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배 산업이 남긴 교훈과 우리가 직면한 선택
오늘날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우리 일상과 산업 전반을 빠르게 재편하는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특히 최근 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그 어느 시기보다 가파르며, 기업과 정부뿐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새로운 가능성과 동시에 중대한 위험을 함께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AI 연구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의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의 경고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그는 “AI 기업들이 위험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담배나 오피오이드 산업이 걸어온 비극적 경로를 반복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AI 기술이 가져올 이익만큼이나, 그 잠재적 위험을 정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담배 산업은 위험성을 알면서도 수십 년간 숨겨 왔고, 오피오이드 제약사들은 중독 가능성을 축소하며 사회적 피해를 키웠습니다. 오늘날 AI 기업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중요한 교훈입니다. 기술이 강력해질수록 투명성은 더 강화되어야 합니다. 숨기기보다는 공개하고, 책임을 회피하기보다는 분명히 감당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사회가 기술 발전을 신뢰할 수 있는 토대입니다.
특히 아모데이는 “압축된 21세기(compressed 21st century)”라는 표현을 통해 AI 영향력이 미래 혁신을 5~10년 안에 폭발적으로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100년에 걸쳐 진행될 과학적 진보가 단기간에 일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산업화와 정보화를 모두 경험하셨기에 기술 발전의 속도가 얼마나 사람들의 삶과 사회 구조를 뒤바꿔 놓는지 생생히 체감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변화는 그 속도와 규모에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빠릅니다.
AI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다양한 직업군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모데이는 회계, 법률, 금융 같은 백오피스 업무 상당수가 5년 안에 AI로 대체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는 노동시장 변화뿐 아니라 경제 구조, 고용 안정성,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시니어 세대에게는 은퇴자 재취업, 자녀 세대의 노동환경 변화, 노후 자산관리 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이기도 합니다.
또한 최근 보고된 중국 해커들의 사례는 AI 기술의 위험이 단순한 이론적 가능성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클로드(Claude) 모델을 기반으로 한 공격 실험에서 80~90%의 작업이 인간 개입 없이 진행됐다는 점은 매우 충격적인 사실입니다. 이는 강력한 AI 모델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자동화된 행동을 할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더 나아가 생물학 연구나 의약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지식은 자칫 잘못하면 생물학적 무기 개발과 같은 위험한 영역으로 악용될 여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AI 모델의 안전성 검증과 투명한 공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AI에 대한 필요 이상 과도한 공포 역시 바람직한 방향은 아닙니다. 기술은 본질적으로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원칙 아래 활용하느냐입니다. 담배와 오피오이드 사례에서 문제가 된 것은 “제품” 자체만이 아니라, “위험을 알고도 숨긴 태도”였습니다. AI 기업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강력한 책임 의식과 공공적 감수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니어 세대는 이미 수많은 시대적 전환을 거쳐 오셨습니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이어지는 역사적 흐름을 경험하신 분들로서, 이번 AI 시대 역시 중요한 분기점을 지나고 있음을 누구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계십니다. 이제 사회 전체가 AI 시대의 신뢰를 쌓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기술 기업들뿐 아니라 시민들, 정책 입안자들, 교육기관 모두가 함께 참여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첫째, AI의 잠재적 위험과 한계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나친 낙관은 위험을 키우고, 과도한 공포는 기회를 잃게 합니다. 균형 잡힌 이해가 중요합니다.
둘째, 기술 기업들이 투명성을 강화하도록 사회적 압력을 높여야 합니다. 안전성 검증, 연구 데이터 공개, 위험 평가 등 기업이 반드시 책임져야 할 부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셋째, 정부는 안전 규제, 기준 마련, 윤리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기술 발전이 공익에 부합하도록 조정해야 합니다. 기술 발전 속도에 뒤처지면 위험은 더욱 커집니다.
넷째, 시민들은 AI 시대의 변화에 대비해 디지털 이해력(digital literacy)을 높여야 합니다. 특히 시니어 세대에게는 AI 도구 활용 교육, 데이터 보안 인식 강화 등이 중요한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의 방향은 언제나 사회가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AI 기업들이 스스로 위험을 숨기지 않고 정직하게 말할 때, 사회는 더욱 안전한 기술 환경에서 혜택을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담배 산업과 오피오이드 위기는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투명성과 책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기술은 결국 사회적 해악을 초래한다는 사실입니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성찰입니다. 감추기보다는 드러내는 용기, 빠른 발전 속도만 추구하기보다는 안전을 함께 고려하는 지혜, 사회 전체의 신뢰를 지키겠다는 책임 의식이야말로 우리가 인공지능 시대를 현명하게 통과하기 위한 첫걸음일 것입니다.