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노동조합이 거꾸로 돌리고 있는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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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이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정교한 석조물이다. 감탄스럽다.
독일 지멘스는 극심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2004년 노조 측에 놀랄만한 협상안을 제시했다. 근로시간을 주당 35시간에서 40시간으로 늘리지만 이로 인한 임금인상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인건비가 싼 헝가리로 공장을 옮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노조 지도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회사요구를 거절하면 일자리를 몽땅 잃을 수도 있고, 수용하자니 조합원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투표를 통해 임금인상 없는 근로시간 연장이 결정되었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노조도 기업의 경쟁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지금 유럽에서는 규모와 업종에 관계없이 기업마다 임금인상 없는 근로시간 연장에 나서고 있다. 삶의 질 향상을 내세우며 19세기 이후 꾸준히 근로시간 단축에 앞장섰던 유럽의 노동조합이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노동조합의 한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이상은 평등이고, 이렇게 되면 모든 노동자는 만족한다."고 전제하면서 이는 "노동자 전체를 하향평준화를 자초하는 일이기에 고통스럽다."며 집단동일 대우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모두 더 열심히 일해서 상향평준화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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