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351] 백화점 매출이 줄어드는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꾸준한 날씨의 압박 때문인지 아침 신문이 가벼워진 것 같다. 광고지가 줄어든 것이 느껴진다. 그런데 하루는 신문 크기에 묵직한 컬러 고급지로 신도시 전시장에서 할인 판매를 한다는 매력적인 광고지를 담아 보냈다. 놀랄 일은 백화점이 행사 주최자였다. 보통은 폐업 정리라는 불편한 문구에 예식장이나 행사장에서나 볼 수 있는 자극적인 문구를 요란한 색상을 써서 시선의 붙들려는 절박함이 묻어 나왔다.

최근에 갱신된 ‘나라지표(www.index.go.kr)’는 백화점 매출이 전년 같은 달보다 11.9% 하락하고, 전 달 보다 26.7% 하락했다는 조금은 섬뜩한 결과가 표기되었다. 이유를 보니 전년 같은 달보다 감소한 것은 메르스 영향으로 인한 의류, 잡화, 국외 유명 상품 등 주요 품목의 판매 부진으로 매출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3개월간의 매출도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부담감을 더했다.

‘백화점(百貨店)’의 어원은 ‘만화점(萬貨店)’이다. 17세기 청나라 때 만(萬) 가지 상품을 파는 곳이라는 의미로 ‘만화점’이 운영되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 황제께서 말로만 듣던 ‘만화점’에 나타나 ‘원하시는 물건’을 찾으셨는데, 안타깝게도 마침 그 ‘물건’이 없었다. 그 ‘물건’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어쨋든 황제는 만 가지 상품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에도 ‘만화점’이란 이름으로 영업하는 것을 탓하시면서 백 가지 물건’이 있는 상점이라는 의미로 ‘백화점’이라고 불러라 하셨단다. 믿거나 말거나, ‘만화점(萬貨店)’은 없어진 말이 되었고, 대신 ‘백화점(百貨店)’이 사용되고 있다. 근대적 백화점의 시작은 독일의 ‘바렌하우스 (Warenhaus, 갖가지 종류의 상품을 취급하는 집)’에서 출발한다. 독일에서는 다루는 상품의 가짓수 보다는 매장 면적을 우선시한 모양이다. 3,000평방미터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이 퀸시마켓은 1825년부터 지금까지 소매고객의 사랑을 받는 쇼핑센터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백화점은 ‘에도시대(江戸時代)’인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673년 ‘에치고야(越後屋)’라는 이름의 상호로 출발하여 1904년에 이름을 바꾸고 현대식 백화점 ‘미츠코시(三越)’가 탄생한다. 재미있는 일화로는 처음 근대식 백화점이 들어섰을 당시에는 신을 벗고서야 매장 안에 들어설 수 있었단다. 20년이 지난 1924년 마츠자카야(松坂屋) 백화점이 처음으로 건물 내부에서 신발을 신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한 것이 공전의 히트를 쳤다는 기록이 있다. 나의 외할아버지가 스무살 총각 시절에 화제의 뉴스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은 1930년 미츠코시 경성점(신세계백화점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백화점 산업은 뿌리가 깊고 다양한 제대로 만든 상품을 파는 곳이기에 일반인을 상대로 영업하는 소매점으로서 중요도는 한껏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010년 1월 27일. 일본의 백화점 업계 뿐만 아니라 일반 소매점을 운영하는 곳에서도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글로벌 기업들이 첫 매장으로 꼽고 있는 도쿄의 긴자(銀座)에 있는 세이부(西武)백화점 유락초(有樂町)점이 폐점을 선언한 것이다. 유락초는 긴자의 현관에 해당하는 입구를 맡은 곳이다. 일본 백화점의 위기가 도쿄의 숨 턱까지 다가왔다는 경제 평론가의 사설도 실렸다. 벌써 2008년 10월 마츠자카야(松坂屋) 요코하마(橫浜) 요코하마(橫浜)점 폐점을 시작으로 12월에 다이마루(大丸)백화점 에히메현(愛媛縣) 이마바리(今治)점, 2009년 3월에는 미츠코시(三越)백화점 도쿄(東京) 무사시무라야마(武藏村山)점, 미야기현(宮城縣) 나토리(名取)점, 가나가와현(神奈川縣) 카마쿠라(鎌倉)점, 이와테현(岩手縣) 모리오카(盛岡)점 네 곳이 한꺼번에 폐점을 단행했다. 이후 미츠코시(三越)백화점, 소고(そごう)백화점, 마루이이마이(丸井今井)백화점, 이세탄(伊勢丹)백화점, 다이와(大和)백화점, 한큐(阪急)백화점의 몇 몇 지점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도쿄 긴자의 입구있는 세이부(西武)백화점 유락초(有樂町)점까지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이후에도 폐점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백화점 업계는 1991년을 정점으로 20년 이상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유통업계 전문가의 말을 빌리자면, 가장 큰 원인을 ‘인구(人口)변화’로 꼽고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구매력의 지속적인 약화 그리고 세대 구성원의 축소에 따른 상품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백화점 고객에게만 줄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과 가치를 키워나갈 방도를 찾지 못한 것을 두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요즘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기가 조금 살아나는 듯 보인다는데, 일본 백화점 업계는 어떤가 궁금하다.

어떤 이유든 국내 백화점도 요즘 거의 매일 뉴스에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분분한 얘기가 오가는 시절이 되어버렸다. 단순하게 한 곳 만을 꼬집어 내어 분노를 삭히려 할 것이 아니라, 소매의 최접점에 있는 유통 경제의 한 축으로서, 혁신하고 개혁해서 소비 문화의 첨병으로 계속 자리 잡아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시니어에겐 한꺼번에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는 매장이 가진 장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에 대한 회복의 신호를 확인하고 싶기에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 김형래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