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Rome)"는 실패의 경험으로 성공을 모색했다.

NIKON CORPORATION | NIKON D50 | Unknown: 0 | Multi-Segment | Auto W/B | 1/3sec | F5.6 | F5.7 | 0EV | 170mm | 35mm equiv 255mm | No Flash | 2006:07:28 00:41:01 | 15874 x 15874 pixels
이 멋진 자기로 된 말을 바로 찍지 못했다. 흔들린 것이다. 그러나 이 사진을 버리지 않았다. 교훈이기 때문이다.
1차 포에니 전쟁 당시의 이야기다. 카르타고와의 해전에서 승리한 로마군은 230척의 배로 지중해를 건너는 귀로에 올랐다가 엄청난 태풍을 만났다. 태풍을 만났을 때는 해안선에 접근하지 않아야 하는데 항해 경험이 없던 지휘관들은 공포심에 사로잡혀 배를 육지로 몰아갔고, 해안선에 접근한 배들이 암초에 부딪히면서 결국 6만 명의 병사가 수장되는 비극이 일어났다. 태풍을 만난 것은 불가항력이었지만 배를 육지로 몰아가게 한 것은 분명 지휘관의 잘못이었다. 그러나 해난사고가 일어난 다음 해에 카르타고와의 전쟁이 재개되자 로마가 전장에 내보낸 지휘자들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한 명은 카르타고에 붙잡혔다가 포로교환으로 귀국한 스키피오였고, 나머지 두 명은 1년 전 해난사고의 책임자였다. 포로 출신이나 해난사고의 책임자들이 지휘관이 된 로마군단은 전투에서 좋은 전과를 거두었고 그 해의 전투는 지휘관 세 명의 패자부활전이 된 것이다.
로마가 포로로 붙잡힌 사람, 또는 사고 책임자에게 다시 지휘를 맡긴 데에는 공동체의 이익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이 깔려 있다. 로마인은 패전 책임에 대해서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귀족과 평민의 상호 견제심리 때문에 귀족 출신 장군이 처벌되면 귀족계급이 불만을 가지고, 평민 출신 장군이 처벌되면 평민계급이 납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어설프게 책임을 추궁하다가는 귀족과 평민 간의 대립만 심화되고 국론이 분열되기 때문에 패전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공동체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로마인은 패전을 지휘관이 무능한 경우와 운이 나쁜 경우로 나누어 생각했는데, 전자의 경우에는 무능한 사람을 선택한 공동체의 책임이라고 여겼고, 후자의 경우에는 좋은 운을 만나면 이길 수 있기 때문에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고 보았다.
로마인은 실패를 인정함으로써 세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지휘관들이 잡다한 걱정에 시달리지 않고 임무에 전념할 수 있었고, 책임을 놓고 싸우면서 조직의 에너지를 소진시키지 않아도 됐으며, 실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과 교훈을 조직의 무형자산으로 만들어 똑같은 실수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합리적인 조직은 실패의 책임을 물어 사람을 끝장내지는 않는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일을 그르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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