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356] 은퇴 준비는 ‘조삼모사(朝三暮四)’가 기본이다

은퇴를 위한 경제적 준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대답이 마땅치 않다. 어쩌다 답을 들으면 좋은 얘기라는 덕담으로만 들릴 뿐,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서 오리무중에 빠지곤 한다. 물론 잘하면 되고, 잘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한갓 코미디로 웃고 넘길 농담이 아니다. 심각하게 할 대목에서는 정색하고 짧은 시간 집중해서 문제를 쪼개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녀에게 잔소리하더라도, 후배에게 충고하더라고 기본을 갖추고 보면 그리 어려운 일로 방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저 능력대로 살면 되지, 뭐 그리 사서 고민을 하는가? 라는 여유로운 말씀도 듣는다. 그런 분은 그냥 남의 일이거니 하시면서 지나치시면 된다. 정작 고민이 되는 분을 무대책이라는 올가미로 끌고 나가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런 질문에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해 애써 외면하고 싶은 심정을 가졌다면, 어리석은 대답을 통해 깨달음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 그래도 조금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남의 사정은 내가 모르기에 쉽게 단정하면 실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친한 동창이 있다. 한 날 한 학교를 졸업하고 조선업과 자동차산업 현장에 취직해서 30년간 일하다가 명예퇴직 후 만나보니, 퇴직 후의 삶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보고 서로 놀란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조선회사에서 퇴직한 분은 퇴직 후 걱정이 안 된다는 것이다. 용접을 30년간 하다 보니 그 기술이 신공에 가까워서 맘만 먹으면 언제라도 일할 수 있는 곳이 널려 있더란다. 그런데 자동차 회사에 다니던 친구는 조립라인에서 볼트만 30년 조이다가 퇴직을 하니 그 기술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어디에도 없더라는 것이다.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은퇴를 대비하는 ‘조사모삼(朝四暮三)’이 아니라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공통의 사자성어로 바라보았으면 한다. 우리는 그래봐야 일곱 개일 뿐인데, 원숭이가 아침에 3개보다 4개를 반갑게 받아들였다는 어리석음을 탓하는 교육을 받았다. 이 교훈은 이해도 잘되고 공감도 잘되니 하찮게 바라보는 경향도 없지 않다.

은퇴 후 생활이 막막하다며 버는 만큼밖에 못 쓴다고 하는 한 30대 가장의 소비 패턴을 보면서 아연실색한 적이 있다. 아침에는 자신을 위한 격려라며 초록색 마크의 유명 커피를 매일 왼손에 들고 출근하고, 고작 1년에 일주일 다녀올 수 있는 여건임에도 글램핑한다고 저렴하게 샀다는 장비만 천만 원에 육박하고, 사회적 관계를 위해서 골프장도 한 달에 한 번은 나가고 있단다. 그의 소비 생활전부는 알 수 없었지만, 앞서 언급한 정도의 생활 수준이 집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면 월급이 남아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분명히 어려울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월급이 같더라도 평균수명 70대의 시절을 사는 이와 평균수명 80대를 사는 이의 소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평생 소득이 같은데, 나누어서 써야 할 기간이 길어진다면 줄여서 나누어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조삼모사’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젊어서 적게 써야 오래도록 쓸 수 있다는 얘기이다.

‘얼마를 모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각 가족마다 구성이나 소비 행태가 다르기에 가늠하기 어렵기에 ‘집집이 달라요.’라고 직답을 피해 가야 하지만, ‘젊어서 많이 쓰고 늙어서 아껴 써야지.’라는 전략이 아닌 ‘젊어서 아껴 써야 일할 수 없는 때에도 쓸 게 남아 있다.’라는 전략이 정답이라고 나는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그래서 ‘조사모삼’이 아닌 ‘조삼모사’가 은퇴 준비의 기본이라고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곱 개의 도토리를 가지고 원숭이의 아둔함을 비유로 간사한 잔꾀로 남을 속여 희롱함을 질타하는 얘기로만 알고 있던 ‘조삼모사(朝三暮四)’ 누구를 빗대기 어려우니 말 못하는 원숭이를 제물로 삼아서 만든 고사성어.

“네 평생 소득이 일곱인데, 젊어서 셋을 쓰겠는가? 아니면 젊어서 넷을 쓰겠는가?”라고 물었을 때, “젊어서 셋을 쓰겠다.”라는 것이 정답이다. 다시 말하자만 은퇴 준비는 ‘조삼모사’가 기본이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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