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search result of '핵심집단' : 1

  1. 2004년 10월 05일 "회사가 원하면 뭐든지 한다." -

"회사가 원하면 뭐든지 한다." -

대한민국 최초의 [부장보고서]

평균 나이 44.6세, 근무경력 18.5년, 연봉 6,830만원. 98개 기업, 240명의 평균치를 내본 국내 대기업 부장들의 현주소다. 1980년대 중반 입사해 ‘3저 호황’의 과실도 맛보고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구조조정의 파도도 넘은 사람들이다. 기업 활동의 주역인 것은 물론, 중산층을 대표하기도 한다. 우리 경제를 이끄는 핵심 집단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신의 미래, 기업의 나아갈 길, 우리 경제의 앞날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코노미스트」가 대한민국 최초의 ‘부장 보고서’를 쓴다.<편집자>

희망 퇴직 연령 56.0세, 예상 퇴직 연령 52.3세 “회사에서 요구하는 대로 변화 시도”(84.1%) “과거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한다”(70.3%) “회사의 성장이 나의 성장이다”(73.1%)

최근 발표되는 샐러리맨들에 대한 연구 결과는 우울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은 “1997년 말부터 2002년까지 정리해고나 권고사직을 실시한 기업은 전체의 24%였으며 권고사직을 당한 평균 근로자 연령은 49.2세였다”고 분석했다.

대부분 ‘부장급’이다. 한 조사기관이 발표한 국제조사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회사 충성도가 최하위 수준임을 알게 해준다. 직장인들 85%는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정년까지 한 회사에서 일하겠다는 직장인은 10명 중 1명꼴이라고도 한다. 전반적으로는 사회와 기업이 제대로 돌아갈까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생산과 서비스를 이끄는 대기업, 그중에서도 중추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부장들만 놓고 본다면 이 같은 우려는 말끔히 씻어도 좋다. 2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해왔고 임원 승진을 눈앞에 둔 이들은 “회사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는 자세로 일하고 있다. ‘충성도’로만 따지면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다. “정년이 지나서까지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니 세계 어느 나라에 이 같은 직장인들이 있을까 놀랄 정도다.

■ 일하는 자세는…
“나보다 열심히 뛰는 사람 없다”

“부장이면 중역 승진을 앞둔 사람들입니다. 승진을 위해서든 생존을 위해서든 회사에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줘야 합니다. 보통 중역이 될 수 있는 비율이 부장 7∼8명 중 1명이라니 경쟁이 치열하지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고 열심히 일하는 것은 기본입니다.”(D증권 S부장)

S부장의 말대로 대기업 부장들은 대부분 회사에 대한 ‘충성파’들이다. 84.1%가 “회사에서 요구하는 대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회사가 원한다면 뭐든지 하겠다”는 뜻이다. 그뿐 아니다. 스스로가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79.4%)고 생각하고 있으며 “회사의 성장이 나의 성장”(73.1%)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 회사의 직원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비율도 68.9%에 이른다.

그러니 열심히 일하는 것은 당연하다. 70.3%가 “과거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한다”고 답했으며 “퇴근 시간 이후 근무해도 큰 불만이 없다”(77.8%)고 말한다. 회사를 “옮기고 싶다”(8.0%)거나 “그만두고 싶다”(7.6%)는 부장들은 거의 없다. 이유야 어쨌든 지금의 소속 회사를 ‘최고’로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회사를 보는 시각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회사가 직원을 경시한다”는 응답은 7.2%에 불과하다. “전망 있는 사업이 폐기되고 있다”(9.4%)거나 “직원간의 단합이 부족하다”(15.0%), “회사의 사기가 낮다”(18.7%)는 응답률도 낮다.

회사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임금·직무만족도 평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상사·동료·부하직원과의 관계나 업무에 만족한다는 비율은 각각 65.0%, 63.3%에 이른다. 경영방침(52.7%)과 복리후생제도(48.1%)에 대한 것 역시 절반 정도가 만족해하고 있다. 인사(30.0%)와 임금(31.5%)에 대한 만족도만 다소 떨어질 뿐이다.

