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ior 골든라이프-21] 추억의 천렵처럼 자연을 향해 떠나는 시니어 캠핑 [GOLD&WISE] 7월호

캠핑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어바웃 슈미트(About Schmidt)>(2003). 듬성듬성한 머리카락으로 주인공 역할을 하는 잭 니콜슨의 연기력이 돋보인 영화다. 40여 년을 보험 회사중역으로 일했는데, 새파랗게 젊은 친구에게 밀려나고 만다.

막 은퇴한 새내기 은퇴자 워런 슈미트(잭 니콜슨 분). 일단 규칙적으로 일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일을 그만두니 적응을 할 리가 없다. 은퇴 후 갑자기 그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 매일 직장에 가서 일하고 자식을 부양하는 데 쓰던 그 하루를 온전하게 부여받은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하루 종일 집에서 TV를 보는 일밖에 없다. 슈미트가 겪는 소외감은 정년퇴직한 이 사회의 누구라도 겪을 법한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그에게 취미라고는 아내 구박하고 사윗감 무시하고 하루 77센트를 후원하는 탄자니아 꼬마 엔두구에게 편지 쓰는 것이었다.

다행히 그에겐 미리 사둔 캠핑카가 있다. 캠핑카는 그가 열심히 일해 안 쓰고 모은 돈으로 산 이 집안의 유일한 사치품이다. 캠핑카에 대한 사람들의 로망으로 볼 때, 그의 캠핑카는 아주 훌륭하다.

그의 캠핑카를 보면 당장이라도 휴가를 내고 캠핑카에 올라타 떠나고 싶어질 거다. 사실 커다란 캠핑카를 타고 혼자 떠나는 그의 여행은 예상과 달리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보면 알겠지만 슈미트는 워낙 꼬장꼬장한 데다 괴팍하고 보수적이어서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 게다가 여행길에서 혼자 다니는 노인을 선뜻 반겨줄 사람이 어디 그리 흔한가.

슈미트는 혼자 캠핑카 끌고 떠난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고집 센 그의 모습 뒤로는 자연을 향해 캠핑을 떠나려는 순수함이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 그래 이번 여름에는 자연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화랑도’가 가장 오래된 캠퍼(Camper)

야영(野營) 또는 노영(路營)이라고도 하는 캠핑(Camping)의 가장 오래된 활동은 먼 옛날 신라시대 ‘화랑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심신 수양과 인격 도야 및 체력 단련을 위해 명산대천을 찾아다니며 단체 생활을 했고, 협동과 단결 정신을 기르는 동시에 무예도 수련했다.

화랑도는 이런 활동을 즐기는 사람끼리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먹던 민초들의 천렵 속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다가 산업화가 빨리 진척되는 시기에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한국전쟁 발발 후 불발 포탄과 녹화 사업에 따른 입장 제한 등의 이유로 자연 속 야영지가 그나마 존속했다. 그러다 1970년대부터 YMCA, YWCA 캠프장이 들어서면서 보이스카우트, 유네스코, 적십자, 가톨릭 등 사회 문화 단체의 부설 캠프장으로 윤용되었고, 이후 80년대부터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내에 일반 야영장이 개설, 정착되기 시작했다.

최근 아웃도어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캠핑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 열기는 천렵이 가진 여름이라는 계절의 한계를 넘어섰고, 지역별로 공동 캠핑 행사를 여는 등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캠핑이 이렇게 열광적으로 확대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처분 소득의 증가에 따른 여가의 질적 향상이 가능해졌고, 시간적 여유가 늘어났으며,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캠핑은 온 가족이 자연을 함께 접할 수 있는 좋은 여가 선용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의 확산으로 정보 습득뿐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과 교분을 나눌 수 있고, 일종의 체험기를 통해 사전에 필요한 간접 경험을 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됐다.

온라인 카페에서는 무엇을 먹고 어떤 활동을 하며, 어떤 장비가 좋을지 등의 주제를 놓고 진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필요한 장비를 사고팔거나 추천하는 일까지 자연스럽게 이뤄질 정도다.

또,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원거리의 자연휴양림형 캠핑장뿐 아니라 도심형 또는 근교형 캠핑장이 많아졌고, 품질이 검증된 질 좋은 여러 캠핑 장비가 보급되면서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고정관념도 깨졌다.

시대적 흐름조차 이제는 천렵이 아닌 캠핑으로 바뀌었다. 캠핑은 천렵보다 다양하고 개방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공통점은 야외에서 자연과 더불어 여럿이 모여 함께 준비하고 음식을 나누며 정신적 휴양과 육체적 휴식을 도모하는 것이지만, 캠핑은 야외에서 숙박할 수 있는 조건도 충족함을 우선으로 한다.

게다가 음식 재료의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하고, 장소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차이점을 들 수 있다.

캠핑, 이렇게 준비하자

젊은 시절, 쌀과 반찬거리, 코펠과 버너 그리고 A형 텐트에 담요 한 장이 캠핑 장비의 전부인 예전과 달리 이제는 좀 더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떠나야 한다.

첫째, 어디로 갈 것인지? 먼저 장소와 조건을 생각해야 한다. 시니어는 젊은이들의 캠핑지 선정 기준인 편의 시설, 접근성, 대중성과는 다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자연 조건, 독립성, 안전성을 고려해야 한다. 햇빛이 작열하는 해변가나 강가, 일기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는 계곡 등이나 사람이 많아서 소음과 위생에서 불편이 예상되는 곳은 사전에 배제함이 좋다.

