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24일
9-24-0600#132

한국 사회에서 술은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인간관계와 문화 속에 깊이 스며든 존재입니다. 특히 중·장년층 세대에게는 오랜 친구와의 만남, 가족 모임, 직장에서의 회식 자리에서 자연스레 곁들여지는 것이 술이었습니다. “하루 한두 잔의 술은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말은 오랫동안 회자되어 왔고, 많은 분들이 이를 사실처럼 믿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논란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적당한 음주는 정말 건강에 이로운 것일까요?

미국 보건복지부가 주도했던 ‘알코올 섭취와 건강 연구(Alcohol Intake and Health Study)’는 하루 한 잔만으로도 간경변, 구강암, 식도암 위험을 높이고 각종 부상 위험과도 연결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오랫동안 알려졌던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좋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의회에 제출되기도 전에 철회되었습니다. 알코올 업계의 압력과 정치적 논란이 얽히면서, 최종 결론은 묻히고 말았던 것입니다.

반면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 패널이 작성한 또 다른 보고서는 산업계의 입장을 반영해 ‘적당한 음주는 금주보다 낫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패널이 알코올 업계와 재정적으로 얽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보고서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연구가 과학적 진실보다는 산업적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줍니다.

시니어 독자 여러분,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적당한 음주”라는 말의 불확실성입니다. 연구 결과는 점점 더 명확하게 한 가지 방향을 가리킵니다. 알코올 섭취량이 늘어날수록, 비록 그것이 하루 한두 잔의 수준이라 하더라도 암과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캐나다의 한 연구진은 하루 두 잔씩 꾸준히 마시는 남성은 조기 사망 확률이 25분의 1이나 높아진다고 경고했습니다. “적당함”이란 기준은 사회적으로는 온건해 보일지 몰라도, 신체 건강에 있어서는 결코 안전한 경계선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노년기는 신체의 회복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약해지는 시기입니다. 같은 양의 술이라도 젊은 시절보다 몸에 훨씬 큰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간과 신장은 알코올을 분해하고 해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기능은 서서히 저하됩니다. 또 알코올은 뇌의 신경 전달 체계에도 영향을 미쳐 기억력 감퇴와 인지 기능 저하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치매 위험이 높아지는 시니어에게 음주가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소량의 음주도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었습니다. 한국 여성 시니어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 부분을 특히 유념해야 합니다. 암 치료는 길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며, 예방이 최선의 전략입니다. 술잔의 즐거움이 잠시 주는 위안이 평생 건강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절주”와 “금주”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미국 보건 당국은 여전히 여성은 하루 한 잔, 남성은 하루 두 잔 이상을 넘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절대적인 안전 기준은 아닙니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하루 한 잔”조차도 간암, 구강암, 식도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즉, 금주야말로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술은 단순히 건강 차원에서만 바라보기 어려운 문화적 측면이 있습니다. 오랜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순간은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외로움을 달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술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사회적 기능은 충분히 대체할 수 있습니다. 좋은 차 한 잔, 함께하는 식사, 산책, 취미 활동 등은 오히려 더 건강한 방식으로 관계를 지탱해 줍니다. 시니어의 삶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강하고 품위 있게 사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술로 인해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미 젊은 세대는 “건강 음주”보다는 “노음주” 문화를 선택하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술 없는 회식’, ‘논알콜 맥주’, ‘무알콜 와인’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도 이러한 흐름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현명한 선택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은 술이 약물 효과를 떨어뜨리고 합병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음주에 대한 인식 변화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과제이기도 합니다. 정부의 식이 지침, 의료계의 권고, 언론의 보도는 모두 국민 건강을 지켜내기 위한 공적 노력의 일환입니다. 그러나 산업계의 이해관계가 개입되면 그 메시지는 왜곡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늘 비판적으로 정보를 수용해야 하며, 무엇보다 자신의 몸 상태와 건강 이력을 기준으로 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시니어 독자 여러분, “적당한 음주”는 더 이상 건강의 동의어가 아닙니다.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젊은 시절의 습관을 그대로 이어가기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지혜로운 전환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술잔 대신 물잔을 드는 용기가 바로 건강한 노년을 위한 출발점일 것입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삶과 시간을 지켜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 그것은 절주가 아니라 금주일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 술 대신 따뜻한 차 한 잔을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것이 여러분의 삶을 지키는 가장 값진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