■ 부장이라는 자리는…
“경제 발전의 주역, 이사 승진은 되겠지”

요즘 40대들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정보화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그들에게 종종 ‘사오정’이니 ‘퇴물’이니 하는 말들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대기업 부장에게는 그들만의 자부심이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나라 경제를 이만큼 이끌고 있다는 자부심이다. 대기업 부장 절반 이상(58.2%)은 스스로를 ‘경제발전의 주역’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고 보는 부장들은 7.1%에 불과하다.

이들은 기업 활동 이외의 또 다른 측면에서도 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여긴다. 건전한 소비문화를 통해 한 나라를 견실하게 이끄는 ‘중산층’을 대표한다고 보는 것이다. 55.2%가 스스로를 가리켜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는 중산층”이라고 말하고 있다. 공급과 소비 모든 측면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대기업 부장’이라는 위치에 만족하지 못한다. “내 위치에 만족한다”는 부장들은 31.2%로 기껏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신 그들은 더 높은 곳을 향해 간다. “부장에서 내 지위가 끝날 것”으로 보는 부장들은 22.6%에 불과하다. 3명 중 1명(33.0%)은 최소한 이사 타이틀은 달 것으로 보고 있으며, 3명 중 1명 정도(35.7%)는 상무·전무를 바라본다.

그러나 내심 대표까지 꿈꾸는 부장들은 기껏 2.6%. 아무리 유능한 대기업 부장이라 해도 CEO 자리는 멀고 험하다고 보는 것이다. 경제·소비 주역이라는 ‘부장’의 지위에 가장 마땅치 못한 것은 ‘돈’이다. 경제 주역으로, 소비의 주체로 살면서도 “경제적으로 윤택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부장은 27.2%에 불과하다.

‘부장’이라는 지위를 평가해 주는 다른 항목에 비해 만족도가 많이 떨어진다. L그룹 계열사 Y부장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하나씩만 있어도 대기업 부장들은 점심값을 아껴야 할 지경”이라고 말한다. “윤택하다는 단어 자체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고 평가한다.

■ 우리집 살림살이는…
“月수입 480만원, 그래도 빠듯하다”

도대체 얼마나 받길래…. 대기업 부장들이 경제적으로 윤택하다고 생각지도 않고 임금에 불만도 많으니 연봉 수준이 궁금해진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6,830만원. 세금을 떼기 전, 그리고 각종 수당과 상여금·성과급을 포함한 액수다. 57.7%가 6,000만∼8,000만원 사이이며 6,000만원 미만은 18.4%, 8,000만원 이상은 23.8%였다.

“연봉이 6,500만원 정도”라고 밝힌 10대 그룹 계열의 한 광고대행사 부장은 이 액수를 한마디로 “짜다”고 말한다. “이것저것 빼고 나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460만원 정도인데 저축할 여력도 없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짜리 아들 하나에 60대 노모를 모시고 사는 그의 살림살이를 보면 수긍이 간다. “계산이 뻔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그는 바로 돈 들어가는 곳을 댄다. “아들 교육비 70만원, 어머니 용돈 30만원, 아파트 살 때 얻은 빚의 원금과 이자 합쳐 110만원, 생활비 150만원, 용돈 70만원이면 이것만으로도 계산 끝”이라는 것이다.

이번 조사결과를 봐도 대략 그의 계산이 맞다. 대기업 부장들은 부채를 포함한 자산을 평균 4억5,700만원으로 잡고 있다. 평균 부채 규모는 8,100만원이니 부채를 뺀 순자산은 3억7,000만원 선이다. 자산만 보면 적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매달 들어가는 돈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평균치만 따졌을 때 자녀 교육비 104만5,000원, 생활비 185만원, 자기 용돈 58만2,000원 등 347만7,000원이다. 여기에는 평균 채무 8,100만원에 대한 원금 상환과 이자 부분은 빠져 있다. 매달 내야 하는 이자는 금리를 7%로만 계산해도 47만원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매달 써야 할 돈은 400만원가량이 된다.

평균 연봉 6,800만원이면 매달 받는 현금은 480만원 정도다. 매달 남는 여윳돈은 80만원 수준.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다거나 각종 대소사를 치를 때면 고민이 안 생길 수 없다. 그런데도 여기에는 빚에 대한 원금 상환 부분이 빠져 있다. 이 상태라면 빚을 갚기가 어려워진다. 살림살이에 대한 만족도는 당연히 떨어진다. “만족한다”는 응답은 25.0%에 불과했다.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은 3.4%.

