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노동자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
직장에서 젊은 세대가 점점 더 힘들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단순히 ‘요즘 애들은 참을성이 없다’는 식의 말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의 20대, 30대가 겪는 노동의 풍경은 우리가 알던 시대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일하는 사람”이 아닌 “측정되는 데이터”로 대체된 세상
Z세대의 불행은 단순히 경기 불황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들의 일터는 이제 인간의 감정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업무 성과가 사람의 판단보다 알고리즘과 데이터로 평가되고, 채용조차 인공지능이 면접관 노릇을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AI가 이력서를 선별하고, 면접 답변의 표정과 목소리 떨림을 분석하며, 직장에서는 키보드 입력 횟수와 마우스 움직임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합니다. 이른바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 라는 말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젊은 직원들은 그 속에서 ‘보여주기식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늘 초조합니다. 자신이 진짜로 성장하고 있는지, 아니면 단지 시스템이 요구하는 숫자를 채우고 있는지 구분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이는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존재의 피로입니다.
‘자율성’이 사라진 자리에서 ‘무기력’이 자랍니다
노동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직무 만족감의 핵심 요인은 보수보다 자율성입니다. 즉, 내가 스스로 일의 방식을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다는 감각이 행복을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젊은 근로자들에게 그 자율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원격근무 환경에서도 끊임없는 화면 감시와 실시간 보고 체계가 이어집니다. AI 프로그램은 개인의 성과를 점수화하고, 관리자는 그 점수에 따라 업무를 재배분합니다.
결국 사람은 기계의 하위 모듈이 되고, 스스로를 ‘자동화의 부속품’ 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 일의 의미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창의적인 발상이나 도전 정신은 리스크로 간주되고, ‘효율’이란 이름 아래 모든 것이 정량화됩니다.
Z세대가 “직장이 감옥 같다”고 말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불안의 시대”가 만든 세대적 우울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고용의 불안정성입니다. 정규직이 줄고, 단기 계약직이 늘어나면서 젊은 세대는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삽니다. 퇴직금이나 연금의 개념도 희미합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그들이 미래를 설계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취업 준비 과정 자체도 비인간적입니다. 온라인 서류 전형은 몇 초 만에 AI가 걸러내고, 면접관조차 봇일 때가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과정이 사라지니, 지원자는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깊은 상실감을 경험합니다. 이런 감정이 누적되면, 세대 전체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줍니다.
최근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25세 이하 청년층의 직업 만족도는 10년 전보다 15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경고음입니다.
시니어 세대가 놓쳐선 안 될 교훈
우리 시니어 세대는 이런 현실을 ‘요즘 젊은이들의 나약함’으로만 보아선 안 됩니다. 오히려 그들이 겪는 일터의 고통은, 자동화와 효율의 논리가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잠식하는가를 보여주는 경고입니다.
노동은 단지 생계 수단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행위입니다. 우리가 직장에서 배운 인내와 공동체 정신, 책임감의 가치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힘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그 가치가 작동할 공간조차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가 경험한 “노동의 자부심”은 이제 “노동의 감시 체제” 로 바뀌었습니다.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세대 간의 단절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함께 다시 써야 할 ‘일의 존엄’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첫째, 젊은 세대에게 단순히 “버텨라”가 아니라,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 를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기술이 인간을 평가하는 대신, 인간이 기술을 관리할 수 있는 윤리적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셋째, 나이 든 세대일수록 “내가 일터에서 가졌던 자율성”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AI 시대의 핵심은 효율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인간의 개입입니다.
젊은 노동자들이 ‘데이터’가 아닌 ‘사람’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는다면, 노동의 본질은 점점 더 비인간화될 것입니다.
‘일의 행복’을 다시 묻는 사회로
우리는 종종 “요즘 세대는 금방 그만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게으른 것이 아니라, 자기 존재가 무시되는 구조 속에서 탈출하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Z세대의 불행은 결국 우리 모두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여전히 관계와 의미를 원합니다.
기계를 이기는 방법은 더 많은 데이터가 아니라, 더 깊은 인간성입니다. 노년층인 우리가 그 사실을 이해하고 지켜낼 때, 비로소 젊은 세대와의 세대 간 연대가 가능해집니다.
그것이 우리가 남길 수 있는 ‘노동의 유산’ 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