강화하고 불필요한 조기퇴직을 억제하는 것이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키워드가 ‘고령자 노동능력의 유지 및 향상(MWA: Maintenance of work ability)’과 ‘고용 가능성(employability)’이었다. 우선 핀란드는 고령노동자의 업무능력을 건강, 기능, 의욕 등과 같은 개인의 자질과 직장의 업무내용 및 업무환경 간의 상호작용 결과로 폭넓게 파악하고, 고령노동자의 업무능력 유지 및 향상을 위해서 고령자의 건강 증진과 기능 향상뿐만 아니라 고령 근로자의 능력발휘를 지원하는 기업의 인사관리와 직장 커뮤니티 등 직장환경의 정비를 동시에 추진했었다.

근로자 본인, 고용주, 인사노무 담당자, 기업 관리직, 고용안정기관 및 산업안전 직원 등 고령자의 고용 및 취업과 관련되어 있는 모든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고령화에 대한 인식제고와 연령을 배려한 직장관리의 보급을 위한 교육 훈련이 시행되었다.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고령화를 먼저 겪고 있는 일본의 정책에 주목하고 답습하는 것이 최선일까 하는 의문점을 가져보자. 우리가 대표적으로 참고하고 있는 일본의 고령자 고용정책은 특정한 연령집단이나 동 집단이 대규모로 노동시장에서 은퇴하는 특정 연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2004년에 제기되고 200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고령자 고용확보 조치’의 실시 배경 중의 하나는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49년 출생자)가 2007년부터 대규모로 은퇴하기 시작하는 소위 ‘2007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핀란드는 정책의 초점이 기업이 아닌 근로자 개인에 맞춰져 있으며, 채용장려금 제도를 통해서 기업의 고령자 채용 성과보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취업 가능성을 높여 취업을 촉진하는 ‘인적자본 투자형’ 혹은 ‘공급 지향적’ 접근을 기본적으로 취하고 있다. 핀란드 정부의 고령자 고용정책의 주요 내용으로는 고령 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을 위한 캠페인 실시, 고령자 친화적인 기업환경 조성 지원, 고령자의 육체적․심리적 안정에 대한 지원, ‘연령증가와 생산성 변화’와 같은 노동력 고령화와 관련된 주제에 대한 연구 투자, 고용주와 관리직, 행정직원, 훈련기관의 강사 등 고령자가 일상적으로 직면하는 문제에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주도의 교육과 훈련이 시행되었다.

유럽 연합 통계청(Eurostat)에 따르면 FINPAW의 실시 기간 동안 고령자의 고용률과 평균퇴직연령이 명확하게 개선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핀란드의 55~64세 중고령자의 고용률은 1998~2002년에 걸쳐서 12.1%p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EU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또한 1997년에 58.5세였던 평균 퇴직연령은 2002년에 60.5세로 높아졌다. 핀란드 중고령자의 노동시장 참가는 FINPAW가 종료된 2002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1998~2009년 기간 유럽연합 국가의 55-64세 연령계층의 고용률 변화를 보면 핀란드가 19.8%p 상승하여 네덜란드(22.1%p)에 이어서 EU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뒤늦게 ‘경험은 국가의 자산이다(Experience is a national asset)’이라는 강령을 앞세운 핀란드의 고령자 지원 정책을 들여다보는 까닭은 핀란드의 고령자 고용지원 프로그램은 유럽의 고령자 고용정책을 선도하고 선구적이며 정책의 성과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적인 접근법이 고령자에게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령자 고용과 관련된 여러 측면을 총체적으로 교육 훈련을 통해서 끌어올렸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령자 지원정책의 성공이 ‘고령자의 노동능력의 유지 및 향상(MWA)’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에 있었다는 비결을 거울삼아 우리네 정책과 실천에 잘 활용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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