둘째, 언제 떠나야 할 것인지? 시기를 고려해야 한다. 자연과 만나는 접점이 크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날씨를 고려해야 한다. 삼복 중에는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가장 활발한 자연의 생육이 진행되는 시기지만, 온도와 습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자연환경은 특별 고려 대상이다.

특히 장마와 태풍이 지나는 시기도 적당하지 않으며, 행락객이 집중되는 7월 중순부터 8월 초순까지의 휴가 집중 기간, 그중에서도 주말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시니어에게 가장 좋은 캠핑날은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셋째, 무엇을 준비하고 떠나야 할 것인지? 장비와 음식 준비를 고려할 수 있다. 캠핑이 워낙 대중적 인기를 끌다 보니 장비도 발전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인 데다 매장에 가서 보면 눈높이는 점점 높아져서 웬만한 건 눈에 차지도 않는다.

그러나 자연과 벗 삼아 떠나는 길이기에 목적성을 확실히 잡는다면 높아만 가는 욕심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①텐트가 필요한데, 겨울 캠핑은 신체적인 무리가 올 수 있기 때문에 봄부터 가을까지 활용 가능한 돔(Dome)형 텐트를 준비한다.

간이 천막 모양으로 방수 코팅된 나일론 방수포인 텐트와 함께 햇빛, 비나 이슬 등을 피하기 위해 사용되는 가림막인 타프(Tarp)를 가져가면 자연과의 접점을 좀 더 넓힐 수 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막기 위한 ②바닥포가 필요하고, 울퉁불퉁한 바닥 때문에 앉거나 눕는 데서 오는 불편을 해소하려면 ③발포 매트도 준비해

야 한다. 취사 도구인 ④코펠도 챙긴다. 코펠은 냄비 서너 개와 프라이팬, 접시와 공기, 국자와 주걱 등으로 구성된 것이면 된다.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서는 ⑤버너가 필요한데, 집 안에서 쓰던 휴대용 가스버너면 충분하다. 잠을 자기 위해서는 ⑥침낭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⑦음식 재료, ⑧주방용 도구, ⑨위생용품을 준비하면 캠핑 준비물이 얼추 모

양새를 갖추게 된다. 자동차에 짐을 싣고 떠나는 오토 캠핑이 아닌 경우엔 이 정도면 부부가 떠나기에 적당하다. 그러나 요즈음은 허가된 곳에서만 캠핑이 가능하기에 짐을 옮기는 불편을 줄일 수 있는 자동차를 활용해 편의성을 높이도록 한다. 바닥에 앉지 않기 위한 캠핑용 ⑩릴랙스 체어가 있고, 전기를 끌어다 쓰기 위한 ⑪케이블 릴선(50m), ⑫전기등과 전자제품을 연결해 쓰는 ⑬멀티탭 등도 있다. 그러나 시니어의 캠핑엔 낭만이 깃든 ⑨까지의 장비를 추천한다.

넷째, 어떻게 캠핑을 할 것인지? 캠핑 방법도 미리 정하고 떠난다. 요즘 자연휴양림은 캠핑 장소로 그만이다. 전기와 가스 그리고 식수며 싱크대까지 부대시설을 완벽하게 갖춘 곳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시니어에겐 쉽지 않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무작정 떠나서 발길 닿는대로 자리를 잡으면 불법 야영 취식으로 경범죄에 해당돼 쫓겨날 수도 있다. 사전에 정보를 충분히 검색해서 떠나거나 반드시 예약하고 가야 한다. 무궁무진한 정보 검색도 선별하기 어려우니 카페에 가입하는 것도 좋다.

간단하게 방법을 살펴보면 텐트나 임시 초막 또는 타프를 치고 일시적인 야외 생활을 하는 캠핑, 산림청이 조성한 국민 휴식 공간인 자연휴양림, 캠핑카를 이용하거나 자동차를 활용해서 옆에 캠핑장을 꾸릴 수 있는 오토 캠핑, 그리고 자연휴양림에 설치된 리빙룸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관리인이 없는 시설의 경우에는 화장실, 샤워장, 개수대, 취사장 등이 부실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여기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오토 캠핑장이고, 텐트를 칠 수 있도록 데크라는 바닥을 만들어놓은 야영장이나 오토 캠핑장, 자연휴양림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다섯째, 무엇을 할 것인지? 캠핑의 목적과 내용을 사전에 정해야 한다. 정책이나 사업을 거창하게 구상하는 것이 아니어도, 음식을 만들어 먹고 별을 보고 거칠게 자고 일어나는 생리적 욕구에 목적을 둔다면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혼자 떠났다면 명상과 휴식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이 목적이거나 부부가 함께 떠났다면 추억과 소통, 그리고 상대에 대한 치하와 위로의 시간을 갖는 등 분명한 방향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누가 무슨 일을 맡을 것인지? 캠핑에 수반되는 다양한 일의 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 야외에선 모든 일을 남성이 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궤변이 떠돌기도 한다.

물론 많은 부분은 남성이 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여러 장비를 가지고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과 관리를 위해서, 또는 사소한 망각과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그리고 자연과 함께한 캠핑을 추억하기 위해서라도 같이 이동하는 사람들이 일을 효율적으로 나눠 해야 한다.

어디론가 떠나기 좋은 여름, 올해는 캠핑에 도전해보자. 파도 소리, 바람 소리를 벗 삼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아내와 아이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보자. 모닥불 주변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다 보면 우리가 서로에게 할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는지, 들어야 할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는지 새삼 알게 될 것이다.

글 김형래(시니어 칼럼니스트ㆍ시니어파트너즈 상무, <어느 날 갑자기 포스트부머가 되었다>의 저자)


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국민은행 VIP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 Gold & Wise 2013년 7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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