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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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지표의 진짜 의미를 되새기며 –

최근 미국에서는 “학생들의 독서 능력이 위기 수준이다”라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심지어 미국 교육부 장관이 “미국 8학년 학생 70%가 유창하게 읽지 못한다”고 언급하며, 미국 교육 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이 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의식은 정말 근거 있는 주장일까요? 아니면 숫자에 대한 오해일 뿐일까요?

우리가 통계를 볼 때는, 반드시 그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국가 교육 성취도 평가(NAEP)’라는 평가 제도를 통해 학생들의 읽기 능력을 정기적으로 측정해 왔습니다. 이 제도는 미국 교육부 산하의 공식 평가로서, 일종의 ‘국가 성적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NAEP는 학생들의 성취 수준을 ‘기본(basic)’, ‘능숙(proficient)’, ‘고급(advanced)’ 세 가지 단계로 나누어 평가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평가 기준이 일반적인 ‘학년 수준 읽기 능력(grade-level proficiency)’과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주(State)에서는 ‘기본(basic)’ 수준을 해당 학년의 읽기 수준으로 간주하지만, NAEP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능숙(proficient)’ 기준을 사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NAEP 기준으로는 ‘읽기에 능숙하지 않다’는 학생이 많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4학년 학생의 60% 이상이 proficient 수준에 미달”이라는 통계가 반복적으로 인용되며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가 실제로는 “읽을 줄 모른다”는 뜻이 아니라는 사실은 간과되고 있습니다.

“능숙”의 기준이 너무 높다면?

미국교원연맹(AFT)은 NAEP의 ‘능숙’ 기준이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이 수준은 거의 상위 30%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즉, 평범한 학생들은 능숙하지 않다고 간주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기준은 학생 개개인의 성취를 과소평가할 뿐 아니라, 교육 현장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처럼 높은 기준이 모든 학생에게 똑같이 적용되며, 이를 근거로 정책이 수립된다는 점입니다. 일부 주에서는 읽기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초등 3학년 유급(retention) 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 역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유급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점수 상승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시니어 세대가 본다면…

우리 시니어 세대는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교육은 단순히 시험 점수나 기준에 의해서만 평가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은 사람의 가능성을 키우고, 삶을 살아가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지금처럼 수많은 지표나 국제 평가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고, 생각하는 힘을 기른 이들이 사회의 중심이 되어 왔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도, 지나치게 높은 기준이나 위기의식이 아니라, 개별 능력과 성장 속도에 맞춘 교육일 것입니다.

새로운 기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미국 교육계는 이제 연령 기준(age-level proficiency) 으로 다시 평가 기준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은 아이의 생일 월에 따라 읽기 평가 점수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고려해, 연령 기반 평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나이와 발달 속도가 성취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미국에서도 NAEP의 ‘장기 추적 평가’는 연령 기준을 일부 적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가와 정책은 여전히 학년 단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저소득층, 유색인종, 다문화 가정, 장애 학생들은 불리한 처우를 받으며, 성취도 평가에서도 불리한 결과를 받고 있습니다.

✨ 결론: 숫자보다 중요한 것

우리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해법을 제시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기준으로 ‘위기’를 강조하면, 정작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은 낙인만 씌우게 됩니다. 성취도를 평가하는 기준을 바꾸는 것, 그리고 그 데이터를 바르게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교육은 단순히 점수의 싸움이 아닙니다. 읽기의 목적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고하고 이해하며 세상과 연결되는 힘을 기르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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