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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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보내는 신호를 받아들이는 지혜

나이가 들수록 감기나 독감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합니다. 예전에는 하루 이틀 앓고 일어나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회복이 더디고 피로가 오래가며, 자칫하면 폐렴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니어에게 감기는 단순한 ‘계절성 질병’이 아니라, 몸 전체의 균형을 다시 점검하는 중요한 순간이 됩니다.

영국 의사 카밀라 스톡홀름 박사는 자신의 경험과 진료 현장에서 얻은 통찰을 통해 “아플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억지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몸의 신호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감기와 싸우려 하기보다, 몸이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 이 단순한 전환이 회복 속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시니어는 몸이 좋지 않은데도 평소처럼 집안일을 하고, 약속을 지키고, 손주를 돌보며 자신이 맡은 역할을 그대로 이어갑니다. 그러나 몸이 보내는 피로는 대개 과도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의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면 면역 체계는 제대로 반응할 수 없습니다. 스톡홀름 박사는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능동적 휴식’이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침대에 누워 있기보다는, 몸이 회복할 수 있는 조건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휴식을 뜻합니다.

능동적 휴식은 가장 기본적으로 ‘쉬어야 할 때 쉬기’에서 시작합니다. 아플 때는 원래 하던 일과 일정을 유지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몸이 회복을 시작하는 과정은 의지만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잠시 한 발짝 물러서는 순간, 몸은 비로소 회복에 필요한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흔히 감기에 걸리면 특별한 보양식을 먹어야 빨리 낫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스톡홀름 박사는 회복기 식사는 복잡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기름진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은 소화에 부담을 주어 오히려 회복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따뜻한 죽, 계란, 삶은 채소, 맑은 수프 같은 단순하고 소화가 편한 음식이 회복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몸이 필요로 하는 만큼만 먹고, 배가 고프지 않다면 굳이 억지로 식사를 늘리지 않아도 됩니다. 과식은 장을 지치게 하고, 이는 곧 면역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복을 앞당기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수면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잠이 얕아지고 자주 깨게 되지만, 회복기에는 평소보다 한두 시간 더 자도 괜찮습니다. 잠이 ‘치료제’처럼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수면 중 면역세포는 재정비되고, 몸은 낮 동안의 염증 반응을 진정시키며, 손상된 부분을 수리합니다. 따라서 몸이 원할 때 잠시 눈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회복 속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뉴스, 과도한 정보는 스트레스를 자극하므로 아플 때만큼은 과감히 줄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할 일을 잠시 쉬어가는 일 또한 회복의 중요한 과정입니다. “내가 잠깐 쉬면 안 되지”라는 책임감은 시니어들에게 익숙한 마음이지만, 이런 심리적 부담감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높이고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쉽습니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이미 과부하가 왔다는 신호이며, 이때만큼은 할 일을 줄이고 휴식을 최우선에 두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책임감 있는 행동입니다.

몸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자연의 힘 역시 간과할 수 없습니다. 스톡홀름 박사는 감기에 걸렸을 때도 가벼운 야외 산책을 권합니다. 햇빛은 비타민 D 합성을 돕고, 이는 곧 면역 기능 강화로 이어집니다. 자연광은 생체 리듬을 조절하여 수면의 질을 높이고, 신선한 공기는 폐와 혈액 순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지나치게 껴입으면 오히려 체온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겉옷은 몸 상태에 맞춰 가볍게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회복의 핵심은 복잡한 의학적 기술이나 특별한 식단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일입니다. 아플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몸의 신호를 인정하는 것이며, 그다음이 휴식과 수면, 소박한 식사, 그리고 햇빛과 신선한 공기입니다. 시니어에게 감기나 독감은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몸을 다시 돌보라는 작은 경고일 수 있습니다. 회복의 순간을 두려워하기보다,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을 다시 정비하는 기회로 바라본다면, 아픔은 더 이상 불편한 사건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재정렬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