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지는데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청록파(靑鹿派) 시인 조지훈의초기 1946년 발표작품.
2행을 1연으로 한 총 9연의 자유시로 《청록집》과 《조지훈 시선》에 수록되어 있으며, 소멸되어 가는 것의 아름다움에 대한 슬픔을 주제로 하였다.
일제강점기 말에 조지훈이 감시망을 피해 강원도에 피신하였을 때 지은 것이다. 떨어지는 꽃을 바라보며 세상을 등지고 홀로 사는 적막함과 망국한을 노래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뛰어 넘어 자연의 섭리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려는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조지훈(1920~1968)은 경상북도 영양에서 출생하여, 1939년에 시 〈고풍의상〉 등이정지용의 추천을 받음으로써 시단에 등단하였다. 1946년 박목월·박두진과 함께 3인시집 《청록집》을 출간하여 청록파 시인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1947년 고려대학 교수로 취임하여 21년간 재임하였고, 1958년 자유문학상을 받았다.
작품으로는 《청록집》 외에 시집 《풀잎단장》(1952), 시론집 《시의 원리》(1953), 수상집 《창에 기대어》(1958), 시집 《역사 앞에서》(1959) 《지조론》(1962), 에세이집 《돌의 미학》(1964) 등이 있다.
최근에 한 정치인이 인용한 시로 다시금 되새기는 시가 되었다.
Wise Saying
한 자루의 양초로 많은 양초에 불을 옮겨 붙이더라도 첫 양초의 빛은 흐려지지 않는다. -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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