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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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상담실의 벽 너머, 모니터 속에서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더 이상 사람만의 몫이 아닙니다. AI 챗봇은 이미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감정의 패턴을 분석하며, 때로는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묻습니다. 기계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미국의 심리치료사 잭 워디(Jack Worthy)는 인공지능 챗봇 ‘ChatGPT’를 이용해 환자의 꿈을 분석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그는 환자가 작성한 꿈 일기를 AI에게 입력해 반복되는 감정과 주제를 찾게 했습니다. 놀랍게도 환자들은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치료의 몰입도도 높아졌습니다. 워디는 이를 “AI와의 협력적 치료”라고 표현했습니다. 인간의 직관과 AI의 언어 분석 능력이 결합된 것입니다.

AI는 감정을 계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어 속의 패턴을 분석해 정서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나는 화가 나 있다”는 문장보다 “나는 요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 더 깊은 우울을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AI는 데이터 학습을 통해 파악합니다. 이러한 기능은 초기 진단과 위험 신호 탐지에 매우 유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살 위험군을 조기에 식별하거나, 불안 장애의 악화를 경고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AI 치료’의 한계도 명확합니다. 공감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정서적 상호작용입니다. 인간 치료사는 환자의 눈빛, 침묵, 말의 떨림에서 마음의 결을 읽어냅니다. 반면 AI는 그 미묘한 맥락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점에서 ‘AI는 공감을 흉내낼 수는 있지만, 느낄 수는 없다’는 말이 타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는 심리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특히 고령층에게 AI 상담은 접근성의 장벽을 낮춰줍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외딴 지역에 사는 어르신들도 스마트폰을 통해 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밤마다 외롭고 잠이 오지 않을 때,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고 말하는 노년층 환자들에게 AI 챗봇은 조용한 벗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AI가 인간 치료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AI는 반복적인 기록 분석, 정서의 언어적 패턴 감지, 세션 간 간극을 메우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의 중심은 여전히 인간이어야 합니다. AI가 던진 데이터 기반의 분석 결과를 해석하고, 그 의미를 환자와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인간 치료사의 영역입니다.

심리학자 사라 플래너건은 “AI가 도와주는 부분은 ‘무엇을 말했는가’이지, ‘왜 그렇게 말했는가’는 여전히 인간이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AI는 치료의 창문을 열어줄 수 있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 환자의 영혼과 마주 앉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심리치료는 기술과 인간성이 충돌하는 지점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새로운 관계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AI가 인간의 공감 능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공감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지요.

시니어 세대에게 이 변화는 두 가지 메시지를 줍니다. 첫째, 기술을 두려워하지 말고 도구로 받아들이라는 것. 둘째, 인간의 따뜻한 감정이야말로 그 어떤 알고리즘보다 강력하다는 사실입니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이야기를 기억해줄 수는 있지만, 마음의 온기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과 AI가 함께 마음을 다루는 시대.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잘 아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잘 이해하고 함께하는가’입니다. 그리고 그 답은 여전히 인간 안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