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345] 진정 사랑한다면 열정과 헌신이 식지 않아야

인터넷을 통해서도 찾기 어려운 정보를 알아내려 전화 상담실로 전화를 했더니, 상냥하고 날렵한 목소리의 아가씨가 첫 마디로 “사랑합니다. 고객님!”하는 것이다. 일순 당황했다. ‘뭐라 답을 해야 할까?’

말로만 듣던 낯선 이로부터의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진정 사랑일까? 이렇게 의도적으로도 사랑을 전해야 하는 현대인, 과연 사랑은 자연적인 경우에만 사랑이라고 하고, 의지적인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이런 의문은 ‘에릭 프롬(Eric Fromm)’의 《사랑의 기술 (The Art of Loving)》이라는 책을 상기하면서 금세 해소되었다. 책에서는 ‘사랑은 다듬고 연마해야만 하는 기술’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랑을 유행가나 타령만큼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사랑 = 받는 것이다.’라는 등식을 벗어나 우연한 기회에 경험하게 되는, 운 좋으면 누구나 언제든지 경험하는 즐거운 감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식과 노력이 요구되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현대 문화는 욕구의 거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서로 유리한 거래를 하기 위해 값싸거나 더 좋은 물건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고르고 내 것으로 만드는 그 자체가 즐거움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간택의 기회를 높이기 위해서 인기 있고 개성 있는 좋은 상품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지도 모르겠다. 문화적 배경이 사랑을 거래의 대상에 올려 놓고 있지는 않은지. 인문학 강좌가 확산하는 이유가 이런 시대적 잡음을 걸러내야 하겠다는 순수함이 발동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진정한 사랑의 본질을 찾고 싶은 것이다.

사랑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두면, 이론의 습득과 실천의 습득이 필요하다

예일대학교 심리학 교수 스텐버그 (Robert J. Sternberg: 1949~)는 사랑의 세 가지 구성 요소를 중심으로 《사랑의 삼각형 이론(the triangular theory of love)》을 제시하였다. 온전한 사랑은 사랑의 세 가지 요소로 나타나는 사랑의 삼각형에서 변의 길이가 모두 같을 때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사랑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는 친밀감(Intimacy), 열정(Passion) 그리고 헌신(Commitment)이다.

첫째로 꼽은 사랑의 요소인 친밀감(intimacy)은 어떤 관계에서 가까움, 유대(band), 결속(binding together) 등의 감정을 뜻한다. 사랑하면 상대에 대해 관심을 끌게 되고 잘 되기를 바라고 서로 이해하고 정서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것, 친하게 의사소통하는 것, 상대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등이 친밀함과 관련되는 특성이다. 친밀감은 상당한 시간을 통해서 형성되는데 만남의 횟수와 교제 기간에 비례해서 서서히 증가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차츰 둔화하는 특성이 있다.

둘째로 꼽은 사랑의 요소인 열정(passion)은 이성 관계에서 낭만이나 성적 욕구의 매력 또는 흥분을 느끼게 하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사랑의 상대를 이상화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포함한다. 열정은 두 사람의 관계 초기에 급속하게 발전하지만, 교제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 강도가 약해지고 다른 형태로 변화하게 된다. 이성 간에는 성적 욕구가 주요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 외의 다른 욕구들, 즉 자아 존중감이나 타인에 대한 지배와 복종, 자아실현 같은 욕구들이 열정에 이바지하기도 한다.

셋째로 꼽은 사랑의 요소인 헌신(commitment)은 자기 사랑에 대한 책임감을 뜻한다. 단기적으로는 상대를 사랑하겠다는 결심이요, 장기적으로는 그 사랑을 어떤 경우에도 지속하겠다는 결단입니다. 저 사람 또는 대상을 사랑하겠다고 ‘결단’하고 그 사랑을 지키겠다는 ‘헌신’의 요소에 따라 관계가 성공 혹은 실패하게 된다. 헌신은 사랑의 친밀감과 열정의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사랑의 관계가 장기화하면서 점차 강해지는 특성을 보인다. 사랑하는 관계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기 마련인데 사랑이 침체하고 어려움을 겪을 때, 사랑의 헌신 요소가 강한 사람들은 이 시기를 잘 극복하고 좋은 관계를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헌신의 요소에 의해 어려운 시기가 지나면 앞으로 좋은 시기가 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이성과의 사랑을 인생 주기에 따라 사랑의 요소를 섞어보면, 열정만 있는 혼자만의 사랑인 ‘풋사랑(Infatuated love)’을 시작으로 열정과 친밀감이 더해진 ‘낭만적 사랑(Romantic love)’을 하다가, 친밀감과 열정 그리고 헌신을 모두 갖춘 가장 이상적이고 성숙하고 완벽한 ‘온전한 사랑(Consummate love)’을 하지만, 오랜 기간 결혼 생활을 한 부부에게는 열정이 식어 친밀감과 헌신만이 남아 있는 친구나 동료를 대하는 것과 유사한 ‘동반자적 사랑(Companiate love)’으로 귀착된다. ‘부부라기보다는 친구야’ 하면서 얼버무리는 것이 바로 이런 흐름을 설명한다.

어떤 조직이나 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것도 사랑의 모양이 변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곳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변함없다고 착각한다. 이참에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나 단체에 대한 사랑을 점검해보자. 헌신이라는 결단과 책임이 따르지 않으면 온전하게 사랑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의지적 사랑이라야 말로 온전한 사랑이라는 결론이다.

가정의 달이니 시니어 부부간에도 온전한 사랑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보자. 친밀감과 열정 그리고 헌신의 세 가지 요소를 균형 있게 담고 있는지! 사랑도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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