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352]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빅뱅이 성공한다

15세기 이탈리아에 관한 역사책을 읽다 보면 ‘코시모 데 메디치(Cosimo de’ Medici, 1389년 ~1464년)’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13세기부터 17세기까지 피렌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메디치 집안의 한 소생이다. 금융가 아버지인 ‘조반니 데 메디치(Giovanni de’ Medici)’에 순종하면서도 어릴 적부터 수도원 학교에서 신학, 문학, 역사와 라틴어, 헬라어, 히브리어, 아랍어를 배웠고, 비잔틴 제국에서 온 그리스 철학자 ‘게미스토스 플레톤(Gemistos Pleton)’을 불러다 플라톤 철학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차이를 공부하였으며, ‘마르실리오 피치오(Marsilio Ficino)’에게 카레지 별장을 ‘플라톤 아카데미(Academia Platonica)’ 곧 플라톤 철학을 공부하는 학교로 운영하게 하였다.

코시모는 아카데미의 운영방식에 간섭하지 않았기에 마르실리오 파치노는 플라톤의 저서를 헬라어에서 라틴어로 번역하였다. 코시모와 인문학자들은 마르실리오가 라틴어로 번역된 철학책을 읽으며 토론함으로써 정신세계를 확장할 수 있었다. 코시모는  옛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고문서 수집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팔지 않는 고문서는 베끼도록 정중히 요청했고, 옮겨 적는 전문가만 45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던 중 알비찌(Albizzi) 가문의 사람들이 코시모를 도시의 반역자로 모함을 하여 베네치아로 유배를 가게 된다. 1434년 코시모는 기적적으로 유배지에서 고향 피렌체로 귀환한다. 피렌체 시민들은 귀환한 코시모를 도시의 통치자인 ‘제1시민’으로 인정한다. 그리고 그는 1436년 피렌체의 숙원이었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역사적인 준공식 행사를 주도하기에 이른다.

[피렌체의 한 식당에 걸린 아주 오래된 도자기 식당안내 벽걸이 /사진. 김형래]

이때 코시모는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에서 독점적 리더십을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되고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에 집중하게 된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로 정립된다면 정치적 평화와 경제적 발전이 지속될 것이고 부산물이며 궁극의 과제인 메디치 가문의 영속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마침내 그 뜻을 실현하기 위해 1439년 피렌체 북쪽에 있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서 서방교회와 동방교회가 함께 모여 종교에 대해 서로 논의할 피렌체 종교회의를 유치한다. 근 동방 비잔틴 교회 대표단 700여 명의 여비와 생활비 그리고 회담에 드는 비용 등 막대한 경비를 부담하게 된다. 중세 유럽 1천 년의 역사를 지켜오던 아리스토텔레스주의와 그동안 동반 비잔틴 제국에서만 보존돼 오던 플라톤주의가 서로 충돌할 계기를 만들었다.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새로운 사고의 틀을 제시한 것이다.

중세 가톨릭 교회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사상적 기반을 두고 있었다. 세상의 개별적 현상은 모두 일정한 법칙과 원리가 존재한다고 보았던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각각의 개별적 현상 가운데 나타나고 있는 법칙이나 원리에 선행하는 어떤 원형이 존재한다는 플라톤주의 사상으로 인해 피렌체 종교회의에서 큰 도전을 받게 된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코시모는 피렌체 인근에 ‘플라톤 아카데미(Academia Platonica)’를 개설시켜 새로운 사상을 서방 세계에 흡수시켰다. 동방과 서방, 아리스토텔레스주의와 플라톤주의를 한 곳에 들끓게 함으로써 세계를 바라보는 생각의 빅뱅을 만들었던 것이다.

코시모는 동질적인 것에 희망이 없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피렌체와 이탈리아 그리고 유럽은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동서 사상의 빅뱅이 일어남으로써 ‘전성기 르네상스(High Renaissance)’의 찬란한 예술품들이 탄생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르네상스를 다시 생각해야 할까? 서양사에서 중세와 근대 사회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르네상스’이기 때문이다. 신이 아닌 인간 중심의 철학과 예술이 되살아난 이 시기가 바로 ‘메디치 효과’라는 융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훗날 ‘코시모’는 이러한 시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기에 후대에서는 ‘르네상스 시대를 연 개척자’라는 칭호를 받게 된다. 또 이렇게 다양한 생각과 다른 분야가 만나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현상을 전문 경영 컨설턴트 ‘프란스 요한슨(Frans Johansson)’이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라는 정의하고, 동 제목의 책을 통해 세계화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경영기법의 하나로 소개하기에 이르고 있다.

시니어의 경험과 지혜야말로 다양한 생각과 상이한 분야에서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서로의 배경과 학력과 지역과 재산과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가 될 수 없다는 단순 논리만 되풀이하고, 같은 생각과 같은 분야의 경험과 지혜만이 힘을 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시니어 모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살아온 것이 다르니 어쩔 수 없다고 변화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조금만 달라도 배척하고 내 말만 맞능다며 서로  화합하지 못함을 당연시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많이 접하게 된다.

시니어(Senior)에 에너지(Energy)를 더하면 시너지(Synergy)를 이를 수 있다는 신조어도 있다.

시니어에게 에너지가 투입되어 시너지를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메디치 효과’를 교훈 삼았으면 한다. 동질적인 것보다 이질적인 것에 가능성을 두고 기존의 생각에 다른 생각을 융합시키려 노력했던 메디치 가문이 ‘메디치 효과’를 통해 르네상스의 기원이 된 600년 전의 역사적 경험을 되살려 ‘시니어에 에너지를 더하면 시너지를 이룬다.’는 신기원이 우리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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