■ 나의 미래는 어떻게…
“밥은 안 굶겠지만 준비된 것도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노후는커녕 회사를 그만둘 경우 생계 자체에 위협을 받는다는 점이다. “당장 회사를 그만둬도 생계에 지장이 없다”는 비율은 8.3%에 불과하다. “지금 당장 또는 정년퇴직 후 할 일이 있다”는 부장 비율도 12.5%에 그친다. 10명 중 9명은 회사를 떠나면 할 일도 없고 생계도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3명 중 1명(37.1%)은 “현재의 고용상태가 불안하다”고 응답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장의 여윳돈이 있어야 미래도 대비할 수 있는 법이다. 지금 생활이 이래서야 어떻게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 생활형편이 획기적으로 좋아진다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그마저 쉬워 보이지 않는다. “향후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으로 보는 부장(44.9%)보다 “향후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부장(55.1%)이 더 많았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노후다. 젊었을 때는 그럭저럭 밥을 굶지는 않을 것이다. D증권 S부장은 “아이들 교육을 마치고 시집 장가 보내는 것까지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노후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고 노후를 준비할 별 뾰족한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노후 대비라면 자연히 20여년 부은 국민연금이 떠오르지만 영 미덥지가 못하다. 10명 중 9명(89.6%)은 “국민연금 외에 노후를 위한 특별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국민연금 외에 노후를 위한 별도의 대책을 마련 중”인 부장들은 49.6%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 우리나라 경제는…
“지금은 위기상황, 내년에 더 나빠진다”

미래에 대한 불안의 원인은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경제상황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나라가 잘돼야 내가 잘된다”는 생각이다. 수출도 내수도 좋아져야 회사가 큰다. 그래야 연봉도 오르고 새로 자리도 나 원하는 만큼 회사생활을 오래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오히려 현 경제상황은 위태로워 보인다. 10명 중 6명가량(56.4%)이 현재 우리나라 경제를 ‘위기’로 규정한다. 전문가들 말대로 내수도 어려운데 수출마저 둔화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위기가 아니지만 조만간 위기가 올 것”으로 내다보는 부장들도 29.2%에 이른다. 미래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년 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대답이 많다. 절반 가까운 45.1%의 부장들이 그렇게 대답했다. 고유가 등 나라 안팎의 경제상황 변화와 기업들의 투자 감소 등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년 경제가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이들도 37.6%나 됐다. 반면 올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이들은 17.3%에 그쳤다.

이런 상황이니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에 대해 “잘 하고 있다”고 보는 부장은 하나도 없다. 한발 물러나 “잘하고 있는 편”이라고 보는 부장도 6.0%에 불과하다. 10명 중 7명(68.5%)은 “잘 못하고 있는 편”(44.7%)이거나 “아주 못한다”(23.8%)고 봤다.

부장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민간기업의 요구 그대로다. 무엇보다 기업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라(75.5%)고 말한다. 또 정치적으로 안정이 필요해야 기업이 잘된다(64.6%)거나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47.7%)는 얘기까지 같다. 대기업 부장.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이라고 보는 그들은 확실히 근로자보다는 회사 측 입장에 서 있다.

이번 조사는…

「이코노미스트」가 중앙일보 여론조사팀과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조사는 지난 8월2일부터 12일까지 총 10일간 거래소 상위 120개 업체(7월30일 시가총액 기준), 코스닥 등록 30개 업체, 5개 공기업과 30여개 금융기관의 부장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총 180개 기업에 설문을 발송했고, 이 중 98개 기업에서 총 240명의 부장들이 설문에 응했다. 조사 기획과 설문지 작성·설계는 「이코노미스트」와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함께 했으며, 데이터 분석은 중앙일보 여론조팀이 맡았다.


참으로 남의 얘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이다. 심각하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Wise Saying
누구를 만나든 간에 그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라. -노만 V. 필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10 5, 2004 23:43 10 5, 2004 23:43
개구리운동장
Copyright © 2009 김형래의 개구리운동장 :: KimHyeongRae.com, Powerd by Textcube, Designed by criuce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